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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기업이 마련한 `사내 건강 프로그램`, 효과적이지 않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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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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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211] 개인 삶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직장일 것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대부분의 경우 퇴직할 때까지 수십 년 동안 일을 한다. 그리고 일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서다.

하지만 열심히 일한다고 돈이 모이진 않는다. '버는 것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들은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지출한다. 때로는 일을 하다 건강이 안 좋아져서 수입의 상당 부분이 병원비로 나가기도 한다.

물론 기업에서도 직원들의 건강을 위한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기업이 직원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투자하는 글로벌 기업 건강 시장(global corporate wellness market) 규모는 작년 기준 약 500억달러였다.

기업이 직원 건강을 위해 사내 프로그램을 만들고 지원한다 하더라도 이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측정하기 힘들다. 나아가 기업의 건강 프로그램 도입에도 불구하고 업무 생산성이 나아지지 않거나 최악의 경우 퇴사하는 직원들도 여전히 많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런던의 카스 비즈니스 스쿨 방문교수이자 컨설팅사 소셜 헬스 엑스퍼트(Social Health Expert) 창업자인 줄리아 홉스본(Julia Hobsbawn)이 최근 'Strategy&Business' 블로그에 '기업 건강 프로그램 도입만이 충분하지 않은 이유(Why Corporate Wellness Programs Fall Short)'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홉스본 교수는 우선적으로 기업의 건강프로그램이 자사 관리 방침에서 오는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아니라 직원 스스로의 문제 때문에 생긴 스트레스에 집중한다고 지적했다. 마치 "우리는 깨어 있는 회사다. 그러기에 당신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와주겠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홉스본 교수는 "이런 사고방식은 고용주가 직원들이 받는 스트레스에 큰 비중을 차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한다"고 못 박았다. 나아가 그는 사내 건강프로그램이 실제로 직원 건강에 어떠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측정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대부분의 사내 건강 프로그램은 개인의 신체적·정신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심리상담, 피트니스 멤버십 등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그러나 직원들의 스트레스는 개인의 문제에서만 오지 않는다. 회사 운영 시스템에서 스트레스가 발생하기도 한다.

헨리 포드가 1926년 직원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동시간을 주 48시간에서 40시간으로 조정한 것은 가장 오래된 기업 건강 프로그램 중 하나다. 그러나 이뿐만이 아니다. 포드의 결정은 일터 자체가 직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인정하였기에 '아마도 가장 성공적인 건강 프로그램'이라고 홉스본 교수는 말했다.

덧붙여 홉스본 교수는 사내 건강 프로그램의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육체적·정신적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적 건강(social health)'에 힘써야 하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는 1948년 헌장에 '건강은 단순히 질병이나 허약함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완전한 안녕 상태'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홉스본 교수가 꼬집었듯이 현재 직원들을 위한 사내 건강 프로그램은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만 신경 쓴다.

직원의 사회적 건강을 위해 기업들이 중점으로 둬야 할 부분은 직원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하고, 소통하는지다. 특히 직장과 개인생활 사이의 분리를 보장하는 것이 직원들의 사회적 건강을 위하는 길이다. 하지만 이는 스마트폰을 사용해 직장생활과 개인생활이 이어지는 현 시대에 실행하기 매우 복잡한 일이다. 제프리 파이퍼 스탠퍼드대 교수는 저서 'Dying for a Paycheck'에서 "환경 지속성처럼 인간의 업무 환경을 중요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몇 개의 사회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사회운동의 예는 프랑스 노동법에 포함된 '연결되지 않을 권리' 조항이다. 이는 직원들이 업무시간 외에는 업무 관련 연락을 받지 않게 보장해준다. 이처럼 직원들의 사회적 건강을 포함해 직원 건강의 참된 의미를 알고, 사내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으면 직원들이 더 행복하고, 건강하고, 생산적이게 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홉스본 교수는 예측했다.

[윤선영 기업경영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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