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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슈퍼리치 NOW] (22) 250년 크리스털의 전설 ‘바카라’ 3억대 샹들리에부터 1400만원 화병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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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1764년. 당시 프랑스 국왕이었던 루이 15세는 파리로부터 동쪽으로 약 400㎞ 떨어진 외딴 마을 바카라에 크리스털 공장을 지으라는 ‘어명’을 내렸다. 프랑스 왕실의 화려함을 한층 높여줄 공예품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초고급 크리스털 브랜드 ‘바카라(Baccarat)’의 탄생 스토리다.

그로부터 250년이 지난 현재까지 바카라는 ‘왕의 크리스털’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말뿐인 ‘왕’이 아니다. 1823년 프랑스 왕실위원회 의뢰를 받아 최초의 특별 주문제작 제품을 선보인 이래 지금껏 수많은 왕족과 국가 정상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루이 18세, 나폴레옹 3세를 비롯해 러시아 황제였던 니콜라스 2세,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 모나코 왕자 레니에와 그레이스 켈리 왕세자빈 등이 바카라 애호가로 유명하다. 칼 라거펠트, 돌체앤가바나 등 유명 디자이너도 바카라 열풍에 합류했다. 명품 브랜드 까르띠에는 전 세계 모든 매장에 바카라 크리스털 조명을 들여왔을 정도다. 국내에서는 그룹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의 바카라 사랑이 남다르다. 그가 제주도에 차린 카페 ‘몽상드애월’에는 바카라 크리스털 샹들리에를 비롯해 약 3억원 상당의 바카라 제품이 들어서 있다.

국내에도 물론 바카라 매장이 있다. 서울 용산에 있는 ‘메종바카라’를 필두로 최근에는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도 입점하며 공식 매장 개수를 5개까지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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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카라 크리스털 화병 ‘징코 피콕 베이스’. 전 세계 100개 한정판으로 가격은 약 1400만원이다. <사진 : 최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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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카라 없이 ‘샹들리에’도 없다

▷국내 최고가 3억5000만원

바카라 크리스털 제품 분야는 그 폭이 상당히 넓다. 작게는 소주잔만 한 크리스털 잔부터 주얼리, 화병, 대형 샹들리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그중에서도 ‘바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샹들리에다. 오히려 샹들리에가 바카라 덕에 빛을 봤다고 해도 무방하다. 샹들리에라는 조명 자체를 처음 만들어낸 게 바카라기 때문이다. 바카라 앞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여럿 따라붙는다. 프랑스 최초로 크리스털 조명을 개발했고 1896년에는 세계 최초 전기식 샹들리에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궁전의 ‘차르 칸델라브룸’을 만들어내며 조명 전기화를 이끌기도 했다.

바카라가 국내 판매하는 샹들리에 중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에트랑제 제니스’라는 이름의 샹들리에다. 현대 산업 디자인을 대표하는 세계적 디자이너 필립 스탁과 협업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지드래곤 카페 ‘몽상드애월’에 있는 것으로 유명한 바로 그 샹들리에다. 가격은 1억7730만원. 크리스털 조명 사이사이로 빛나는 녹색 사슴 머리 모양 크리스털 오브제가 인상적이다. 바카라 관계자는 “예로부터 사슴은 영험함과 신성함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집안의 무병장수와 관운, 승진운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 슈퍼리치 사이에서 인기가 각별하다”고 설명했다.

샹들리에라고 해서 늘 고귀하고 엄숙한 느낌을 주는 것은 아니다. 보기만 해도 웃음을 자아내는 재기 넘치는 샹들리에도 있다. ‘마리 코킨 샹들리에’는 마치 우산을 샹들리에로 탈바꿈시킨 듯한 모습이다. 천장 부분에 펼쳐져 있는 흰색 우산은 꼭 샹들리에 ‘전등갓’처럼 보이게끔 디자인됐다. 하단에 매달린 밤나무 우산 손잡이는 화룡점정이다. 물론 7131만원이라는 가격을 듣고 마냥 웃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국내 최고가 샹들리에는 사실 따로 있다. ‘너버스 제니스 샹들리에’다. 세계적 디자이너 루이스 캠벨이 디자인을 맡았다. 전 세계 50개밖에 없는 한정판이다. 가격은 무려 3억4950만원. 높이 170㎝, 무게 90㎏에 달하는 거대 조명이지만 우아하게 늘어트린 자태를 보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갈 듯 가뿐해 보인다.

바카라 관계자는 “샹들리에는 호텔이나 레스토랑 등 상업용 매장이 아니라 개인 주택에 더 많이 팔린다. 프라이빗 오더로 샹들리에를 주문하는 VIP 고객이 최근 더 늘어나는 추세다. 한남더힐 등 국내 최고가 아파트를 비롯해 펜트하우스, 천장이 높은 복층형 아파트 거주자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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➊ 지드래곤 카페 샹들리에로 유명한 ‘에트랑제 제니스’ ➋ 독특한 디자인으로 사랑받는 ‘마리 코킨 샹들리에’ ➌ 최고가(3억5000만원)를 자랑하는 ‘너버스 제니스’


▶잔·식기·화병 등 전방위 라인업

▷프랑스 장인이 100% 수작업

샹들리에 외에도 그릇, 잔, 촛대 등 테이블웨어 인기도 높다. 단순히 먹고 마시는 용도로만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요즘에는 바카라 잔을 전시하기 위한 디스플레이장을 따로 주문 제작하는 컬렉터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테이블웨어는 결혼식 혼수로도 인기가 높다고. 화병이나 오브제 등 아예 인테리어 소품으로 쓰이는 크리스털 제품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강준구 바카라코리아 대표는 “최근 슈퍼리치 관심사는 패션·자동차를 지나 라이프스타일로 넘어오는 추세다. 집에 있는 시간이 점차 늘어나고 트렌드가 오래 지속된다는 점에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개장한 소공동 롯데호텔서울 매장에서 ‘라이프스타일 고급화’ 트렌드를 엿볼 수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길을 끄는 것은 다름 아닌 빨간 장미. 이윽고 시선은 장미 수십 송이를 담고 있는 크리스털 화병에 쏠린다. 바카라 크리스털 화병 ‘징코 피콕 베이스’는 1995년 디자이너 토마스 바스티드가 디자인한 제품으로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100개만 한정 제작했다. 국내에는 단 1개만 들어와 있다.

바카라에 대한 슈퍼리치 관심이 높은 것은 단순히 비싼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 2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바카라 전통과 정통성에 높은 점수를 준다.

바카라 크리스털 제품은 모두 프랑스 장인이 직접 손으로 만든다. 모든 공정은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기술을 제대로 습득하는 데만 15년 이상이 걸리는 고난도 작업이다. 바카라를 두고 흔히 ‘제품이 아니라 작품’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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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카라는 샹들리에뿐 아니라 테이블웨어 등 라이프스타일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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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가치와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해 할인 행사도 최대한 지양하는 편이다. 대신 소수 슈퍼리치를 겨냥한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메종바카라 바에서 진행되는 ‘프라이빗 파티’도 그중 하나다. 10명 내외 소수 모임으로 진행되는 파티로 위스키, 칵테일, 와인, 티 등을 활용한 소규모 시음회를 진행하는 식이다. 여러 예술가와의 컬래버레이션 전시회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7월 간호섭 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학과 교수와 함께 개최한 ‘족자의 전시회’가 대표적이다. 전통 서예와 민화를 의상으로 재해석한 ‘족자의’와 서구적인 화려함을 물씬 풍기는 바카라 크리스털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간호섭 교수는 “소비는 허영소비와 가치소비로 나뉜다. 바카라는 명백한 후자다. 과시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집 안에 들여놓는 바카라 크리스털 제품을 살 이유가 없다. 크리스털 외길만을 걸어온 정통성과 높은 제품 퀄리티에 큰 만족감을 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준구 대표는 “바카라는 장인 정신과 희소성이라는 측면에서 높은 가치를 갖는다. 세계적 디자이너와 협업을 통한 한정판을 만들고 예술가들과 공동 전시회를 개최하는 배경도 여기 있다”고 말했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77호 (2018.10.03~10.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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