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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사설]정부 주택공급 대책, 수도권 집중·투기 유입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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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도권에 330만㎡(100만평) 이상 신도시 4~5곳을 조성하는 등의 방식으로 총 30만호의 주택을 추가 공급하는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21일 발표했다. 정부는 서울 도심 상업·준주거지역의 용적률도 상향 조정해 보다 많은 주택이 들어설 수 있게 하기로 했다. 집값 급등세를 잡기 위해 지난주 내놓은 보유세 강화 등의 수요 억제책(9·13대책)에 이은 공급 부문의 대책이다. 논란이 컸던 서울 강남 지역 등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대규모 택지를 개발하는 방안은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서울시가 완강히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불가피할 경우 자체적으로 서울의 그린벨트를 풀 수도 있다”고 밝혀 불씨는 남아 있다.

정부는 서울과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사이에 주택 총 20만호가 들어가는 ‘3기 신도시’들을 조성키로 했다. 이는 수도권에 더 이상 신도시를 건설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기존 정책 기조가 바뀐 것이다. 그동안 정부의 입장은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공급이 수요에 비해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정부가 기조를 바꾼 것은 집값 급등의 원인 중 하나가 공급부족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참여정부 시절 건설된 판교신도시가 투기판으로 바뀌면서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는 등 과거 신도시 조성이 집값 안정에 기여한 사례는 거의 없다. 시중의 넘치는 유동성 때문에 투기 가수요가 극성을 부리는 상황에서 신도시 건설은 투기꾼들에게 먹잇감을 제공하거나 분양되자마자 막대한 프리미엄이 붙는 이른바 ‘로또 아파트’를 양산할 공산이 크다. 특히 이번 대책에는 공공주택 공급 계획이 들어가 있지 않다. 따라서 신도시들은 민간건설사들이 분양주택을 공급하는 방식 위주로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고가의 민간분양주택은 서민들에게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대책이 집값 잡기와 서민 주거 안정에 모두 실패할 우려가 높은 이유다.

정부 대책은 국가균형발전에도 반한다. 최근의 집값 급등은 서울과 일부 수도권 지역에 한정돼 있고 지방은 오히려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수도권 집중화인데, 수도권을 더 개발하고 나선다면 이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정부는 주택공급 정책의 기본 원칙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수십년 동안 실패한 로또 아파트식 민간분양주택 공급이 아니라 서민·중산층이 접근가능한 공공임대·분양주택 공급 위주로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야 주택공급이 더 이상 투기꾼과 건설사들의 돈 잔치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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