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3 (월)

[기고] 10·4 행사 3일간 평양서 `희망` 을 봤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10·4 선언 기념 민족통일대회가 10월 4~6일 평양에서 열렸다. 처음 평양을 다녀온 개인적인 소감은 한마디로 '따스한 맑음'이다. 남측 방문단을 태운 공군 수송기가 내는 굉음 '우웅'을 들으면서 '남과 북, 우리는 함께 웅비한다'를 생각했다. 돌아오는 수송기 안에서 '우웅'은 따스한 희망의 굉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10월 4일 민관 합동 남측 방문단 150여 명을 태운 3대의 대한민국 공군 수송기가 평양 순안공항에 착륙했다. 이 장면 자체는 내게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이제 남북 평화의 큰 물결은 거를 수 없는 대세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까지도 아주 맑았다. 실향민이었던 부모님 고향이 평양이어서 그런지 내 마음은 특별히 따스한 맑음이었다.

고려호텔 44층 회전식당은 1시간에 한 바퀴를 돈다. 사진은 찍지 못하지만 평양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행사장을 왕래하면서 보이는 고층 건물들은 보여주기 위해 만든 것인가 의심도 했지만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저 멀리 보이는 곳까지 아파트로 보이는 고층 건물이 빼곡했다. 웬만한 신도시 못지않게 보였지만, 한편으론 오히려 걱정도 되었다. 너무 급하게 경제 개발을 추구하다 보면 환경공해 등 도시 집중에 따른 부작용이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성공과 실패 경험 등을 공유하는 민간 차원의 정보 및 지식 교류가 하루빨리 이뤄져서 기왕이면 보다 스마트하게 경제 개발이 추진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행사 마지막 만찬에서 북측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의 건배사는 나를 또 다른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런 내용이었다. "정치적 이념, 경제 체제, 종교, 문화 등이 아무리 다를지라도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함께 노력하면 남북 평화의 시대는 꼭 올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앞에 놓인 음식 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들고 건배를 합시다!"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는 나도 생각하지 못한 건배 제안이었다.

북측이 먼저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보이려고 하는 것인가, 아니면 단지 전략적인 발언에 불과한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실이 무엇인지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북측이 먼저 내세웠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기도 했다. 이해관계가 다른 집단들은 서로 다른 사실을 보기 때문에 타협에 이르기 힘들다는 말이 생각난다. 남북 관계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논쟁에 잘 맞는 것 같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정부 차원에서 많은 이해집단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남북 평화 시대를 위한 변화 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지속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10·4 행사를 남북 공동으로 평양에서 추진한다고 결정한 이후 짧은 시간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남북 진행요원들 간 대화와 타협으로 행사 진행이 매끄럽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를 주는 것을 보면서 한층 따스한 마음을 느꼈다. 태풍으로 인해 마지막 날 평양 출발이 지연되어 동물원에서 평양시민들을 가까이에서 자연스럽게 마주할 수 있었는데, 이때도 따스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손을 흔들어주는 평양시민들에게서도 따스함을 느끼면서 오히려 내가 더 마음의 문을 닫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집단체조 공연을 보면서도 남북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장점을 잘 결합하면 오히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겠다는 따스함도 느껴졌다.

남북이 가진 각자의 장점을 잘 살리고 융·복합화해 나간다면 한반도가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메카로 웅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따스한 느낌을 가지고 3일간 평양 방문을 마쳤다. 그 느낌이 바뀌지 않도록 남북이 함께 손을 잡고 모든 난관을 극복해 나가기를 기도하는 마음이다. 부모님의 영혼과 함께한 3일간 평양 방문이었기에 적어도 개인적으로는 '우웅의 느낌'을 따스하게 간직하고 남북 평화 시대를 위해 아주 작은 일이라도 기여해 보고 싶다.

[강태영 포스코경영연구원 전문임원 사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