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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블랙홀에 빠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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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올해로 세 번째 행사인데 점점 쪼그라드는 느낌입니다."

오는 28일 시작하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에 참가하는 대형 유통업체의 한 고위 임원은 "올해 행사 예산이 줄고, 참가 기업 수도 대폭 감소해 행사에 불이 안 붙을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정부가 2015년부터 진행해온 대규모 세일 행사로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11월 넷째 주 금요일)를 벤치마킹했다. 소비 진작과 내수 활성화, 소상공인 지원 등을 목표로 한다. 참가 기업들은 특별 할인 행사를 열고, 전국 각지의 전통시장에서 소비자를 유치하기 위한 이벤트가 벌어진다. 그러나 올해는 행사 예산이 작년보다 32.4% 줄고, 참여 업체 수도 절반 정도로 감소했다.

◇예산 대부분이 연예인 이벤트

25일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실(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제출받은 '2018 코리아 세일 페스타 예산 내역'에 따르면 올해 이 행사에 배정된 예산은 34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작년 예산 51억원의 67.6% 수준이다. 1년 만에 예산 32.4%가 깎였다. 업계에서는 "전 정권 때 시작된 행사라는 '낙인'이 찍혀서 유명무실해지는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코리아 세일 페스타 예산은 전통시장과 중소기업의 행사 참여를 지원하는 '소상공인 참여 지원'과, 행사를 알리는 등의 '기획 및 홍보'로 나뉜다. 행사 취지에 가까운 예산은 소상공인 참여 지원 예산이다. 그러나 지난해 27억7800만원이었던 소상공인 참여 지원 예산은 올해 13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54.5%에서 37.7%로 떨어졌다.

반면 기획 및 홍보 예산은 같은 기간 23억2200만원에서 21억5000만원으로 1억7200만원 줄어드는 데 그쳤다.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5.5%에서 62.3%로 오히려 증가했다. 대부분 행사 모델(아이돌 그룹 샤이니 민호)과 27일 열리는 전야제 초청 가수(레드벨벳, 엑소 등) 섭외비 등 일회성 이벤트 비용이다. 산업부는 "전체 예산이 줄어 기획이나 이벤트 비용 등도 함께 줄였지만 한계가 있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올라가게 됐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산 절반 이상이 홍보에 쓰이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구조"라고 했다.

◇참가 기업 수 반 토막

예산뿐 아니라 올해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에 참가하는 기업 수도 작년보다 대폭 줄었다. 올해 행사에 참가하는 업체는 총 231개(유통 96개, 제조 84개, 서비스 51개)다. 작년 446개(유통 192개, 제조 115개, 서비스 139개)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소비의 주된 경로인 백화점·온라인 쇼핑몰 등 유통업체와 숙박·교통·외식업체 등 서비스업체의 참여가 크게 줄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단기 이벤트에 치중하기 때문에 업체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며 "할인율을 소폭 늘리고, 전통시장 행사에 물품을 지원하는 선에서 '방어선'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비자들이 현장에서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접할 기회가 크게 줄었다"고 했다.

행사 기간도 작년의 3분의 1로 짧아졌다. 작년에는 34일(9월 28일~10월 31일)이었지만, 올해는 10일(9월 28일~10월 7일)이다. 산업부는 "행사 기간이 너무 길어 임팩트가 적다는 지적에 따라 올해는 기간을 줄였다"고 밝혔다. 올해는 정작 소비가 몰리는 '추석 대목'에서 비켜 있다. 한 유통업체 임원은 "소비자들이 돈을 쓰는 추석 연휴 기간과 겹쳤다면 더욱 시너지를 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성태윤 교수는 "이벤트·홍보 위주로 가다간 껍데기만 남은 행사가 될 것"이라며 "취지를 살리려면 소상공인 지원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내년 코리아 세일 페스타 예산도 올해보다 대폭 줄인 20억원대로 책정했다.




이동휘 기자(hw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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