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는 익명을 요구한 현지 경찰관 2명을 인용, "터키 당국은 사우디에서 파견된 15명의 암살팀이 영사관 내에서 카쇼기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제보자는 WP에 "이는 미리 계획된 살인이었다"고 말했다. 또 독일 DPA통신은 카쇼기의 지인이 "범인들이 살해 후 시신을 토막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터키 당국은 7일 오후 구체적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 시위자가 2018년 10월 5일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 앞에서 실종된 사우디아라비아 국적 언론인 자말 카쇼기의 사진을 들고 있다. /WP |
앞서 카쇼기는 지난달 28일 실종 직전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 건물 바깥에서 기다리는 자신의 약혼자 하티제 첸기즈에게 자신이 다시 돌아오지 않으면 터키 집권당원에게 전화하라는 말을 남기며 휴대전화를 두고 떠났다고 한다. 4시간 넘게 카쇼기를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자 첸기즈는 터키 경찰을 부른 것으로 전해졌다.
카쇼기는 지난해 9월 사우디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탄압을 피해서 자국을 떠나 미국에 머물러왔다. 카쇼기는 최근 1년 동안 WP 칼럼을 통해 사우디 정부의 캐나다 정책과 카타르 봉쇄 조치, 예멘 공습 문제 등을 비판했다. 카쇼기는 아랍 방송 정치 토크쇼에도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그는 미국과 영국 주재 사우디 대사를 지낸 투르키 알-파이살 전 사우디 정보국장의 자문을 맡은 인물이기도 하다.
WP는 "카쇼기가 사우디 정부 주도로 살해됐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빈 살만 왕세자가 비판 세력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있음을 증명하는 셈"이라며 "지난 몇 년간 탄압을 피해 이스탄불에 정착한 아랍 출신 반정부 인사들은 이번 일로 인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사우디 총영사관 측은 이날 오후 사우디 국영통신사 SPA를 통해 성명을 내고 "카쇼기가 영사관에서 살해당했다는 보도를 일축한다"며 "근거 없는 주장을 강력히 비난한다"고 했다. 이어 "사우디 왕국은 누구든 상관없이 국민의 안전과 복지를 지킬 것이며, 해당 사건에 관해 완전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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