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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5 (수)

[사설] 붉은불개미 확산 누가 책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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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불개미가 방역망을 뚫고 내륙까지 확산하면서 외래생물 유입에 경고등이 켜졌다. 대구의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여왕개미를 포함한 붉은불개미 떼가 또 발견된 것이다. 붉은불개미가 국내에서 포착된 것은 모두 7번으로, 지금까지는 부산·인천·평택 등 항만에 국한됐었다. 더구나 대구 붉은불개미는 지난해 9월 붉은불개미가 국내에 처음 상륙한 부산 감만부두를 거쳐 들어왔다니 방역당국으로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남미가 원산지인 붉은불개미는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이 100대 악성 외래 침입종으로 지목할 정도로 생존력이 뛰어나 한 번 퍼지면 없애기가 매우 힘든데다 독성이 강해 ‘살인 개미’로도 불린다. 미국은 붉은불개미의 박멸과 농작물 피해복구에 매년 50억 달러 안팎의 거액을 퍼붓는데도 해마다 사망자가 100여명에 달해 골머리를 앓을 정도다.

방역당국은 지난해 붉은불개미가 잇따라 발견되자 철저한 방역망을 구축했다고 큰소리쳤다. 최근에는 개미류가 섞여 들어올 가능성이 큰 품목에 대해서는 컨테이너 전체를 검사하고 붉은불개미 분포지에서 반입되는 물품의 경우 수입업자가 스스로 소독하지 않으면 검역 물량을 2배로 늘리는 등 검역절차를 대폭 강화했다. 하지만 붉은불개미가 내륙까지 침투함으로써 이런 노력은 말짱 헛수고가 되고 말았다.

이번에 발견된 붉은불개미는 중국 광저우에서 선적한 조경용 석재를 통해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당국은 뒤늦게 석재도 검역 대상에 포함시켰지만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아무리 검역 대상을 확대한다 해도 이번처럼 제 시기를 놓치게 되면 사후약방문으로 그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폐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우리 국토가 외래생물에 유린당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70년대 식용으로 도입돼 야생에서 번식하면서 생태계를 두루 파괴한 황소개구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보다 앞서 들어온 배스와 블루길도 마찬가지다. 붉은불개미가 ‘제2의 황소개구리’처럼 영역을 확대하지 못하도록 막으려면 방역 총력전을 펴야 한다. 황소개구리를 없애려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가며 온갖 수단을 동원했지만 결국 실패한 전철을 되풀이해선 절대로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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