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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김정은 메시지 들고 트럼프 만나는 文 대통령…미북대화 물꼬 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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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삼지연 초대소에서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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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미·북 비핵화 협상의 ‘중재자’이자 ‘촉진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문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교착 상태에 빠진 미북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2박3일간의 방북 결과와 9월 평양공동선언의 의미를 설명할 예정이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본인의 육성으로 비핵화 의지를 공식화한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23일 유엔총회 참석 차 미국 뉴욕으로 떠나기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긴 추석 인사말에서 "평양회담을 통해 전쟁의 걱정을 덜었고, 남과 북이 더 자주 만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면서 "전쟁 없는 한반도의 시작을 세계에 알리고, 우리의 평화가 튼튼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과 의논하겠다"고 했다.

가장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김정은의 특별 메시지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북한에서 돌아온 직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가진 ‘대국민보고’에서 "(김 위원장과)논의한 내용 가운데 합의문에 담지 않은 내용도 있다"면서 "그런 부분은 제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하면 상세한 내용을 전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원하는 미국의 상응 조치에 대한 윤곽도 문 대통령의 입을 통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대국민 보고에서 "미국이 취해야 할 상응조치와 단계는 북미간 협의가 돼야 할 내용들"이라고 했다.

현재 북한이 약속한 비핵화 프로세스는 유관국의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동창리 엔진실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폐기하는 것이다. 김정은은 여기에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추가적인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약속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북한이 원하는 상응조치의 첫 단추로 ‘종전선언’을 꼽는다. 다만 미국이 종전선언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만큼 표현은 달라질 수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도 대국민보고에서 종전선언과 관련해 "종전선언에 대해 똑같은 말을 두고 개념들이 조금 다른 것 같다"며 "우리가 사용하는 개념은 전쟁을 종식한다는 정치적 선언이고 그와 함께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평화협상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문 대통령도 ‘종전선언’이라는 표현으로 인한 국내 갈등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이를 피하기 위해 새로운 단어를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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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가진 후 퇴장하고 있다./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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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미국이 종전선언 카드를 수락했을 때, 북한이 추가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미국의 우선순위는 영변 등 일부 핵시설 폐기와 함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허용하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남북 정상이 9월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한 직후 내놓은 성명에서 북한에 오스트리아 비엔나(빈)에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북한 카운터파트 간 비핵화 협상을 갖자고 제안한 데서도 이런 의지를 읽을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제안한 오스트리아 비엔나는 IAEA 본부가 위치한 곳이다.

이번 평양 공동선언에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철도·도로 연결 등 다양한 남북 경협 사업이 명시된 만큼 대북제재 문제도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다만 미측은 아직 대북제재는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1일 "커다란 진전이 있었지만 우리는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하는 그런 시점까지 경제 제재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남·북·미의 대화가 ‘탑-다운’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트럼프의 결단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3차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일이 잘 진행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그(김정은)가 뭘 바라는지 지켜보자"며 "현 시점에서 우리는 대화를 하고 있다. 매우 차분하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외교가에선 문 대통령의 중재 외교 이후 미·북 간 실무 협상이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 보고 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제 (협상단이) 서로 만나서 구체적으로 협상할 때"라면서 "남북미 정상이 큰 틀에서 갈 길을 정했다면 그 내용을 채우는 것은 협상단이 할 일이다. 그리고 협상단의 합의를 정상이 동의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중재 외교로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21일(현지시각)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2차 북미정상회담 성사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총회 계기 남·북·미 혹은 미·북 외교장관 회담이 개최될 가능성도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평양 정상회담 중 리용호 북한 외무상에게 뉴욕 만남을 제안한 바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핵 신고서, 영변 핵시설 폐기, 참관단 방문, 종전선언, 관계정상화, 제재 해제 등 여러 요소들이 (협상 테이블에) 이미 올라가 있다"면서 "꼭 완전한 패키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고 조그마한 패키지, 덩어리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윤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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