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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사설] 비핵화 먼 길 재확인… 한·미 공조 더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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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평양 찾아 김정은 면담 / 방북 전 ‘先비핵화’ 원칙 재확인 / 한·미 입장차 커진다는 우려 나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어제 네 번째로 방북해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와 비핵화·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한 담판을 벌였다. 북한이 취할 비핵화 조치들과 미국의 상응조치 등을 협의하고,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열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북·미 양측이 실무협상단을 구성해 비핵화와 북·미 정상회담 일정 등을 협의하기로 했다고 한다.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협상이 재개되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과 3시간30분간 면담하는 과정에서 덕담이 오갔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오늘은 양국의 좋은 미래를 약속하는 매우 좋은 날”이라고 하자 폼페이오 장관은 “매우 성공적인 오전(회담)을 보내 고맙다”고 화답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서울로 와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북한 방문에서 상당히 좋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함께 평양을 방문한 한 미국 관료는 “지난번보다 성과가 좋았지만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핵화를 위한 지난한 과정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방북하기 전 일본으로 향하는 길에서 북·미 정상 간 비핵화 합의에 대해 “완전하게 검증된 불가역적 방식으로 비핵화에 도달하고 나서 북한 주민들을 위해 더 밝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약속을 실행해 나가는 개념”이라며 ‘선(先)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했다. “일이 잘돼서 목표에 다다를 때 정전협정을 끝내는 평화협정에 서명하게 될 것이고 중국이 그 일원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과 만난 자리에서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원칙을 재확인하고,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압박을 지속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결국 미국의 협상 원칙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 이행이 완료되는 시점에 남·북·미·중 평화협정으로 북한 체제 보장을 하되, 그때까지는 대북제재를 늦추지 않겠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의 비핵화 협상 원칙은 다소 모호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 속도를 높이기 위해 미국이 대북제재 완화, 종전선언, 인도적 지원,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 등의 상응조치를 취할 것을 제안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북한 핵 신고를 뒤로 미루고 영변 핵시설 폐쇄와 종전선언을 맞바꾸자는 중재안을 내놨다. 미국의 단호한 비핵화 원칙과 결이 달라 향후 북·미 협상 중재 과정에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반도 휴전을 감독하는 유엔군사령부의 웨인 에어 부사령관은 “종전선언은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을 문제로 삼는 ‘위험한 비탈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엔사 입장에서 합리적 수준의 우려를 제기한 것이지만, 정부는 이런 문제에 무관심한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 개선에만 정신이 팔려 정작 중요한 국가안보에 큰 구멍이 뚫리는 줄도 모른다는 지적이 있다. 한·미동맹이 흔들리면 안보의 들보가 무너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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