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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사설] 개혁은 않고 쓰자는 판이니 공공기관 부채 늘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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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빚이 5년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기획재정부의 ‘2018∼2022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39개 주요 공공기관 부채는 올해 8조원 넘게 늘어 480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공공기관 개혁’으로 2013년 정점을 이룬 뒤 4년간 감소한 공공기관 부채가 다시 불어나기 시작했다. 2022년에는 539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매년 13조원 이상 부채의 눈덩이가 구르고 있다는 얘기다

부채가 느는 것은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를 외치며 무작정 인원을 늘리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대거 전환한 결과다. 성과연봉제마저 폐지했으니 ‘신의 직장’ 공공기관에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고, 비용은 급속히 늘 것도 빤한 이치다. 개혁은 않고 다들 쓰자는 판이니 빚이 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부채 증가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정부 시책을 따라야 하는 공기업일수록 더 심했다. 한국전력의 부채는 올해 55조4000억원에서 2022년 75조3000억원, 한국수력원자력은 32조2000억원에서 37조2000원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탈원전’ 구호 아래 값싼 원전을 비싼 LNG·석탄·태양광으로 대체한 탓임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는 같은 기간에 22조3000억원, 한국도로공사는 6조5000억원 불어난다.

공공부문 부채(D3)를 기준으로 한 나랏빚은 2016년 말 이미 1036조원에 달했다. 올해 말에는 1100조원을 크게 웃돌 것이라고 한다. 빚을 줄여도 모자랄 판에 정부가 거리낌 없이 빚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주부도 이런 식으로 살림을 하지 않는다. 수입과 부채를 고려해 지출 계획을 짠다.

공공기관 빚은 결국 국민이 떠안아야 한다. 적자가 확대되고 빚이 늘어나면 전기요금·도로통행료·아파트 임대료 등 각종 요금 인상 형태로 국민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책임 있는 정부라면 국민의 부담을 생각해 함부로 빚을 늘려선 안 된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재정건전성 목표를 마련하고 부채를 줄여나가야 한다. 대책 없이 쓰고 보자는 식은 도덕적 해이의 극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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