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서 #자해로 검색한 결과 |
#자해 검색 게시물 4만여건 육박
“이렇게라도 해서 버티는 거죠.” “힘든데 곁엔 아무도 없어요. 이게 ‘자해 놀이’라고요?”
요즘 청소년들이 사이에서 ‘자해 인증샷’을 올리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사회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SNS 바람을 타고 1년 사이 급속하게 늘어난 자해 컨텐츠를 단순한 10대의 일탈 또는 유행하는 놀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자해란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손목 팔 허벅지 어깨 등 여러 신체부위에 경미한 상처를 내는 행위다.
주로 면도칼이나 커터칼, 가위 등을 사용해 상처를 내게 된다. 연령대로는 대개 20세가 되기 전인 12~14세에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청소년 시기에 자해에 노출되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있다.
청소년 자해는 최근 SNS 인증 문화를 발판삼아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해쉬태그(#) 자해’로 검색되는 게시물은 현재까지 3만8000여건에 이른다.
자해 사진만을 올리고 비슷한 계정하고만 소통하겠다고 설명을 닿아놓은 ‘자해계정’ 역시 넘쳐난다.
중앙자살예방센터가 지난 7월 국민참여 자살유해정보 클리닝 활동을 벌인 결과, 이같은 SNS 유해정보의 과반(56.7%)을 차지하는 채널은 인스타그램으로, 자해관련 사진 신고도 63%(4867건)으로 가장 많았다.
청소년 자해는 자해 커뮤니티 안에서도 10대의 일탈이나 모방심리로 해석되고 있다. 자극적인 사진을 올리고 관심을 끄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으로 자해계정을 운영하고 있는 A(22) 씨는 “고등래퍼에서 자해와 관련된 노래가 나왔을 때, 자해 커뮤니티 회원들이 10대 중심으로 크게 늘어나는 것을 느꼈다”며 “우울증이나 정신질환으로 자해를 시작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반항심이나 모방심 때문에 시작했다가 중독되는 경우도 보였다”고 말했다.
10대 청소년들이 특정 시기 방송된 또래 연예인의 컨텐츠 등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자해계정을 운영하는 10대 청소년의 이야기는 다르다. B(17)모 양은 “댓글과 메시지로 ‘관심종자 아니냐’, ‘죽고 싶은데 왜 SNS를 하고 있냐’는 반응들을 받을 때 화가 난다”며 “자해가 좋은 행동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이렇게라도 표현하고 버티려고 애쓰는 모습이 남들에겐 웃음거리라는 게 비참하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 역시 자해행위는 자살충동의 전조 증상이든, 단순한 모방심리로 인한 것이든 간에 청소년이 겪고 있는 심리적 문제와 연관된 중요한 징후로 봐야한다고 조언한다.
정동청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청소년의 자해 행위가 SNS 문화와 결합돼 확산되는 과정은 또래 집단에게 인정받으려는 측면도 일부 있을 것”이라면서도 “우울증 등 병리와 무관하게 단순히 관심이 받고 싶어서 하는 행동이라고 할지라도 가볍게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방식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와 교육제도 하에서 정상적이고 건전한 방식으로 인정욕구를 채울 수 있는 방법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단순한 일탈 행동으로 간주해 SNS를 규제하는 식의 개입은 반발심을 유발하는 등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자해 행위를 하는 청소년들에겐 대화 상대에게 신뢰를 형성하고 터놓고 얘기할 수 있도록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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