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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독성평가 더 정확한 '동물 없는 시험법' 개발, 확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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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국 시험기관 엑셀러레이트 공동창립자, 캐롤 트레저

한겨레

캐롤 트레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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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러레이트 공동창립자


각종 독성과 안전 시험 결과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험을 수행하는 시설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시험시설을 좀 더 체계적이고 획일화 된 기준으로 관리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 비임상 시험 관리 기준, 즉 지엘피(GLP; Good Laboratory Practice) 인증이다.

수많은 화학 독성, 의약품 연구개발이 이루어지는 GLP 인증 기관은 동물실험이 많이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 규정을 채택하는 나라가 늘어나면서 동물을 사용하는 기존의 방법이 아닌 새로운 시험법을 도입하려는 해외 GLP 기관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동물 또는 동물에서 유래한 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시험 방법으로만 시험 시설을 운영하는 GLP 기관인 영국 ‘엑셀러레이트(XCellR8)’의 공동창립자 캐럴 트레저(Carol Treasure) 박사를 통해 애니멀-프리(animal-free), 즉 비동물 시험 원칙으로 운영되는 연구기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엑셀러레이트는 화장품, 산업화학계에 쓰이는 화학물질에 대한 피부, 안구 등 다양한 비동물 시험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동물실험 데이터로는 인체안전성 평가 부족

서보라미: 안녕하세요, 박사님. 바쁘신 중에 이렇게 서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현재 연구하시는 주요 분야와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 소개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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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저: 안녕하세요. 전 어릴 적부터 생물학에 관심이 많았답니다. 아버지와 함께 시골길 산책을 자주 하곤 했는데 이것이 자연과 생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성인이 되어서는 제약회사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이 때 동물실험이 이루어지는 것을 처음 목격하면서 윤리적으로나 과학적으로나 동물실험보다는 더 나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결국에는 이것이 동기가 되어 영국 셰필드대학교에서 약물과 생리학을 전공하고 ‘의약분야에서 동물실험 대체를 지원하는 재단(Fund for the Replacement of Animals in Medical Experiments, FRAME)’의 지원으로 노팅엄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졸업 이후에 사람 세포를 이용한 연구를 해오다가 엑셀러레이트를 설립했고, 여러 기관들이 비동물 시험법을 채택하도록 다양한 트레이닝과 시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서보라미: 홈페이지를 보면 엑셀러레이트의 비전이 ‘화장품과 화학산업 전반에 걸친 독성 시험에서 동물을 사용하지 않으며(animal-free), 과학적으로 발전한 시험법을 채택한다’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런 비전을 앞세우는 시험 시설을 설립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트레저: 네, 엑셀러레이트는 전에 함께 일하던 부시라 심(Bushra Sim)과 2008년에 공동으로 창립했습니다. 부시라와는 1996년 노팅엄대학교에 있을 때부터 친하게 지낸 사이이지요. 졸업 뒤에는 사람 세포 배양 시험법을 연구자들에게 제공하는 미국 기반의 회사에서 일하며 유럽지역을 담당했고요. 이 일은 과학적으로 앞서는 기술을 이용하여 동물실험을 대체하려 노력하는 산업계의 어려움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동물실험으로 얻은 데이터는 대부분이 과학적으로 검증된 적 없는 정보이기 때문에 인체 안전성을 정확하게 예측하기에는 부족합니다. 따라서 100% 동물을 사용하지 않는 애니멀-프리(animal-free) 시험법으로 전환하고자 엑셀러레이트(accelerate), 즉 속도를 높이는 것을 미션으로 삼고자 엑셀러레이트(XCellR8)를 창립했습니다. 우리 연구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시험 안내 지침에 따라 동물 또는 동물 유래 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특유의 전략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엑셀러레이트는 동물실험을 기반으로 하는 안전성 평가 결과는 반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산업계는 이제 비동물 시험법이 더 이상 ‘대체(alternative)’하는 방안이 아닌 표준화 된 접근이라고 받아들이는 시기에 도달했다고 봅니다.

‘동물 쓰지 않는 연구’ 기업 브랜드 가치와도 연관

서보라미: 이과계 전공은 대부분 연구가 동물실험을 우선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고 계셨을 텐데요, 동물을 사용하지 않는 연구방법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 대한 우려는 없으셨나요? 시장에 비동물 시험법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으면 시험실 운영에도 차질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이는 실제로 한국의 상황이기도 하고요.

트레저: 맞습니다. 우리가 처음 연구소를 열었을 때만 해도 비동물 시험법에 대한 수요는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고객사들은 대부분 새로운 기술 변화를 일찍 도입하는 기업들입니다. 그리고 브랜드에 대한 가치도 ‘크루얼티 프리(cruelty-free, 즉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 같은 제품 생산을 하는 분야와 연관이 깊고요. 초기에는 연구소 수익을 내기 위해 시험법에 대한 트레이닝을 같이 병행했는데 이익을 내기 위해 어떠한 동물실험도 안 한다는 신념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결국에는 산업계가 우리의 방식을 따라올 것이라 믿었고요.

유럽연합에서는 우리 연구소의 성장을 돕는 계기가 두 번 있었는데요, 그 첫번째는 화장품법의 개정으로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시험 시장을 지원하는 규제환경 마련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가 현재 사용되는 안전 시험에 동물을 사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접근한 것이 OECD에서 인정을 받았고요. 이제는 비동물 시험의 정확성을 보여주는 과학적인 증거가 많아지고,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험법들이 개발되면서 우리의 미션과 비전이 재확인 되고 있는 것이지요.

서보라미: 피부, 안구 등 여러 시험법 중에서도 흡입독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요, 한국의 경우 환경부가 최근 들어 흡입독성에 대한 인실리코(in silico, 컴퓨터를 이용한 실험방식), 인비트로(in vitro, 시험관을 이용한 실험방식), 독성발현경로(Adverse Outcome Pathway)와 같은 방법으로 동물을 사용하지 않는 연구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사람에 대한 독성 반응 예측을 더 정확하게 할 수 있는 흡입독성 연구가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엑셀러레이트에서는 어떤 시험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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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러레이터 연구실에서 시험을 진행중인 연구원들 엑셀러레이터 제공


트레저: 흡입독성의 경우 시험법 자체는 우리 연구소에서 개발한 것이 아니고 시험 서비스로 우리 고객사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마텍(MatTek Corporation)이라는 회사가 사람의 기도를 그대로 재현한 모델인 에피에어웨이 모델(EpiAirway)을 개발했는데 마텍에서 우리 연구소에 에피에어웨이 모델을 공급하고 우리는 이를 이용해 기도에 대한 자극성 시험을 진행하는 것이죠.

시험을 위해서는 먼저 독성을 가진 화합물, 화학 원료 등 호흡 독성을 측정하려는 물질을 에피에어웨이 모델의 표면에 투여합니다. 물질에 따라 휘발성을 띄고 있다면 이의 증발을 막기 위해 제공되는 뚜껑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시험 물질을 세포 배양 인큐베이터에 세 시간 동안 노출시킨 뒤, 시험물질을 가볍게 씻겨내 제거하고 테트라졸리움 염색(MTT) 시약을 사용하여 세포가 어느 정도 손상되었는지 측정합니다. 여기에는 분광광도계(spectrophotometer)를 써서 관찰하고요. 독성은 “IC75”를 계산하여 결정하게 되는데요, IC75란 에피에어웨이의 살아 있는 세포를 75%까지 낮추는 데 요구되는 농도를 말합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연구 지침서에 맞게 모든 에피에어웨이 시험마다 포름알데하이드로 포지티브 컨트롤 실험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IC75 수치 이하가 나타나면 사람의 기도에 독성 또는 자극성이 있다고 분류됩니다.

사람 기도 모사한 ‘기도 자극성 시험’

서보라미: 에피에어웨이가 실제 화학회사에서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요?

트레저: 에피에어웨이는 OECD 공식 시험법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 고객사들은 규제에 맞게 관련된 독성 정보를 생산하기 위해 이 시험법을 쓰기도 하고, 제품을 개발하는 단계에서 화학물질 스크리닝(screening)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서보라미: GLP인증을 받은 비동물 시험기관으로서 영국 또는 유럽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지요?

트레저: 유럽연합 연구혁신을 위한 호라이즌2020 프로그램 프로젝트와 영국의 혁신정부 기관인 이노베이트 유케이(UK)를 통해 급성 독성과 피부자극 분야 시험에 대한 지원을 받았습니다.

급성독성에 관해서는, 유럽의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규정인 리치(REACH)법안 부속서 VII에 따라 인체 건강 부분의 독성종말점을 시험하는 방법으로서 현재 비동물 시험법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인비트로 방식의 시험법을 만드는 것이 우리 목표입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이노베이트UK로부터 받은 지원금으로 무동물성(animal product-free) 환경에서 사람의 세포를 이용하는 스크리닝 시험법 개발로 첫 단계를 디뎠습니다. 이 시험법은 잔인한 동물실험으로 알려진 LD50 시험법 대신, 증거 가중치(weight-of-evidence) 접근법으로 우리 고객사들이 리치 법안에 따른 시험 자료를 준비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시험법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해 현재 호라이즌 2020프로젝트의 지원으로 다양한 화학산업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연구를 계획하고 있는데요, 규제 단계에서도 정부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시험법으로 인정받도록 할 계획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급성 독성 분야에서도 비동물시험법이 만들어지겠지요.

피부자극성 시험의 경우에는 이노베이트 UK 지원으로 화장품 기업들과 함께 사람의 피부 모델을 이용한 시험관 내 시험법인 인비트로 방식으로 다양한 화장품 원료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파트너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지원한 사람들에 대한 피부 반응을 살펴보는 병행 시험(parallel test)을 함께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마일드(mild)한 원료와 제품에 대한 피부의 자극 정도를 측정하기 가장 적합한 시험법을 만들고 시험관 내 시험법 결과를 사람에 대한 반응과 비교하여 그 상관성 정도를 평가할 수 있게 되지요. 과거에 동물실험으로 사람에 대한 반응을 예측하는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에서 유래한 세포를 이용한 시험관 내 시험법이 과학적 검증 과정을 거쳐 시험법의 기준이 된 상당한 발전이지요.

과학기술 발전할수록 독성평가방식 규제도 늘어

서보라미: 엑셀러레이트에서는 연구자를 대상으로 하는 트레이닝을 진행했다고 하셨는데요, 트레이닝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트레저: 이전에 세포 배양 방법에 대한 트레이닝을 300명 이상의 과학 전문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바 있습니다. 학계, 산업계, 대학교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들이 대상이었지요.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동물실험이 아닌 비동물 접근방법을 알리고 이에 대한 과학적 이점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런 트레이닝의 기회를 제공한 노력이 인정을 받아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연구 분야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시상식으로 알려진 러쉬프라이즈(Lush Prize)를 2013년에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시험 연구로 너무 바빠서 트레이닝을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 다시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서보라미: 마지막으로 한국에 있는 기업이나 시험기관에서 비동물 시험 연구 분야의 투자와 시험 지원 확대를 주저하는 곳에 남기고 싶으신 말씀이 있을지요?

트레저: 독성 평가 동물실험은 제대로 된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에 그 시험법 자체에 대한 신뢰도보다도 오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뤄지면서독성 시험의 기준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개발되는 시험관 내 시험방법은 OECD에 의한 굉장히 까다로운 국제적인 검증 절차를 거쳐 인정을 받아야 하고요. 동물실험이 정말 필수가 아닌 이상 동물 실험을 계속 하길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과학기술이 발달할수록 동물 대상의 독성 평가 시험을 제한하는 규제정부기관도 늘어나고 있고요. 유럽에서는 현재 비동물 시험법이 널리 이용되고 있지만 그 외 국가에서는 이런 변화가 늦게 일어나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제 의견으로는 변화가 동물실험을 더 하는 것이 아닌, 이를 대체하는 방향으로 가고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이 방향을 따르지 않는 기업들은 뒤쳐지게 될 것이고요.

서보라미: 말씀 잘 들었습니다. 박사님. 바쁜 시간 내어 이렇게 답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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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에어웨이 모델. 출처: 마텍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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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에 대한 관심이 우세한 국내에서는 동물대체시험에 대한 수요가 적어 상대적으로 시험 비용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 시험 전문가들은 앞으로 동물대체시험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에 대비하기 위한 인프라 확장의 속도는 많이 느린 실정이다. 국제사회에서 국내 시험기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적인 관심과 더불어 산업계, 학계의 동참, 그리고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보라미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 한국정책국장 bseo@hs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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