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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추석특집 '땡큐 솔져' ③]추석 연휴 앞둔 문무대왕함의 특별한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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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라는 한가위. 다들 가족과 지인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때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한민국 국군이다.

이들은 지금도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단 한순간이라도 정신을 팔 순 없다.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을 지키려면 말이다.

땅과 하늘, 바다에서 조국을 지키는 그들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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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대왕함이 지난 8월 15일 이집트 해군과 훈련하고 있다. [사진 해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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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경남 진해 군항에서 특별한 귀환이 있었다. 청해부대 26진 문무대왕함이 대한민국 해군 역사상 최장 기간·최장 거리 작전을 마치고 돌아왔다. 지난 2월 12일 부산 작전기지를 출항한 뒤 221일 동안 지구 두 바퀴가 넘는 8만4000㎞를 항해했다.

추석을 나흘 앞둔 귀환이라는 점도 특별했다. 지난 설날을 나흘 앞두고 출항한 문무대왕함은 이번 추석도 바다에서 보낼 뻔했다. 필리핀을 강타한 슈퍼 태풍 ‘망쿳’을 피해야 했기 때문이다. 장병들은 설날에도 그랬듯 함상에서도 윷놀이, 제기차기 등 민속놀이로 기분을 낼 수 있다고 애써 서로를 위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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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경남 창원시 진해구 진해군항에서 열린 청해부대 26진 문무대왕함 입항환영식에서 마중 나온 가족이 배를 향해 손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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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명절을 배에서…"이미 부대원들이 또 하나의 가족"


그렇게 귀환했지만, 여전히 집에 가지 못하는 장병들도 있다. 문무대왕함 장병들은 함정의 대기태세 유지를 위해 3차례로 나눠 휴가를 나간다. 마지막에 휴가를 떠나는 장병들은 가족, 지인들을 만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배에서 두 번의 명절을 연이어 보내는 게 아쉬울 법도 한데 이들 장병은 의외로 덤덤해 했다. 함정에 남아 나머지 임무를 수행 중인 대잠관(잠수함 탐지장교) 추연선 대위는 “추석을 앞두고 입항할 수 있었던 것보다 성공적인 임무완수로 가족과 국민에게 보답할 수 있는 게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추석 당일인 24일 아침부터 24시간 당직이 예정된 그는 심지어 “이미 부대원들이 또 하나의 가족이 돼 여기에서 추석 연휴를 보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도 했다. 김선우(22) 상병은 “최장 기간·최장 거리 작전 수행에 기여해 해군 역사에 이름을 올린 건 크나큰 영광”이라며 “내가 배를 지킴으로써 형제 같은 동료가 추석에 진짜 가족을 만나는 데 충분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최근 마지막 휴가를 지난해 12월 다녀온 김 상병은 2개 조의 휴가가 끝나는 다음 달 초에야 가족의 얼굴을 볼 수 있다.

"연휴에도, 아프리카에서도 해양주권수호 임무는 계속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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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 해역에서 피랍됐다 지난 4월 풀려난 우리 국민 3명이 문무대왕함에 오르고 있다. [사진 해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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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임무완수의 보람을 활력소로 여겼다. 지난 항해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요즘 함정에 남아 임무완수의 기억을 되새기는 건 여전히 즐겁다. 추 대위와 김 상병 모두 “처음 가보는 가나 인근 해역에서 해적에게 피랍됐던 우리 국민 3명을 나이지리아 해군에게 인계받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 28일 문무대왕함은 피랍된 국민을 구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서아프리카 기니만 해역으로 출동했다. 함정은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4월 15일 기니만에 도착했다. 이 수역에서 문무대왕함은 압박작전을 펼쳤고 27일 전원 석방이 이뤄졌다. 추 대위는 “석방된 우리 국민께서 함정에 올라타고 ‘여기까지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지금 이 순간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첫마디를 했을 때 가슴이 벅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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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그리스 크레타 섬에서 6·25 참전 용사 10명을 배로 초청한 일도 잊을 수 없다. 추 대위는 “백발의 용사들이 ‘지금 똑같은 상황이 와도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같은 선택을 하겠다’고 했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 인사를 올렸다”고 말했다.

청해부대 작전참모인 김기범 중령은 “한국에서 직선거리로 따지면 약 1만3430㎞ 떨어진 서아프리카 해역에서 최초로 해군 작전을 펼쳤다”며 “대한민국 해군이 세계 어느 곳이든 원정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 중령은 “해양주권수호의 임무를 다하겠다”며 “연휴가 됐든, 아프리카가 됐든 시기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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