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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이수연 PD의 방송 이야기] 개편은 끝나지 않는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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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수연 TV조선 시사제작부 PD


시간 날 때마다 챙겨보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출연자들이 여행에서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는 일명 '관찰 예능'인데, 어쩐지 최근엔 예전만큼 재미가 없다. '저 사람은 저길 왜 따라갔을까?' 싶게 겉도는 출연자가 있는가 하면, '저건 대본인가?' 싶은 어색한 행동도 곳곳에서 보인다. '곧 개편을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청자가 이런 느낌이 들 정도면 아마 제작진은 벌써 예전부터 개편을 고심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시청률이 꽤 잘 나오는데도 '손질할 때가 됐다'고 제작진이 먼저 촉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가령 위에 언급한 대로 어색한 장면이 곳곳에서 연출된다거나 초심을 잃고 PPL(제품 간접광고)이 스토리보다 더 눈에 띄는 낯부끄러운 상황 등이 그렇다. 예능이나 시사 교양 프로그램 모두에 해당되는 얘기다.

개편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출연진을 교체하는 것이다. 방송도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니만큼 출연진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느냐가 프로그램 분위기를 좌우한다. 이를 방송가에선 흔히 '합(合)' 또는 '케미(chemistry의 준말)'라고 하는데, 시청률 하락세를 보이다가도 출연자 일부를 교체해 '합이 좋은 프로그램'으로 반등에 성공한 경우가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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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출연자 합도 나쁘지 않은데 시청률이 하락할 때가 있다. 이럴 땐 구성을 고민해야 한다. 처음엔 신선했던 구성도 우후죽순 비슷한 프로그램이 생겨나면 식상해진다. 또 소재가 고갈돼 '저거 지난번에 봤던 것 아닌가?'란 기시감이 드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땐 구성에 변화를 주거나, 그래도 회복될 기미가 안 보인다면 과감히 폐지도 고려해야 한다.

추석 이후는 전통적인 방송 개편 시기이다. 연휴에 선보였던 파일럿 중 반응 좋은 프로그램들이 자리를 잡는다. 그래서인지 요즘 몇몇 프로그램의 출연진이 바뀌거나 아예 폐지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시청자 취향이 다르니 개편을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지만, 변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제작진의 고민도 엿보인다. 흔히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그 하늘 아래에서도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제작진의 끝나지 않는 숙제이다.

[이수연 TV조선 시사제작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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