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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 IT업계 적장 모셔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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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적장 모셔오기 전략이 점입가경이다. 경쟁업체 대표나 임원을 모셔오면 그야말고 ‘적을 알고 나를 아는’ 상태에서 시장을 파고들 수 있기 때문이다. IT업계에서 적장 모셔오기 전략은 판에 박힌 전술이 된지 오래다. 하지만 후발주자가 시장을 파고들기엔 여전히 가장 효과적인 한수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올초 소프트웨어 제3자 유지보수 전문업체(3PM) 리미니스트리트가 김형욱 한국 오라클 영업본부장을 한국 지사장으로 앉혔다. 리미니스트리트의 주 수익원은 오라클과 SAP가 구축해놓은 시장이다. 두 회사가 팔아온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이나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의 유지보수 업무를 대신할수 있다는 얘기다. 통상 20%안팎이던 유지보수 업무를 값싼 가격에 해주는 조건으로 시장을 파고든다. 그탓에 오라클 SAP와는 상극관계다.

김형욱 지사장은 SAP팀을 거쳐 오라클 업무를 담당해 온 배테랑이다. 리미니스트리트는 현재까지 국내에서 이들 업체들로부터 약 30개 이상의 고객사를 뺏어왔다. 국내 2위 3PM업체 스피나커 서포트는 SAP출신 유지보수 전문가인 이재삼 지사장이 수장을 맡고 있다. 이 지사장은 스피나커의 아시아태평양 사업책임자를 거쳐 한국 시장을 전담하고 있다.

한국레노버 역시 적진의 장수를 영입해 효과를 거둔 대표적 케이스다.

강용남 한국레노버 대표는 휴렛팩커드(HP)와 델 등 외국계 업체를 두루 거쳐온 PC전문가다. 델의 대기업 사업본부장을 거쳐 옛 한국HP에서 기업 영업총괄 상무로 있었다. HP에선 연간 1억달러 이상 PC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강 대표는 신제품 출시행사마다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하는걸로 유명하다. 지난 7월 게이밍 노트북과 게이밍PC 출시 행사에선 경쟁사 데스크톱과 노트북의 디자인을 대놓고 비판했다. 다름아닌 HP와 델의 제품들이다. 프리젠테이션 화면에 나온 경쟁사 제품에 ‘투박하다(bulky)’, ‘우스꽝스럽다(ridiculous)’ 등 거친 표현을 썼다.

강 대표는 “40~50대 연령층도 게임을 하는 시대에 화면에 보이는 것처럼 요란한 디자인의 게이밍노트북을 쓰기에는 좀 민망할 것”이라며 “한국레노버가 이번에 내놓은 제품은 일반 노트북처럼 잘 빠진 디자인에 성능과 발열 모두 만족스럽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지난 2012년부터 한국레노버 수장을 맡았다. 덕분에 레노버는 저가품을 만드는 중국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매년 약 30%씩 국내에서 매출을 높였다.

한 업계관계자는 "경쟁사 임원이나 대표를 영입하면 선두업체 전략을 흡수하고 후발업체라는 이미지를 빠르게 불식시킬 수 있다"면서 "기업문화나 사업 방식도 확 바꿀 수 있기 때문에 급변하는 IT업계에서 특히 종종 볼 수 있다"고 말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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