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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새 FTA 규정대로면… 론스타, 한국에 또 소송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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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24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결과문에 서명했다. 이번 한·미 FTA 개정으로 미국 기업이나 투자자가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 제도(ISDS)를 악용한 소송을 남발할 수 없도록 제한된다. 다만 자동차 분야에선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철폐 시기가 20년 연기됐다.

투자자·국가 간 소송 중복 제소 제한

한·미 양국은 ISDS를 악용한 소송을 제한하고, 정부의 정당한 정책 권한을 보호하기 위한 요소를 협정문에 반영했다. ISDS는 상대국에 투자한 투자자가 상대국 정부 정책으로 이익을 침해당했을 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이를 악용해 거액의 국가 배상을 노린 소송이 빈발했다. 이번 개정을 통해 양국은 정부의 특정 조치에 대해 이미 다른 투자 협정을 통해 소송이 제기된 경우 같은 사안에 대해 한·미 FTA를 통해 다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2012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벨기에 투자보호협정을 근거로 외환은행 매각 승인 지연과 과세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은 이번 개정에 따라 론스타가 한·미 FTA를 근거로 또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없게 됐다. 또 '정부 정책은 외국 기업과 국내 기업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근거로 외국 기업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해당 정부 정책이 환경 보호, 중소기업 보호 등 공공복지를 위한 것인지를 고려해 차별 여부를 판단키로 했다.

개정안은 또 미국이 덤핑 등 한국 기업에 대한 무역 구제(수입 규제) 조사를 할 때 조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반덤핑·상계관세율 계산 방식을 공개하고, 현지 실사 절차를 두도록 규정했다.

픽업트럭 관세 철폐 시한 20년 연장

자동차 분야에선 미국의 요구를 수용했다. 애초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25% 관세 철폐 시기를 2021년 1월 1일로 규정했지만 2041년 1월 1일로 20년 연기됐다. 한국산 픽업트럭의 미국 시장 진출이 그만큼 늦어지는 셈이다.

조선비즈



또 미국산 자동차는 한국 안전 기준에 미달해도 미국 기준만 맞추면 업체별로 연간 5만대까지 한국에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업체별로 연간 2만5000대까지만 허용했다. 미국산 자동차를 수리하기 위한 교체 부품도 미국 안전 기준만 충족하면 우리나라 안전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했다. 다만 우리 규제 당국의 사후 관리와 긴급 조치 권한을 규정했다.

글로벌 혁신 신약 약가 제도 개선, 원사 등 원산지 예외 인정 추진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개정 중인 '글로벌 혁신 신약 약가 우대 제도'는 한·미 FTA에 합치하는 방향으로 올해 말까지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국내 보건 의료 향상에 기여도가 높은 신약 값을 높게 책정해주는 제도이지만, 미국은 한·미 FTA 원칙에 어긋나는 차별적 조치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한·미 양국은 앞으로 차별적이지 않고 공평한 방식으로 제도가 운영되도록 개선안을 마련키로 했다. 그러나 제약업계에서는 미국의 신약이 약가 우대를 받으면 미국뿐 아니라 다른 글로벌 다국적사의 의약품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종전 한·미 FTA에서 의류는 원산지 규정이 원사(실) 등이 모두 한국이나 미국에서 생산돼야 관세가 붙지 않지만 앞으로는 공급이 부족한 원사 등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한국이나 미국이 아닌 제3국 생산 원료를 사용해도 원산지 예외 인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개성공단 정상화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안준호 기자(liba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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