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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영화처럼 그를 죽였다"…터키, 사우디 언론인 암살로 결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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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사우디 정부, 카슈끄지 고위직으로 회유해 입국시킨 뒤 억류 계획 세우기도"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터키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자국 영사관에서 암살당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사우디 왕실에서 암살팀을 파견해, 계획적으로 카슈끄지를 살해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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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말 카슈끄지(오른쪽)가 지난 2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 도착하는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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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을 요구한 터키 보안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터키 정부는 카슈끄지가 사우디 왕실의 지시를 받은 암살팀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영화 펄프픽션 같았다"고 언급했다. 터키 현지 언론 사바흐는 카슈끄지가 실종된 날 비행기를 타고 입국한 사우디인 15명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했다. 정보요원 등으로 추정되는 이들은 영사관에서 카슈끄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터키 정부 역시 보도 내용을 확인했다. 터키 방송 등은 현재 이들의 입국과 출국 장면이 담긴 CCTV를 공개했다.

터키 정부 관계자는 NYT에 카슈끄지가 영사관에 들어간 지 2시간 만에 살해됐으며, 시신 역시 뼈를 잘라내는 톱 등을 이용해 훼손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터키가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암살팀 가운데는 법의학 전문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이런 추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실종된 카슈끄지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반대 세력에 탄압을 가하는 것 등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그는 사우디에서 신문사 편집국장 등을 지내다 빈 살만 왕세자가 반대세력을 탄압하자 이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낸 뒤, 미국에 머물렀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로 활약했던 그는 약혼녀와의 결혼을 위해 터키를 방문했으며, 결혼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카슈끄지의 약혼녀는 WP에 기고문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나서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사우디 정부는 카슈끄지를 납치, 살해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빈 살만 왕세자의 경우 지난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카슈끄지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사우디 정부도 알고 싶다"고 암살 지시 의혹을 부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카슈끄지의 실종 사건과 관련해 사우디 정부에 설명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은 이번 사안이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여기고 있다"면서 "이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기를 바라며, 터키와 이 문제를 두고서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카슈끄지의 약혼자를 미국으로 초청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 문제와 관련해 미 국무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이 사우디에 연락해 추가 정보를 요구한 상태라고 전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를 회유해 사우디로 데려온 뒤, 억류할 것을 지시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WP는 이날 미 정보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사우디 관계자들간의 계획을 중간에 가로챈 내용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카슈끄지의 실종 과정에 사우디 정부와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카슈끄지의 친구들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카슈끄지에게 신변 보호는 물론 고위직 등을 제안하며 사우디로 돌아올 것을 설득했다. 하지만 카슈끄지는 이런 제안을 믿지 않았다. 그는 친구에게 "(안전을 보장한 제안과 관련해) 농담하냐. 난 그들을 조금도 믿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관계자가 제시한 것처럼 사우디 정부가 카슈끄지를 억류할 계획이 있었던 것으로 봤을 때 여러 전문가가 추측하는 것처럼, 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벌어진 일은 카슈끄지를 억류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전직 정보 당국자 역시 두 개의 비행기를 이용해 15명이 사우디에서 온 것 등은 심문 등을 위해 초법적으로 다른 나라로 빼돌리기 위한 작업으로 보고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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