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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CO2 유출' 삼성에 여야 '집중 포화'…"자체소방대 골든타임 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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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현장] 박찬훈 삼성전자 부사장 증인출석, 거듭 사죄

의원들 "자체소방 출동시키느라 정식소방 연락 늦었다"

뉴스1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에 국정감사에서 박찬훈 삼성전자 부사장이 기흥공장 이산화탄소 누출 사망사고와 관련된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2018.10.1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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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김혜지 기자 = 11일 삼성전자가 지난달 4일 경기 기흥공장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 유출사고와 관련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았다. 박찬훈 삼성전자 부사장이 직접 증인대에 서서 국민과 유가족에게 거듭 사죄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삼성이 자체소방대를 출동시키는 과정에서 119 신고를 늦게 했으며 그 결과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담는 설비 점검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환노위 국감장에서는 주로 여권 의원들이 박 부사장에게 사고 경위와 축소·은폐 의혹과 관련해 따져 물었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고 경위를 보면 삼성이 (119에) 신고를 안 하고 자체 소방을 이용한다"면서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119 신고를 안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삼성은 자체 소방을 이용해 (사건이) 언론에 유출되면 재수없는 것이고, 유출 안 되면 사고를 덮는 것이 관행이었다"며 "자체 수습이 될지 안 될지를 보고 판가름해 은폐 여부를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통상 연기질식사는 골든타임이 5분인데, 이런 식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자체적으로 은폐하려고 하는 삼성의 자세는 이제 바꿔야 한다"면서 박 부사장에게 사죄를 요구했다.

박 부사장은 "이 자리를 빌려 이산화탄소 유출사고와 관련해 사상자와 가족분,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 의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사고 당일 오후 1시55분 하청업체 노동자 3명이 쓰러진 것을 인지했으나 고용부 등 당국에는 해당 작업자가 오후 3시43분 사망 확인이 된 이후에 이를 알렸다. 이는 중대재해의 경우 지체없이 당국에 보고해야 하는 법위반이라는 것이 이 의원의 주장이다.

박 부사장은 "'어레스트'(심정지)와 사망상태는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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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에 국정감사에서 박찬훈(왼쪽) 삼성전자 부사장과 박동석 옥시레킷벤키저 대표가 증인 신분으로 참석하고 있다. 2018.10.1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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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정의당 의원도 자체소방대의 역할을 문제 삼았다. 이 의원에 따르면 자체소방이 재해자를 발견한 시간은 사고 인지 후 19분이 늦은 오후 2시18분이었다. 이미 질식사 골든타임을 넘긴 때다. 당시에는 재해자 3명 모두 심정지·의식불명 상태였다.

하청직원의 경우 대피를 제때 시키지 않았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이 의원은 "청소노동자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지하 2층으로 내려간 때는 다른 직원들과 같은 30분이 아닌 1시간30분이 지난 오후 3시30분"이라고 말했다.

박 부사장은 "사고지인 6-3 생산라인은 다른 생산라인과 별개라서 대피가 늦었다"고 설명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의원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수원·화성·기흥·온양·광주공장에서 소화설비 총 40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에 담긴 이산화탄소 용량은 26만2485㎏이다. 이 의원은 "엄청난 양의 가스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설비 점검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용득 의원은 사고 그 자체보다 삼성이 이후 보여준 '태도'를 문제 삼았다. 이 의원은 "삼성의 위기관리위원회나 비상대응본부가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인지 자사를 둘러싼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라며 "사람의 생명보다 기업의 이미지를 더 중요시하는 삼성전자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삼성은 사과로 끝내면 안 된다. 자체 재난대응 매뉴얼을 바꿔 119 등 당국에 즉시 신고를 하고, 자체 소방대는 정식 소방대를 도와주는 방식으로 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중대사망재해 조사를 하고 있냐는 이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국민들이 갖고 있는 의혹을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밝혀주시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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