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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르포]'포격 걱정 끝'…서해 평화수역 기대감 부푼 연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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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 꽃게 수확 한창…"조업구역 확대·불법조업 근절 희망"

북한 어선도 조업 중…해병대 "북측 포진지 최근 닫혀 있었다"

연합뉴스

평화 바람부는 연평도
(연평도=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남북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고 시범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20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가 평온한 모습을 보인다. 2018.9.20 tomatoyoon@yna.co.kr (끝)



(연평도=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한반도 화약고'라고 불릴 정도로 남북 군사 대치 상황이 끊이지 않았던 연평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21일 오전 서해 5도 중 북한과 가장 가까운 섬 연평도는 가을어기(9∼11월)를 맞아 꽃게잡이를 준비하는 어민들로 활기가 넘쳤다.

어민들은 그물을 손질하거나 어구를 챙기는 등 손발을 바삐 움직였지만, 표정은 여느 때보다 여유로운 모습이다.

어민 A(57)씨는 "그저께 남북이 평양 정상회담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무력을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어민들이 북측 포격 도발 우려를 떨친 것 같다"며 "어민들이 삼삼오오 모이면 평양 정상회담 소식을 얘기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동안 어민들은 서해상에서 남북 교전이 일어날 때마다 불안에 떨며 목숨을 건 조업을 하곤 했다.

1999년 서해교전, 2002년 연평해전이 삶의 터전인 섬 앞바다에서 발생했고, 2010년에는 연평도 포격 사건까지 터졌다.

어민들은 이런 탓에 연평도를 비롯한 서해 5도의 항구적인 평화 안착을 누구보다도 염원해왔다.

어민들은 올해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서해 5도 한반도기'를 어선에 달고 조업에 나서기도 했다.

서해 5도 한반도기는 기존 한반도기에 백령·대청·소청·연평·우도 등 서해 5도를 그려 넣은 것이 특징이다.

신중근(52) 연평도 어촌계장은 "이곳 주민들은 포격 도발을 경험한 탓에 무엇보다 남북이 무력 도발을 하지 않기로 한 합의를 크게 반기고 있다"며 "남북정상회담 합의가 부디 잘 지켜지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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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평화수역 관찰'
(연평도=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남북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고 시범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20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 망향전망대에서 한 시민이 NLL과 북녘을 망원경으로 관찰하고 있다. 2018.9.20 tomatoyoon@yna.co.kr (끝)



연평도 북단 망향전망대에 오르니 북한 갑도·장재도·석도 등 섬들 사이로 황해남도 해안선이 한눈에 들어왔다.

흐린 날씨인 데다 해무까지 자욱해 북한 포진지가 뚜렷하게 식별되진 않았다. 그러나 언제든 불을 뿜을 기세로 일촉즉발의 태세를 유지하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게 포문은 닫힌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연평도에서 불과 6∼11km 떨어진 북한 장재도와 무도에는 사거리 20㎞의 122㎜ 방사포와 사거리 27km의 130mm 해안포, 사거리 12km의 76.2mm 해안포 등이 배치돼 있다. 특히 무도에는 2010년 11월 연평도를 향해 포격을 가한 해안포부대가 주둔해 있다.

그동안 북한은 핵실험 등 도발을 할 때마다 해안포 문을 열고 연평도로 포를 쏠 태세를 취하며 대립의 각을 세웠다. 반대로 남북 고위급 접촉 등으로 긴장이 완화하면 포문을 닫았다.

해병대 관계자는 "최근 북측 포진지는 문이 닫힌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해병대원들은 최근 정세와 상관없이 북측을 주시하며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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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정상회담] 해전ㆍ포격은 '역사 속으로'
(서울=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송영무 국방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은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에 각각 서명하고 합의서를 교환했다. 사진은 지난 4월 25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이틀 앞두고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 망향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장재도의 포진지가 닫혀 있는 모습. 2018.9.19 [연합뉴스 자료사진] tomatoyoon@yna.co.kr (끝)



이곳 어민들은 평양 정상회담을 계기로 연평도 해역을 비롯한 서해 5도 해역에 조업구역이 확대되고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이 근절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현재 어민들은 연평도 남측에 형성된 어장에서만 조업하고 있다. 섬 북쪽 NLL 인근 해상에서는 군사적 위험 때문에 조업이 금지됐다. 조업시간도 12시간(오전 6시∼오후 6시) 남짓에 불과하다.

어민들은 앞서 치러진 4·27 판문점 정상회담을 계기로 서해 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조성해 조업구역을 확대하고 해상 파시(波市·바다 위 생선 시장)를 열자고 관련 정부 부처에 제안한 바 있다.

백령도와 연평도 북쪽에 남북공동어로구역을 지정해 평화수역으로 조성하면 서해 NLL이 남북 긴장을 완화하는 '바다의 개성공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이달 19일 열린 평양 정상회담에서 남북이 서해 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고 시범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기로 합의하자 어민들은 기대감에 찬 분위기다.

어민 B(54)씨는 "대규모는 아니지만, 여전히 불법 조업 중국어선 20여척은 매일 연평도 인근 NLL에 출몰해 어족자원을 싹쓸이하고 있다"며 "그동안 남북 대치상황 때문에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는데 남북 공동순찰이 이뤄지고 조업구역이 확대된다면 남북 어민들에게 큰 이득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태원 서해5도평화수역운동본부 상임대표는 "그동안 서해 5도 해역을 평화지대로 만들자는 구상은 수차례 제시됐었다"며 "남북이 합의한 내용은 환영하지만, 실천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2∼3년이 합의 내용을 현실화하는 데 중요한 시기라고 보고 어민들과 함께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tomato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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