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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비밀여행단] 단풍터널…별빛캠핑…헉! 난 도서관에서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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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펼치면 현기증 나는 분들. 죄송하단 말씀부터 드린다. 이번주 나들이 코스, 가을답게 도서관이다. 아, 심각한 걱정은 안 하셔도 된다. 요즘 '핫한' 노는 도서관 핫스폿이다. 오랜 세월의 정자가 도서관으로 둔갑하는가 하면, '박물관이 살아있다'처럼 도서관에서 캠핑하는 곳도 있다. '트랜스포밍 도서관' 시대다.

◆ 창덕궁 후원은 정자 도서관 변신

매일경제

창덕궁 후원 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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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좋다. 구미 당긴다. 은밀한 곳으로 소문난 창덕궁 하고도 후원. 단풍 절경에 둘러싸인 그곳 4개 정자(영화당 존덕정 취규정 농산정)에서 유유자적 세월을 낚으면서 일독을 한다면. 당일치기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가을 한정판 명품 독서 코스 '후원에서 만나는 한 권의 책' 행사다. 우선 창덕궁(昌德宮) 역사부터 보자. 임진왜란 때 궁궐이 불탄 후 고종이 경복궁을 짓기 전까지 정궁(임금이 거처하는 공간) 노릇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을 정도니 원형 보전 등급도 A급. 게다가 이 베스트셀러 행사가 열리는 창덕궁은 가을 인생샷 명소다. 특히 핫스폿은 후원. 왕이 은밀히 그리고 비밀스럽게 휴식을 취했던 공간인데, 가을 이곳은 초절정 풍광을 자랑한다. 형형색색 단풍 터널, 그 사이로 은밀하게 늘어선 정원, 정자, 연못까지 함께 어우러진다. 본궁보다 후원이 더 유명세를 타는 이곳, 당연히 후원 투어에는 웃돈(일반 관람은 3000원, 후원 특별 관람은 5000원)이 붙는다. 하지만 비싼 값 제대로 한다. 문화해설사의 비밀스러운 이야기 보따리도 흥미롭다. 딱 100명, 제한된 인원만 볼 수 있으니 '한정판,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인정전 낙선재를 지나면 이내 가을 단풍 풍광이 으뜸이라는 넘버원 단풍 포인트 부용지. 조금 더 가면 기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포인트 '불로문'이다. 늙지 않으려 이곳에만 계시는 분들도 있으니 주의. 여기를 지나면 바로 후원 숲길 '단풍 터널'이다.

은밀한 분위기에 심장까지 쫄깃한데, 이 가을 한술 더 뜨는 프로그램이 후원 단풍 그늘에 파묻혀 책을 읽을 수 있는 놀라운 가을 한정판 이벤트 '한 권의 책' 행사다. 올해도 어김없이 10월 중순부터 4주간 이어진다. 책을 읽는 곳도 흔한 도서관이 아닌 사방팔방 바람 술술 통하는 정자. 시 수필 어린이도서 여행 역사 인문학 심리학까지 다양한 책들이 후원 내 영화당 존덕정 취규정 농산정 등 4개 정자에 빼곡히 비치돼 있다. 원하는 정자에 둥지를 틀고, 책으로 뇌를 힐링하면 끝. 한 권의 책 이벤트 기간에만 후원 관람 인원을 100명에서 200명으로 늘려 잡는데도 매번 매진 행렬이다.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 줄서는 도서관 되시겠다. 그러니 '꿍'해 있지 마시라. 궁에 있으시라.

▷창덕궁 후원 100배 즐기는 Tip=11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한 권의 책' 행사는 관람 수요 폭증을 고려해 1회 입장 인원을 기존 100명에서 두 배인 200명으로 늘린다. 한국어 해설 관람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매 시간 이어진다. 정해진 시간에 입장하되 안내 해설사 인솔 없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게 매력. 인터넷 사전 접수 100명, 현장 접수 100명씩이다. 아침 9시부터 현장 판매인데, 주말에는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매진되니 서두르실 것.

◆ 도서관 바닥에 텐트 치고 하룻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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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투어 하면서 이곳 빼면 섭섭하다. 아예 도서관을 통째 캠핑장으로 빌려주는 북스테이 명당. 경기도 오산 꿈두레도서관이다. 캠핑 유형은 두 가지.

드럼통 캠핑카에서 자는 코스가 있다. 포인트는 도서관 뒤뜰. 별이 총총 박힌 낭만 가을 밤하늘 아래서 지글지글 바비큐를 구워 먹는다. 저녁 이후 가볍게 도서관 산책. 책을 실컷 읽고는 다시 뒤뜰로 나와 '깡통 캠핑카'로 들어간다. 앙증맞은 그곳에서 그윽한 하룻밤이라니. 드럼통 캠핑카, 색상도 온통 가을빛이다. 파랑 노랑 녹색 분홍까지 캠핑카(101~104호)는 총 4동이다. 방에 이름표도 달려 있다. 수선화 능소화 금낭화 해당화. 살짝 입 안에 이 꽃 이름을 올려만 놓아도 꽃향기 가득이다. 드럼통 모양이라고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여름에는 에어컨도 나오고 늦가을에는 전기장판도 깔려 뜨끈뜨끈하니깐. 캠핑에 빠질 수 없는 바비큐 장소는 캠핑카 옆 나무데크. 2m짜리 대형 공용 냉장고도 있으니 냉장·냉동 고기류는 미리 보관해두면 된다.

이쯤에서 놀라면 안 된다. 진짜 제대로 된 북스테이가 기다리니까. 이름하여 도서캠프다. 이게 끝내준다. 계단식으로 짜인 거대한 도서관 공간, 그 안 도서관 바닥에 진짜 텐트(2~3인용)를 깔고 자는 현실판 '도서관은 살아있다' 프로그램이다. 상상해 보시라. 책 10만여 권이 빼곡히 메워져 있는 도서관 바닥. 덩그런 그 바닥에 텐트 30동이 깔리는 거다. 도서관 안은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처럼 밤새 오롯이 가족들 전유물로 돌변한다.

1박2일로 이어지는 캠핑 도서관 프로그램은 심장 쫄깃할 정도로 흥미롭다. 캠핑장으로 돌변하는 시간은 금요일과 토요일 주말 사이. 여전히 풀부킹인 '스테디셀러' 코스가 금요일 밤 회사를 마친 아빠들과 함께 몰려오는 '아빠와 함께 1박2일 독서캠프'다. 엄마들은, 이날만큼은 참아주셔야 한다. 아이들도 아빠와 할 얘기가 따로 있는 법. 섭섭한 엄마들 코스는 토요일이다. '엄마와 함께, 캠프'가 이어진다. 가끔은 돌아가며 '친구와 함께, 캠프' 같은 것도 열린다.

당연히 꿈두레도서관, 가을마다 걱정이 쌓인다. 도서관 취재보다 캠핑 취재가 많아서라고. 잊을 뻔했다. 이곳은 100% 선예약제에 모든 프로그램이 공짜라는 것. 어떻게 신청하면 되냐고? 한 달 전 미리 날만 찍으면 끝이다. 그 대신 경쟁률이 하늘의 별 따기다. 어어, 하다 겨울 된다. 서두르시라.

▷오산 캠핑 도서관 즐기는 Tip=11월 말까지 운영. 매월 1~3일 그달 한 달분 주말 예약을 선착순으로 받는다. 깡통(드럼통) 캠핑카는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만 운영하니 미리 날짜를 꼭 찍어두실 것. 도서캠프 1박2일은 금요일만 운영한다. 프로그램 참여를 원하면 일단 오산시 도서관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가을 이색 도서관 버킷리스트 3

1. 기장 이터널 저니

가장 바다에 가까운 도서관. 기장 힐튼호텔에 둥지를 틀고 있다. 이터널 저니. 이름처럼 책을 통해 끝없는 여행을 떠나게 되는 신개념 서점이다. 도서 검색대가 없고 베스트셀러와 신간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서가의 테마는 무려 55가지. '여행' 섹션이 있고 '여정' 섹션이 따로 있는 것도 흥미롭다. 6개월에 한 번씩 인물 4명을 골라 그 주제로 책을 큐레이션하는 공간도 매력.

2.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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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엑스 별마당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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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과 동시에 코엑스몰의 상징이 돼 버린 곳. 별마당 도서관에는 출입문이 따로 없다. 면적 2800㎡, 보유 도서 5만여 권 규모로 꾸며진 별마당 도서관의 상징은 13m에 달하는 초대형 서가다. 도서관이 가장 아름다운 시간은 저녁. 서가에서 은은한 불빛이 나와 공간 전체를 따스하게 감싼다. 별마당 도서관에는 총 5만권의 장서가 있다.

3.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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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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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라이브러리는 테마 도서관이다. 현대카드가 자사 카드 회원을 위해 만든 공간으로 회원 본인이거나 본인과 함께 온 사람만 이용할 수 있다. 디자인, 트래블, 뮤직, 쿠킹 등 4가지 테마로 각기 다른 장소에 다른 콘셉트로 꾸며진 게 특징. 트래블 라이브러리는 강남구 청담동, 뮤직 라이브러리는 용산구 이태원, 쿠킹 라이브러리는 강남구 신사동에 각각 위치한다.

[신익수 여행·레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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