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48096465 0362018101148096465 02 0204001 5.18.12-RELEASE 36 한국일보 0

[단독] 리벤지 포르노 이례적 징역 3년 엄벌

글자크기

불법촬영만으로도 엄중한 심판

한국일보

’리벤지 포르노’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4일 청원이 시작된 지 6일 만에 참여자 수 22만명을 넘어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어진 애인의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남성에게 법원이 징역 3년의 엄벌을 내렸다. 리벤지 포르노(비동의 유포 음란물) 범죄에 대해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일관하던 기존 법원 태도에 비하면 이례적인 판결이다. 같은 날 검찰 역시 피해자 식별이 가능한 경우 구속 및 징역 구형을 원칙으로 하겠다며 엄벌을 예고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김도형 판사는 10일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회사원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이별한 연인에게 앙심을 품고 성행위 영상 등을 19차례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불법 촬영물을 피해자의 지인 100여명에게 유포하고, 추가 공개를 예고하는 등 피해자에게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끼친 것으로 조사됐다.

김 판사는 양형 사유에 “보복할 목적으로 연인관계 및 부부관계에 있을 때 촬영한 영상물 등을 유포하는 것은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로서 피해자가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삶을 파괴하고 앞으로 정상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도록 하는 등 그 피해가 심대하다”고 리벤지 포르노의 심각성을 직접 언급했다.

하급심이긴 하지만 리벤지 포르노라는 명칭과 그 폐해를 직접 언급한 법원 판결이 잇따르는 추세다. 리벤지 포르노는 지난해 8월 16일 김 판사가 불법 촬영 및 협박 혐의로 기소된 회사원 B씨에게 징역 6월을 선고하면서 처음으로 판결문에 등장했다. B씨는 평소 짝사랑하던 여성 집에 폐쇄회로(CC)TV 앱이 깔린 휴대폰을 설치해 2주간 불법 촬영한 뒤, 피해여성에게 “네가 동영상을 봐야 정신 차리겠냐, 내가 원하는 건 너야”라는 메시지와 함께 성관계 사진을 전송하며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까지 총 4건의 재판에서 리벤지 포르노가 직접 언급됐으며, 모두 실형이 선고됐다.
한국일보

애인에 의한 불법 촬영 검거 추이, 최근 6년간 불법 촬영 범죄 1심 판결 유형=그래픽 박구원기자

그러나 리벤지 포르노 범죄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간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실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애인에 의한 불법 촬영 검거 인원’은 420명으로 2013년(164명)보다 156% 증가했다. 이에 비해 최근 6년간 불법 촬영으로 기소된 사건(7,446명) 중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8.7%(647명)에 그쳤다. 가수 구하라가 동영상 유포 협박을 당했다는 소식까지 맞물리면서, 최근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라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이날 대검찰청은 불법 촬영 범죄 사건 처리 기준을 새로 만들어 일선 검찰청에 내려 보냈다. 이날부터 적용되는 기준에 따르면, 검찰은 △동종 전력 △피해자 식별이 가능한 경우 △여러 번 유포한 경우 등 양형 인자 중 하나만 충족돼도 구속을 원칙으로 한다. 또 양형 인자 중 하나에 해당하면 징역 6월 이상, 두 개 이상 해당하면 징역 1년 이상을 구형해 엄벌에 처할 예정이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촬영 시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불법 촬영 범죄를 처벌하고, 영리 목적 유포 시에는 징역에 처하도록 개정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효린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상담팀장은 “불법 촬영 범죄를 엄벌한 판결을 환영한다”면서도 “피해자에게 또 다른 피해를 주는 ‘리벤지 포르노’라는 명칭을 대체하는 용어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역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