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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트럼프 “이란과 경제ㆍ영사관계 파기”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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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J의 “인도주의 분야 대이란 제재는 철회하라” 명령에 반발

한국일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3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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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63년 역사를 지닌 ‘미ㆍ이란 친선, 경제관계 및 영사권 조약’의 파기를 3일(현지시간) 선언했다. 미국의 대(對)이란 경제 제재 복원과 관련,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인도주의 분야 제재를 철회하라고 명령하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지금도 냉각 상태에 있는 미ㆍ이란 관계가 더욱 더 얼어붙게 될 전망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이란과의 경제관계와 영사권을 확립한 1955년 협정을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란은 ICJ를 정치적 선전의 목적으로 오용하고 있다”면서 “이 조약의 폐기는 이미 행해졌어야 했는데도, 수 십년이나 늦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란의 외교적 고립을 위한 트럼프 행정부 조치의 강도가 더 세진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발언은 같은 날 내려진 ICJ의 판결에 대한 미국의 대응책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ICJ가 (자신들은) 미국의 제재 관련 명령을 내릴 권한이 없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 게 실망스럽다”면서 ICJ 판결을 직접 비판하기도 했다. 앞서 이란은 트럼프 행정부가 2015년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한 이후 재개한 경제제재에 대해 “양국 간의 친선 조약을 위반한 것으로, 이를 중단시켜 달라”며 ICJ에 소송을 냈다. 그리고 ICJ는 이날 “미 행정부는 의약품과 의료장비, 식료품, 농산품, 안전한 민간 비행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장비 및 부품을 이란으로 수출하는 데 장애가 되는 제재를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는 데 재판부가 만장일치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또 대이란 압박의 일환으로 ‘ICJ 제소에 활용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빈 조약에서도 탈퇴하기로 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란, 특히 팔레스타인이 ICJ에 미국을 고소하는 데 ‘외교관계에 관한 빈 조약 수정안’이 활용할 수 있다”며 “근거 없는 정치적 주장 제기를 미국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불량 정권(rogue regime)”이라고도 덧붙였다.

ICJ의 판결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게 아니어서, 미국이 반드시 이를 따라야 하는 의무는 없다. 그러나 이란으로선 ICJ의 판결이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리라는 기대를 가질 만한 데다, 이란이 애초 원했던 ‘제재의 전면 해제’까진 아니라도 “도덕적 승리를 주장하기엔 충분했다”고 WP는 평가했다. BBC도 “이번 결정은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이란과의 거래를 중단했던 유럽 기업들이 인도주의 품목과 관련해선 다시 거래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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