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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사설] 남북관계 악화 책임 南으로 돌리는 北의 적반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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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고압적 언행이 가관이다. 북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은 그제 평양 ‘10·4 선언 발표 11주년 기념 민족통일대회’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이 지금껏 중단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반통일 세력들에 의해 10·4 선언을 비롯한 모든 북남 사업이 전면 부정당하고 북남 관계는 최악의 파국으로 됐다”고 했다. 남북관계 악화 책임을 호도한 것이다.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것은 2008년 7월이다. 대한민국 관광객 고 박왕자씨 피살 사건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고인은 당시 금강산 산책길에 북한군 조준사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북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후속조치가 있어야 했던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북한은 관광 담당기관 담화를 통해 “사망사고는 유감이지만 책임은 전적으로 남측에 있다”고 했다. 진상조사는 불허했고, 정부 전화통지문 수신도 거부했다. 리 위원장은 이를 두고 ‘반통일세력’ 운운했다. 2016년 2월 결정된 개성공단 사업 중단의 책임 소재도 명확하다. 북한은 그에 앞서 유엔 등 국제 결의에 반하게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실험을 자행했다.

북한이 기초적 사실관계마저 흐리면서 적반하장 행태를 보이면 문재인정부도 할 말은 해야 한다. 하지만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평양 발언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의 환경이 마련되는 대로 정상화한다”는 수준에서 그쳤다. 북측은 옛 비극에 대해 큰소리를 치고, 남측은 침묵한 것이다. 리 위원장은 남북 고위급 회담 대표단 협의에 조 장관이 늦자 “단장부터 앞장서야지 말이야” 하면서 대놓고 타박하기도 했다.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회담 취소를 밥 먹 듯해온 북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거듭 혀를 차게 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보도진에게 “국가보안법 등을 어떻게 할지 논의해야 하고, 남북 간 기본법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국가안보를 지키는 기본 법제를 하필 평양에서 흔든 것이다. 이 또한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평양 권력을 의식했다면 이런 저자세가 따로 없고, 그런 게 아니라면 시간·장소를 가리는 분별력이 아쉽다는 비판을 살 수밖에 없다. 5000만 국민과 북한 중 어느 눈치를 보는 것인가. 정부 여당에 엄중히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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