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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융프라우 철도 CEO "정상 도달 시간 절반 단축...세계적 관광지도 혁신해야 살아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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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대표 관광지 융프라우 정상까지 올라가는데 걸리는 시간을 절반으로 단축하겠다."

지난달 서울에서 만난 우르스 케슬러(Kessler) 융프라우 철도회사 최고경영자(CEO)는 "세계적인 관광지도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융프라우 철도회사는 ‘유럽의 지붕(Top of Europe)’으로 불리는 스위스 알프스 산맥 정상인 융프라우요흐(해발 3500m)까지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열차를 운영하는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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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를 오르는 융프라우 열차 / 스위스관광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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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프라우 철도회사는 앞으로 3년간 ‘V-케이블웨이 프로젝트’에 약 4억7000만 스위스프랑(약 5400억원)을 투자해 관광객을 더 빨리 융프라우요흐까지 운송할 수 있는 첨단 운송 시설을 구축한다. 핵심은 V자 모양의 고속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 2020년 12월 완공이 목표다.

케슬러 CEO는 "인터라켄과 융프라우요흐를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기존 2시간17분에서 1시간30분으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동안 융프라우요흐에 오르려면 그린덴발트(Grindelwald·위치 아래 지도 참조)에서 열차를 갈아타고 클라이네 샤이텍을 거쳐 아이거글렛처(Eigergletscher) 등을 경유해야 했으나, 고속 케이블카 ‘아이거 익스프레스’가 개통되면 곤돌라를 타고 곧바로 그린덴발트에서 아이거글렛처로 15분 만에 이동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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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프라우 철도회사가 5400억원을 투자한 ‘V-케이블웨이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융프라우요흐까지 올라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47분 가량 단축된다/ 융프라우 철도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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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융프라우를 찾은 관광객은 104만명을 넘어섰다. 전년 대비 13.6% 증가했다. 성장은 중국, 한국 등 아시아 관광객이 이끌었다. 한국에서 융프라우요흐는 ‘눈 덮인 알프스 산맥을 바라보며 컵라면 먹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한국인 관광객은 한국 대행사 홈페이지에서 신청해 받은 쿠폰을 컵라면과 바꿔 먹을 수 있다.

케슬러 CEO는 1987년부터 매년 한국을 방문해 현지 여행 시장 동향을 조사했고, 이 결과 융프라우요흐 매점에 컵라면을 도입하고 스위스 철도회사 중 최초로 한국어 안내방송을 시작했다. 케슬러 CEO는 "한국인의 컵라면 사랑이 남다르다고 느껴 산 정상에서 판매하기로 했다"면서 "지금처럼 관광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는 이런 차별화가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융프라우 철도회사 야심작인 ‘V-케이블웨이 프로젝트’는 융프라우 전체 지역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복합프로젝트다. 고속 케이블카 신축 외에도 새로운 역과 터미널 건설, 식당가·쇼핑몰 설립, 파노라마 열차 운행 등을 포함한다.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케슬러 대표는 지난 6년간 지역 주민과 스위스 정부를 설득해야 했다.

그는 "스위스는 친환경 정책이 강한 나라"라면서 "그린덴발트 마을과 베른시, 스위스 정부의 환경 관련 규제가 각기 달라 3단계에 거쳐 설득을 해야했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허가를 받기 위해 2014년에는 132일 동안 그린덴발트를 찾아가 마을 주민에게 프로젝트의 장점을 알리며 설득했다. 주민투표도 수차례 했다. 융프라우 철도회사는 우여곡절 끝에 허가를 받아냈고, 지난 7월부터 착공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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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스 케슬러(Kessler) 융프라우 철도회사 대표는 1987년 융프라우철도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마케팅과 영업부서에서 경력을 쌓고 2008년부터 대표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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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여행 수요가 늘면서 융프라우도 세계 각국의 유명 관광지는 물론, 신흥 관광지와도 경쟁하는 상황에 놓였다. 케슬러 CEO는 융프라우의 차별화 전략으로 융프라우 브랜드의 ‘명품화’를 꼽았다. ‘V-케이블웨이 프로젝트’도 명품화의 일환이다.

케슬러 CEO는 "융프라우가 자연경관만으로 유명 관광지가 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30~50년을 내다보고 매년 새로운 시설과 행사, 프로젝트를 선보이면서 브랜드 신뢰를 높였기 때문"이라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관광도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혁신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려면 평소 융프라우를 찾는 관광객의 의견에 귀기울여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V-케이블웨이 프로젝트’도 "열차를 타고 산 정상에 도달하느라 걸리는 시간이 길어 쇼핑 등 다른 볼거리를 즐길 시간이 부족하다"는 관광객의 의견을 받아들여 추진하게 됐다. 이와 함께 관광객이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볼거리와 행사도 확대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14년에는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 로저 페더러를 초대해 알프스 산 중턱에서 테니스 경기를 열었고 올해는 유명 골프선수를 초청한 골프 행사를 개최한다. 만년설이 덮인 알프스 산맥에서만 보고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행사다. 케슬러 CEO는 "‘아이스 골프’처럼 다른 관광지가 모방할 수 없는 행사를 매년 선보이겠다"고 했다.

케슬러 CEO는 "2020년 새단장을 계기로 여름철 세계 1위 관광지 뿐만 아니라 겨울철 세계 1위 관광지로 올라서는 게 목표"라면서 "첨단 시설과 다양한 즐길거리를 갖춰 1년 내내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이재은 기자(jaeeu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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