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사관서 살해, 시신 훼손 후 반출 ”
미 진상 요구로 국제문제 번질 듯
지난 2일 실종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쇼기.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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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쇼기(60) 실종 사건의 충격적인 진상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카쇼기가 비판해왔던 사우디의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이 사건에 직접 개입했다는 보도까지 나와 국제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도 커졌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일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 들어간 뒤 행방이 묘연한 카쇼기의 실종과 관련해,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작전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미 정보당국이 입수한 사우디 관리들의 대화 내용에 따르면, 빈살만 왕세자는 미국 버지니아에 살고 있는 카쇼기를 사우디로 유인해 구금하라고 관리들에게 직접 명령했다. 사우디 정부는 현재까지 카쇼기 사건과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사건의 진상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 9일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을 요구한 터키 보안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 카쇼기가 터키인 약혼녀 하티제와의 혼인 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받으려고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간 후 2시간도 안 돼 살해됐고 시신이 분리ㆍ처리됐다고 보도했다.
2일 이스탄불의 사우디 대사관으로 들어가는 카쇼기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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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에 따르면 카쇼기가 이날 영사관에 들어간 시간은 오후 1시 14분. 그러나 나가는 장면은 찍히지 않았다. 카쇼기가 영사관에 들어간 2시간 30분 뒤, 외교번호판을 단 6대의 차량이 도착해 사우디 요원들을 태우고 영사관을 떠났다. 터키 경찰은 이 차량 중 창을 어둡게 가린 검은색 밴 안에 카쇼기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에서 온 요원들 중 한 명은 시신 해부 전문가로, 카쇼기의 시신을 분리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터키 친정부 일간지 사바흐는 10일 살해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사우디 요원 15명의 이름과 얼굴을 보도했는데, 이 중에는 ‘법의학 전문가’도 포함돼 있다. 카쇼기가 피살되는 장면을 사우디 요원들이 촬영한 동영상을 터키 보안당국이 확보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2일 새벽 이스탄불 아타투르크 공항에서 입국하는 사우디 요원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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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인 파장도 커지고 있다. 터키 정부측가 사우디 왕실의 개입을 주장하면서 양국 간 외교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10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우리는 이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 끔찍한 일”이라며 사건의 진상을 밝힐 것을 사우디에 요구했다.
사우디는 미국의 오랜 우방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공식 방문 국가로 사우디를 찾았다. 빈살만 왕세자와도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영국 외무부 대변인도 “만약 이 사건을 둘러싼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면 영국은 '매우 심각하게' 대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영국BBC방송이 보도했다.
사건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연합뉴스] |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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