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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재용 부회장이 점찍었던 '만능 LED'산업 왜 못떴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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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광다이오드(LED) 영역이 커지고 있다. 조명을 넘어 농업·의료·미용·헬스케어까지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LED는 전기가 흐르면 빛을 내는 반도체다. 자외선(파장 범위 400㎚ 이하), 적외선(700㎚ 이상), 가시광선(380~800㎚) 등 모든 빛을 낼 수 있다. 그간 전구를 대신하는 조명으로만 인식됐던 LED는 자외선(UV) 영역이 부각되면서 다양한 영역에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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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전구.


가장 먼저 관심을 받은 기능은 살균이다. 수은이 포함돼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자외선 살균 램프를 대신할 자외선 LED 소독기가 나왔다. 예컨대 식중독을 유발하는 살모넬라균을 3.4초 만에 99.9% 없앨 수 있다. 흐르는 물이나 공기를 살균할 수 있어 정수기나 정화조 등에 쓰일 수 있다.

피부 미용 관리에도 활용된다. LED 빛을 피부나 근육세포에 쪼이면 평소보다 3배 빨리 성장한다. LED를 피부에 쬐면 콜라겐과 엘라스틴의 생성이 촉진돼 주름 발생을 억제하고 피부의 탄력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LG전자가 내놓은 LED 마스크도 이런 원리다. 손톱에 바른 젤 매니큐어를 건조하는 조명도 UV LED다.

햇빛을 대신해 식물을 키우는 데도 사용된다. 광합성 촉진에 최적화한 660㎚ 파장에 맞춘 작물 재배용 LED다. 삼성전자, LG이노텍 등이 지난 7월에 해당 제품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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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대신 LED가 식물 생장에 필요한 광합성을 제공하는 LED 식물재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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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임새가 다양해지면서 세계 LED 산업은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자이온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LED 시장은 2016년 260억9000만 달러(약 약 29조원)에서 2022년 542억8000만 달러(약 60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세계 조명시장에서 2013년 6%에 불과했던 LED 비중(스태티스타)은 지난해 35%, 2019년 53%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세계 LED 자외선 시장은 2016년 1억5200달러(약 1640억원)에서 2021년 11억1800만 달러(1조2000억원)로 7배 이상 커질 전망이다.

LED는 1962년 미국 제네릭일렉트릭(GE)이 처음 개발했다. 2000년대 들어 상용화된 LED는 폭발적으로 성장해 단숨에 백열전등을 누르고 조명 시장의 선두자리에 올랐다. 백열전구보다 수명이 20배 오래 가고 전기료도 더 쌌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LED는 유망산업이었다. 삼성전자는 2010년 태양광?자동차용 전지?의료기기?바이오와 함께 5대 신수종사업으로 선정했다. 재계 관계자는 “당시 삼성전자 사장이었던 이재용 부회장도 LED를 차세대 먹거리로 점찍으며 성장 가능성이 큰 사업으로 봤다”고 말했다.

국내 LED 산업에 제동이 걸린 것은 2011년이다. 당시 정부가 LED를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삼성이나 LG 등 대기업이 접근할 수 없는 분야가 됐다. 국내에서 이력을 쌓을 수 없었던 데다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에 밀린 대기업은 해외 시장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 결국 삼성전자는 2014년 10월 LED 조명 해외 영업을 접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LED 산업은 투자 자금이 많이 필요한 자본 집약적 분야라 중소기업 주도로 성장할 만한 산업이 아니었다”며 “규제에 묶인 대기업은 물론 기술력과 자본이 부족했던 중소기업도 몇 년이 지나자 대부분 사업을 접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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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이나 여드름 개선 효과가 있는 LED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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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LED가 중소기업적합업종에서 빠지면서 대기업 진출 문이 열렸지만, 뒤늦게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다. 2011년 국내 대기업이 빠진 국내 LED 시장에선 이미 필립스?오스람 등 다국적 기업이 80% 이상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인 LED 인사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LED 시장 점유율은 일본 니치아가 16.2%로 1위다. 독일 오스람(12.3%), 미국 루미네즈(8.2%), 중국 MLS(7.4%)에 이어 서울반도체(6.8%), 삼성전자(6.6%), LG이노텍(2.3%)이 각각 5위, 6위, 9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광산업진흥회는 내년 국내 LED 시장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LED 적용 영역이 다양해지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고기능?고부가가치 LED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영사기 없는 영화관 ‘시네마 LED’를 미국과 중국에 출시했다. 지난달엔 가로?세로 크기가 100㎛(100만분의 1m) 이하인 LED 광원으로 만든 마이크로 LED TV ‘더월’을 선보였다. LG이노텍도 UV LED를 적용한 의료?바이오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초기 시장은 놓쳤지만, 적용 분야가 무궁무진한 만큼 신기술로 시장을 이끈다면 효자 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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