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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트럼프 유엔 연설에 드리운 신냉전 그림자...거세진 사회주의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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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나라, 사회주의 저지해야"...’중국 특색 사회주의’ 강조 시진핑 자극
"국가안보 위해 외자투자 심사 강화...다른 나라도 같이 하길 원해"
"중국의 시장왜곡 참을 수 없어...미국의 富 더 이상 강탈당하지 않을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4개 국가명을 직접 거론하며 비판의 대상에 올렸다. 중국 이란 베네수엘라 시리아다. 취임후 처음 지난해 9월 가진 유엔총회 연설에선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 시리아 등을 불량국가(Rogue Nation)로 지목했다.

하지만 올 6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미북 정상회담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연설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취한 조치와 용기에 대해 감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 73차 유엔 총회 연설에서 중국 비판에 적지 않은 부분을 할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연설은 미국이 2000억달러 중국산 수입상품에 10% 추가관세를 부과한지 하루 뒤 이뤄졌다. 중국 정부가 전날 ‘미중 무역마찰의 사실과 중국 입장’이라는 백서를 8개국어로 펴낸 뒤 이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통해 트럼프 정부를 비판한 직후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일각에서 제기돼온 신(新)냉전의 그림자를 짙게 했다는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연설에 이어 올해에도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비판했지만 그 강도를 키운데다 세상의 모든 나라들이 사회주의를 저지해야한다고까지 호소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19차 당대회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마르크스주의 중국화의 최신 성과라며 중국의 사회주의 제도를 부정하는 모든 언행을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어 중국 공산당은 인류를 위해 새로운 보다 큰 기여를 하는 것을 늘 사명으로 간주해왔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5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사회주의 가치를 중시해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자극하는 행보라는 관측이다. /조선 DB


트럼프 대통령은 지구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중 하나였던 베네수엘라에서 인간 비극을 목도하고 있다며 사회주의가 석유가 풍부한 나라를 파산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상 모든 곳에서 사회주의나 공산주의가 시도됐지만 고통과 부패를 만들어냈고, 사회주의 권력에 대한 갈증이 팽창과 침략 억압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세계 모든 나라들이 사회주의와 그 것이 모든 사람에게 가져온 고통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특색사회 주의로 개혁개방 40년 7억명을 빈곤인구에서 벗어나게했다는 자부심을 갖는 중국 당국으로선 수용하기 힘든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되레 이번 연설에서 자유사회 인도가 셀 수 없는 수백만명을 빈곤층에서 벗어나 중산층에 진입시켰다는 사실을 부각시켰다. 미국은 시 주석이 제창한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에 대항할 인도 태평양 투자계획에 인도를 합류시키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는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일대일로 참여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5대 대통령인 제임스 먼로 이후 외국의 간섭을 거부한 게 미국의 공식 정책이 돼 왔다고 언급한 것도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겨냥했다는 지적이다. 1823년 당시 미국 대통령 먼로는 연두교서에서 러시아의 태평양 진출과 유럽의 아메리카 대륙 간섭을 거부하는 고립주의를 주창했다. 일대일로 건설 등을 통해 중국이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먼로주의를 언급 한 직후 미국이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외자투자에 대한 심사 법을 강화한 사실을 꼽은 게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미국의 외자투자 심사 강화는 주요 산업에 대한 중국 투자를 거부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총회 참석 정상들을 향해 당신들도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같은 일(외자투자 심사 강화)을 하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반구는 팽창주의적인 외국의 침략으로부터 독립을 유지하려고 해왔다고 강조하고, 글로벌리즘의 이데올로기를 거부하고 애국주의 독트린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영원히 팽창주의를 추구하지 않겠다며 글로벌화를 강조해온 시 주석을 자극하는 또 다른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불공정 교역 관행을 비판할 때 사용해온 약탈논리도 반복했다. 일부 국가들이 개방을 악용해 상품을 덤핑하고, 자국 제품에 보조금을 주고, 자국 통화를 조작해 미국에 불공정한 이득을 취했다는 것이나 세계무역기구(WTO)의 기초가 되는 모든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거나, 정부 주도 산업계획과 국유기업을 이용해 자기들에 유리하게 시스템을 조작하고, 강제 기술이전과 지재권 도둑질을 하고 있다는 주장은 중국을 겨냥할 때 사용하던 표현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중국이 (2001년) WTO에 가입한 이후 미국이 모든 철강 일자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300만개 제조업 일자리와 6만개 공장을 잃었다며 지난 20여년간 쌓인 무역적자가 13조달러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그런 날들은 이제 지났다며 더 이상 그런 악용을 참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근로자들이 희생되고, 미국 기업들이 속임을 당하고, 미국의 부(富)가 약탈당하고 이전되도록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수입상품 2000억달러어치에 관세 부과를 발표해 지금까지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에 추가관세를 부과한 사실을 상기시키고, 나의 친구 시 주석에 대한 큰 존경과 애정을 갖고 있다면서도 교역 불균형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시장 왜곡과 그들이 거래하는 방식을 참을 수 없다고도 했다. 미국은 결코 자국 시민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사과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강조했다.

중국은 백서를 통해 무역전쟁에 임하는 첫번째 입장으로 국가의 존엄과 핵심이익 수호를 꺼냈다.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이 끝을 알 수 없는 신냉전의 구도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추진과 관련 3개국 정상에 고마움을 표시했지만 시 주석을 문재인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다음 순으로 거론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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