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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공실 늘어 찬바람 부는 서울 도심 상가 | 명동·이태원 인기 상권도 “아~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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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 평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늘 인파로 북적이는 서울 명동 상권. 오랜 기간 국내 대표 상권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주요 점포 매출이 줄고 공실이 늘면서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지난 10월 2일 찾아간 메인 거리에서는 유동인구가 꽤 많았지만 한 블록 떨어진 이면 상권만 가도 분위기는 180도 다르다. 건물마다 1층 점포가 하나둘씩 비어 있고 ‘임대’ 팻말이 붙은 곳도 흔하다.

영세 자영업자뿐 아니라 대형 패션 브랜드도 잇따라 명동을 떠나는 중이다. 미국 캐주얼 브랜드 ‘클럽모나코’, 속옷 브랜드 ‘원더브라’는 매출 부진에 명동점 문을 닫았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유명 패션 브랜드가 명동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다르다. 일본인 관광객이 줄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유커(중국인 관광객)’ 발길도 끊기면서 명동 점포 매출이 급감했다”고 전했다.

전국 상가마다 빈 점포가 급증하고 있다. 수백만원 임대료는커녕 상가 관리비조차 못 내는 자영업자가 부쩍 늘었다. 경기 침체에 주 52시간 근무제로 상가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 등 운영 비용이 급증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전국 평균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은 13.2%로 지난해 4분기(11.9%), 올 1분기(12.7%)보다 늘어났다. 특히 서울 대표 상권이 직격탄을 맞았다. 강남 대표 상권인 논현동 공실률은 18.4%에 달한다. 상가 점포 10곳 중 2곳은 비어 있다는 의미다. 지하철 7호선 논현역에서 9호선 신논현역 사이 대로변을 지나다 보면 셔터 문을 내린 상가를 흔히 볼 수 있다.

가로수길이 위치해 그나마 장사가 잘된다는 신사동도 분위기가 좋지는 않다. 신사동 공실률은 올 1분기 7.8%에서 2분기 9.5%로 올랐다. 최근 몇 년 새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신사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가로수길 유동인구는 많지만 생각만큼 점포 매출이 높지 않고 임대료도 세다 보니 세입자들이 버티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신사동뿐 아니라 압구정 상권 공실률도 어느새 10%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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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로 서울 대표 상권 명동에는 텅 빈 상가 점포가 수두룩하다. ‘임대문의’ 팻말을 붙인 점포도 많다. <사진 : 윤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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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 대표 상권도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서울 핵심 상권으로 불리는 종로 상권 공실률은 지난해 말 11%에서 올 2분기 21.4%로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명동 상권도 점포 공실률이 늘고 임대료도 완연한 하락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2분기 명동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6.4%로 지난해 2분기(4%)보다 2.4%포인트 급증했다. 명동 중대형 상가의 1㎡당 임대료는 지난해 2분기 27만7200원에서 올 2분기 27만1700원으로 떨어졌다.

외국인 수요가 많은 이태원 상권에도 찬바람이 분다.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4번 출구 인근에는 부지 규모만 50평을 넘는 1층 대규모 상가도 공실로 남아 있는 경우가 흔하다. 한때 이태원 상권이 뜨면서 음식점, 카페 등 다양한 업종 점포가 들어왔지만 이제는 옛말이 됐다. 건물주마다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다.

신도시 상가는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광교, 위례신도시 등 수도권 주요 신도시 아파트값은 급등했지만 단지 내 빈 상가가 넘쳐난다.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한꺼번에 대규모 상가가 공급됐지만 워낙 분양가가 비싸 미분양 물량이 속출한 탓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위례신도시에서는 분양가보다 수천만원 싼 ‘마이너스 프리미엄’ 상가 매물까지 등장했다. 위례신도시 중심 상권에 위치한 한 상가의 경우 분양가가 10억원대에 달하지만 1억원 넘게 할인해 9억원 이하에 나온 매물도 수두룩하다. 수개월 동안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빈 상가로 있었는데 상가 주인이 대출금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손해를 보고라도 팔겠다고 나선 결과다.

세종시에는 아예 ‘20개월 공짜 월세’를 내건 상가 광고까지 등장했다. 초기 분양이 안 되다 보니 시행사가 20개월 동안 월세를 직접 부담한 후 재분양하려는 고육책이다. 세종시의 경우 2분기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14.3%, 소규모 상가도 12%에 달하는 등 공실 문제가 심각해졌다. 세종시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투자 수요가 몰리는 아파트만 인기를 끌 뿐 상가는 애물단지가 된 지 오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상가 시장 찬바람 부는 까닭은

▷高분양가에 임대수익률 추락

상가 시장이 침체되고 공실이 늘어나는 이유는 그만큼 수익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상가의 경우 관리비 등 각종 부대 비용을 감안하면 임대수익률이 적어도 5%는 넘어야 수지 타산이 맞는다. 하지만 최근 상가 분양가가 치솟다 보니 분양가 대비 임대수익률이 계속해서 떨어지는 구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1분기 공급된 총 53개 상가 평균 분양가는 3.3㎡당 3306만원이었다. 지난해 1분기 대비 22% 올랐는데 조사가 시작된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동시에 상가 공급 물량도 넘쳐났다. 올 1분기 전국 상가 공급 물량(점포 수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9% 늘어난 3287개에 달했다. 100개 점포 이상인 대규모 상가도 8곳에 달했다.

하남 미사강변도시 상가의 경우 1층 기준 분양가가 3.3㎡당 5000만원을 넘는 경우도 흔하다. 일부 상가는 6000만~7000만원에 달한다. 10평대 소규모 상가 분양가도 5억원을 훌쩍 넘는다. 동탄2신도시 분양가도 3.3㎡당 5000만원에 육박하고 위례신도시 트랜짓몰 주변에는 3.3㎡당 1억원 안팎인 상가도 등장했다.

분양가가 비싸다 보니 상가 투자자들은 임대수익을 내기 위해 임대료를 대폭 올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임대료 부담이 크다 보니 밤낮없이 장사해도 임대료를 내면 남는 게 별로 없다. 견디다 못한 세입자들이 대거 빠져나가고 점포마다 공실이 생기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정부 규제도 상가 시장에 악재다.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RTI(임대업이자상환비율) 규제가 시행되면서 상가 시장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앞으로 시중은행은 부동산 임대사업자 신규 대출 심사에서 상가 등 비주택은 RTI 1.5배가 넘어야 대출을 승인하기로 했다. 부동산 연간 임대수익이 같은 기간 대출이자 총액의 1.5배가 넘어야 대출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미국발 금리 인상 여파로 향후 국내 대출금리 인상 우려가 커진 점도 부담이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는 “주택에 비해 상가는 대출 규제가 덜해 상가 투자자들은 거액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가도 넉넉한 현금 없이는 투자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부랴부랴 신도시 등 공공택지지구 상업시설 공급을 줄이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공공택지에서 상업지역이나 상업시설을 확보하는 기준이 별도로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업지역 면적을 줄이거나 계획 용적률 등을 낮추는 한편 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가구당 면적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지역별 상가 공급 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절해 과잉 공급 가능성을 차단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과도한 임대료를 낮추기 위해 경쟁 입찰 방식 등 상업시설 공급가 산정 방식도 재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신규 상가 공급을 줄인다고 해서 당장 기존 상가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 얘기다.

이뿐 아니다.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내용도 눈여겨봐야 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상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돼 건물주가 10년간 정당한 이유 없이 임차인의 재계약 요구를 거절할 수 없게 됐다. 향후 새로 계약하거나 갱신하는 임대차부터 적용되는 만큼 상가 투자에 앞서 미리 예상 수익률을 따져보는 것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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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상가 투자 괜찮을까

▷대로변보다 이면도로 급매물 노려야

상가 시장이 침체되기는 했지만 모든 지역 상가가 다 어려운 것은 아니다. 배후수요가 넉넉하고 장사가 잘되는 상가 점포는 여전히 투자 수요가 끊이지를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 상가에 투자해도 괜찮을까.

이왕 상가에 투자한다면 수익률 높은 상가를 선별 투자하는 것은 기본이다. 쉽게 생각하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매입가격부터 낮춰야 한다. 보통 상가에 투자할 때는 대로변을 선호하지만 투자 부담이 큰 만큼 가격이 저평가된 이면도로 상가 투자가 유리하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대로변보다는 이면도로 상가 급매물에 투자해야 임대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가능하면 연식이 오래된 상가 건물을 매입한 후 리모델링해 우량 임차인을 유치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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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시장이 침체됐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핵심 상권은 여전히 인기몰이 중이다. 사진은 서울 홍대 인근 상권 전경. <사진 : 윤관식 기자>


서울에서는 넉넉한 배후수요가 확보된 역세권 상가 투자가 유리하다. 이미 분양가가 급등한 강남권보다는 저평가된 강북 인기 상권을 노려보는 것이 유리하다. 대표적인 곳이 홍대 상권과 멀지 않은 상수역 상권이다. 유동인구가 늘면서 1~2번 출구 인근 먹자 상권에서는 단독주택이 상가주택으로 하나둘씩 탈바꿈하는 중이다. 1번 출구 앞 A급 점포의 3.3㎡당 권리금은 450만~600만원, 월세는 최대 360만원 선이다. 20평 점포의 경우 권리금만 1억2000만원에 달한다. 3~4번 출구 인근도 다양한 카페, 음식점이 밀집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상수역 상권에는 대학생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이 넘쳐나는 만큼 음식점, 카페 등 기존 업종과 겹치지 않는 새로운 업종 상가 투자가 괜찮을 것”이라고 밝혔다.

DMC(디지털미디어시티)역 인근 투자를 추천하는 전문가도 많다. 상암DMC에 대기업, 언론사가 대거 입주한 데다 상암월드컵파크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위치해 배후수요가 탄탄한 덕분이다. 지하철 6호선, 공항철도, 경의중앙선 환승역이라 교통 여건이 편리한 점도 매력이다.

물론 역세권 상권이라도 ‘묻지마 투자’는 금물이다. 보통 역세권이면 유동인구가 많고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인식이 많지만 역세권도 다 같은 역세권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 지하철은 그나마 유동인구가 많지만 수도권 경전철 같은 비인기 노선 역세권의 경우 소위 ‘역세권 프리미엄’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상혁 선임연구원은 “서울시내 한복판을 지나는 지하철이라도 노선, 역별로 승하차 인구가 천차만별이다. 하나의 역세권에서도 출구별로 유동인구 편차가 크다. 실질적인 집객력은 떨어져도 단순히 역과 가깝다는 이유로 가격 거품이 낀 ‘무늬만 역세권’ 상가는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에서는 분양가가 저렴한 신규 상가 분양을 노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지난 7월 초 현대건설이 경기 남양주 별내 역세권에서 분양한 상업시설 ‘힐스에비뉴별내스테이원’은 63개 점포 분양에서 평균 14 대 1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앞서 6월 말 공급된 안산 그랑시티자이 단지 내 상가 117개 점포도 하루 만에 ‘완판’됐다. 상가 입찰에서 최고 82 대 1, 평균 16 대 1 경쟁률을 보이며 인기를 끌었다.

이들 상가가 인기를 끈 것은 공실 걱정이 덜하기 때문이다. 힐스에비뉴별내스테이원의 경우 별내 역세권 중심상업지구에 위치해 유동인구가 많다. 분양가도 3.3㎡당 2200만원 수준으로 위례신도시보다 훨씬 저렴하다. 그랑시티자이 상가의 경우 아파트 6600여가구, 오피스텔 1000여실 등 탄탄한 배후수요 덕분에 인기를 끌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정부 규제가 주택 시장에 쏠리는 만큼 상가 규제가 덜한 게 사실이다. 입지가 좋고 배후수요가 탄탄한 신규 상가는 권리금 부담이 없는 데다 공실 걱정이 덜하기 덕분에 당분간 인기를 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투자할 경우 40평대 이상 대형 아파트보다 20~30대 중소형 아파트가 많은 곳이 유리하다. 대형 아파트 거주자들은 단지 내 상가보다는 차량으로 이동해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소형 아파트 거주자들은 주변 상가 이용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괜찮은 상가 매물을 사들였다고 해서 투자가 끝난 것은 아니다. 상가는 아파트와 달리 어떤 임차인, 업종이 들어오느냐에 따라 철저히 성패가 갈린다.

외형적 가치에만 점수를 줄 게 아니라 인기 업종 유치가 가능한지, 지불 가능한 임대료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도 파악해야 한다. 한번 임차 업종이 정해지고 나면 인테리어 등 시설비, 권리금 탓에 업종을 교체하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점도 염두에 두자.

상가 투자할 때 무리한 대출을 끌어오는 것도 금물이다.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대출에 의존할 경우 상권이 활성화되지 않아 임차인 유치가 어려우면 자칫 ‘상가푸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저금리를 활용한 레버리지 효과는 필요하지만 대출금리 인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출 비중을 자기자본 대비 40% 이내로 가져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진단이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78호 (2018.10.10~10.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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