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6 (일)

[땅, 땅… 오늘의 판결] 비서에 "개보다 못하다"… 폭언 외교관에 상해죄 첫 인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前 삿포로 총영사 집유 2년

비서에게 상습적인 폭언을 한 전직 외교관이 상해죄로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폭언을 상해죄로 처벌한 첫 사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경진 판사는 11일 이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전 삿포로 총영사 한모(여·56)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15년 삿포로 총영사로 부임한 그는 이듬해 3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공관 비서 이모씨에게 업무 실수를 지적하면서 "개보다 못하다" "머리가 없는 거니" 같은 발언을 수십 차례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일로 병원에서 6개월의 우울증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이씨는 폭언 녹음파일 40개를 외교부에 냈다. 외교부는 지난해 9월 한씨를 검찰에 고발하고 두 달 뒤 해임했다.

그런데 한씨의 폭언은 이씨와 단둘이 있는 사무실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었다. 모욕죄는 여러 사람이 있는 앞에서 모욕을 한 경우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검찰은 폭언과 우울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상해죄로 기소했다. "언어나 소리 같은 무형(無形)적 방법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혔어도 처벌이 가능하다"는 논리였다.

검찰은 이와 비슷한 일본 법원의 판례도 법원에 제출했다. 1979년 상사 집에 전화를 계속 걸어 신경쇠약증 피해를 입힌 사람 등에게 상해죄를 인정한 판결이었다. 김 판사도 검찰 주장을 받아들였다. 김 판사는 "한씨가 했던 폭언과 모욕은 최소한의 품위마저 잃은 것"이라며 "피해자의 상처가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경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