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美서 잇단 경고음 나왔지만
“이번만은 다르다”며 주택대출 ‘오버’
버블 터지면서 글로벌금융위기 발발
韓, 경제지표 왜곡하면 재앙 올수도
당시 한국은행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건 주역으로 꼽히는 양대 모기지 회사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채권 300억 달러 어치를 사들였다가 졸도 직전까지 갔다. 리먼의 파산은 그 정점이었다. 이 여파로 2008년과 2009년 세계 각국은 물론 주요 기업 성장이 크게 둔화되거나 멈췄었다.
리먼 발(發) 금융위기는 미국 등 주요국 증시 시황판을 푸른 바다로 만들었다. 한마디로 패닉.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필두로 세계 주요 중앙은행은 ‘제로 금리’란 이정표로 향했다. 막대한 돈을 시장에 푸는 비정상적 통화정책을 통해 위기대응에 나섰다. 글로벌 경제는 한동안 방향타를 잃었다. 미국은 8년 뒤 ‘괴짜’로 불리는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일본도 강성 아베 신타로 총리를 통해 돌파구를 찾았다.
10년이 흐른 지금, FRB는 금리를 인상하며 ‘양적완화’를 되돌리고 있다. 그 여파 속에 터키, 아르헨티나 등의 통화가 급락하는 등 신흥국 경제가 휘청거리면서 금융위기의 공포가 어른거리고 있다. 금융위기 10년 주기설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998년 동남아 금융위기(한국 직격탄), 2008년 미국 금융위기(미국과 유럽국가 직격탄)에 이른 세 번째 악몽이 찾아오고 있다는 것.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금리정상화의 충격 △중국경제의 위기 △부실채권 투자확대 △이탈리아 발 유로 존 불안 △공급 망 붕괴 등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전조라고 보도했다.
우리는 제대로 방비하고 있나. 한국은 외환보유고가 넉넉하고 다행스럽게 수출이 버텨주고 있다. 하지만 저성장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경제지표도 악화일로다. 상황인식도 문제다. 지난 12일 최악의 고용지표가 나오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우리 경제의 체질이 바뀌면서 수반되는 통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론의 큰 반발을 샀다. 10년 전 금융위기의 전조가 보일 때도 “이번만은 다르다”며 경고음을 무시하면서 위기를 키웠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인상,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을 통해 경제체질을 바꾼다고 하지만, 고통스런 숫자만 잇따를 뿐이다. 기업들이 아우성이고, 소상공인과 아르바이트생이 당장 일자리를 잃거나 벌이가 뚝 떨어지고 있다. 잘못된 정책을 인정하지 않은 채 “이번만은 다르다” “우리는 다르다” “새로운 길을 간다”며 동문서답하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리먼 사태는 경고 무시하면 더 큰 놈이 급습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경고음을 소음으로 들으면 후유증이 크다는 걸. 석연찮은 통계청장 교체와 가계소득동향조사 방법을 바꾸겠다는 방침도 “오얏나무 아래선 갓을 돌려쓰지 않는다”는 고사성어를 떠올리게 한다.
이번만은 달라야 한다. 그래야 역사가 바뀐다지만 근거 없이 이번만은 다르다고 외치는 사람은 역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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