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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사우디 유명 언론인, 터키 영사관서 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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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 비판한 ‘카쇼기’ 실종

언론 “살인전문팀 넘어와”

사우디 “소재 파악 중” 부인

사우디아라비아 망명 언론인 자말 카쇼기(59)가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에서 살해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터키 경찰이 밝혔다. 카쇼기는 지난 2일 오후 1시30분쯤(현지시간) 터키 국적 약혼자와의 혼인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떼러 이스탄불 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실종됐다. 실종 직후부터 그가 영사관에 억류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터키 경찰 관계자 2명의 말을 인용해 “계획적으로 살해가 이뤄졌고, 시신은 비밀리에 영사관 바깥으로 빼돌린 것으로 보인다”고 7일 보도했다.

전날 워싱턴포스트도 터키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15인조 ‘살인전문’ 특수팀이 사우디에서 넘어왔으며, 카쇼기는 “계획에 따라 살해당했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은 이들 15인조 팀이 비행기 2개편에 나눠 타고 카쇼기 실종 당일 이스탄불에 도착했으며, 카쇼기가 영사관을 방문한 당시에도 같은 장소에 있었다고 전했다.

사우디는 의혹을 전면 부인한다. 무함마드 알오타이비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는 6일 로이터통신 기자들을 불러들여 영사관 건물 안을 안내했다. 그는 “카쇼기는 영사관 안에도 사우디 본국에도 없다. 우리도 그의 소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 실세 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은 지난 3일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우리도 카쇼기의 행방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카쇼기는 사우디 출신 저명 언론인이다. 사우디 영자지 아랍뉴스 부편집장, 일간 알와탄 편집장을 지냈다. 수차례에 걸친 오사마 빈라덴 인터뷰로 특히 유명하다. 카쇼기는 왕실 인사들과도 친분이 두터웠다. 미국 주재 사우디 대사 등을 지낸 투르키 알파이잘 왕자의 언론 담당 고문으로 일했다.

왕실 억만장자 알왈리드 빈탈랄은 2015년 아랍어 위성방송 알아랍을 개국하면서 그에게 보도국장 자리를 맡겼다.

카쇼기는 지난해 9월 사우디를 떠났다. 무함마드가 왕위계승 서열 1위인 왕세자 자리에 오른 지 석 달 만이었다. 왕실 지각변동 이후 신변 안전을 우려한 선택이었다.

카쇼기는 미국 워싱턴에서 체류하며 워싱턴포스트에 꾸준히 칼럼을 게재했다. 예멘 내전, 카타르 단교, 캐나다와의 분쟁 등 이슈마다 무함마드를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우디 지도부는 카쇼기를 특히 위험한 인물로 간주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가 계속해서 왕실을 비판하는 것을 가만둘 수 없었다는 얘기다.

카쇼기 사건으로 사우디와 터키의 관계도 악화하고 있다. 터키 외무부는 지난 3일 자국 주재 사우디 대사를 소환했다. 사우디의 카타르 단교 때 터키는 카타르를 두둔했다. 알자지라는 “단교 사태 후 소원해진 양국 관계가 한층 더 경색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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