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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비핵화' 美 설득나선 文대통령, 더 무거워진 어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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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UN총회 참석차 방미..트럼프 만난다
평양복귀 후 이틀 만에 미국 뉴욕으로 출국
정상회담 공식·비공식 결과 설명+北 비핵화 논의
미국주류, 여전한 "비핵화 어렵다" 대북불신 리스크


파이낸셜뉴스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2018평양남북정상회담의 결과와 비핵화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 문 대통령은 또 폭스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미국 일반 시민들에게도 정상회담의 결과와 의미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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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비핵화 문제 해결 방식에서 입장 차이를 보이는 미국과 북한을 중재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 때문이다. 2018 평양남북정상회담을 이후 미국까지 설득해야 하는 문 대통령의 부담감은 더욱 커진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전일인 23일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으로 떠났다. 평양정상회담에서 돌아온 뒤 불과 이틀 만의 출국이다. 문 대통령은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남북정상회담의 결과와 북측과의 비공식 협의사항에 대해 미국에 설명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주리주에서 열린 공화당 지원 유세현장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 나는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긍정적 제안이 나올 경우 북한과 협상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北동창리 폐기·상응조치시 영변도 폐기..美 반응이 관건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남과 북은 비핵화와 관련된 거시적 측면의 합의를 이뤘다. 유관국 참관하에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영구 폐기, 미국의 상응조치가 있을 경우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문 대통령이 평양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개인적인 시간'을 여러 차례 가졌기 때문에 남북의 공식적 합의문에 나오지 않는 비공식적 비핵화 시나리오에 대해 논의했을 가능성도 높다. 만약 비공식적 합의가 있다면 이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되게 된다.

실제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평양남북공동선언이 나온 이후 "이번 공동선언에는 남북이 합의한 내용 중 담기지 않은 내용들이 있다"면서 "이런 부분들은 북미협상과정에서 최종 확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문·김'의 비공식 합의의 존재 가능성을 높였다.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교착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상당부분 양보를 한 만큼 비공식 합의를 더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지 못하면 애써 이룩한 '비핵화 테이블'이 깨질 수도 있다.

문 대통령과 한국 최근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북한의 비핵화' 국제적 이슈에서 중재인·중개인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다. 세계에서 가장 다루기 힘든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개성 넘치는 두 지도자와 '핵'이라는 가장 민감한 문제의 중심에 선 셈이다.

■트럼프 "김정은과 좋은 관계"..美 상황은 녹록치 않아
현재 문 대통령이 넘어야할 산은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양남북정상회담이 잘 이뤄졌고, 김 위원장에서 받은 서신을 예로 들며 좋은 관계 유지하고 있다고 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24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는 분명 진전되고 있지만 김 위원장의 행동에 변화를 이끈 대북 경제제재는 비핵화가 완료될 때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바라는 선제적 대북제대 완화에는 회의적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파이낸셜뉴스

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과거 한반도 문제에 관여했던 미국의 전직 관료들과 전문가들도 북한의 핵과 재래식 무기에 따른 위협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종전에 대한 논의는 아마 의미가 없다고 지적하며 북한의 '핵 신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의회도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의 전제로 내건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해 "충분한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핵 위협의 당사자인 북한이 상응조치를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한국에서는 북한이 이번 평양정상회담을 통해 동창리와 영변의 폐기 문제를 들고 나왔기 때문에 종전선언 등 미국도 가시적 대가를 제시하고, 이어 비핵화 시계를 다시 돌리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의사결정 과정에 있는 인사들의 대북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文대통령, 트럼프에 이어 美일반시민도 설득
문 대통령은 이번 방북에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남북의 공식·비공식적 합의사항에 대해 설명하면서 비핵화를 다시 추진하는 한편 25일(현지시간)에는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를 갖고 미국 국민들에게 이번 평양남북정상회담의 의미에 대해 홍보할 예정이다.

폭스뉴스는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성향 방송사로 미국 전역에 24시간 뉴스를 내보내고 있어,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인터뷰 당일 오후 6시부터 미국 전역의 시청자들에게 전해지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미국의 일반 시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의 방편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서로를 적으로 규정해 으르렁대던 북미의 협상을 이끌어냈고 최근 10년 동안 무너졌던 남북관계를 복원했다. 지지성향에 따라 전혀 다른 평가가 나올 수 있지만 북한의 비핵화를 진전시킨 것은 사실이다.

아직 문 대통령의 미국행과 미국의 일반 시민 설득 과정이 어떤 성과를 낼지 예단할 수는 없다. 만약 미국을 설득하지 못해 이번 비핵화 국면이 장기화되면 기로에 선 비핵화 성과와 지금까지의 노력은 허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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