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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무거운 물건은 남자가 들어야지” 성차별 가르치는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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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초등학교 교과서 양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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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 교과서에 남자 어린이가 여자 어린이를 괴롭히는 삽화가 있고 신체표현 장난을 남자아이들끼리 하는 장면이 있는데 남자아이들이 장난이 심하다는 편견, 여자아이는 피해자라는 고정관념을 만들 수 있으므로 다른 표현의 삽화로 대체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가 교과서의 성차별적 표현 개선방안에 대한 국민 의견을 모으기 위해 진행한 온라인 국민참여 공모 ‘바꾸면 쓸모있는 성평등 교과서’에 접수된 의견 중 하나다. 여성가족부는 이러한 공모 결과를 19일 공개했다. 이번 공모는국민들이 초ㆍ중ㆍ고등학교 교과서, 학습지, 유아용 교재 등 각종 교육자료에서 찾은 성차별 표현과 이를 성평등하게 바꾼 표현을 댓글로 제안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7일까지 894명이 참여했다.

이번 공모에서는 다양한 내용의 성차별적 표현이 지적됐다. 먼저 성별 특성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심어주는 내용을 지적한 댓글이 19.7%를 차지했다.

국어 문학 중 글쓰기 방법에 대한 묘사가 잘못 되었습니다. ‘여성적 표현-여린ㆍ섬세한ㆍ가벼운 표현, 남성적 표현-단도직입적ㆍ무뚝뚝한ㆍ무거운 표현’ 등으로 대체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노는 장면에서 남자아이들은 로봇을 가지고 놀고, 여자아이들은 인형을 가지고 놀아요. 아이들의 성향에 따라 좋아하는 놀이감이 다를 텐데, 성별 구분 없이 다양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으로 고쳐야 할 것 같아요.”


역할에 관한 성별 고정관념에 대한 지적도 18.8%를 차지했다.

국어교과서에 아픈 아이의 보호자는 모두 엄마로 표현된 것은 남녀의 역할을 구분 짓는 것 같아요. 요즘 맞벌이 부부는 물론 남성이 가사를 전담하는 경우도 있기에 앞으로 엄마와 아빠 모두 보호자로 표현될 수 있도록 수정되면 좋겠습니다.”
태권도ㆍ축구ㆍ스키를 설명하는 사진에는 남성만, 무용 사진에는 여자만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체육 종목에서도 은연중에 남자와 여자의 종목을 정하고 남자는 무용을 하면 안 되고 여자는 태권도를 하면 안 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쉽습니다.”
(삽화에서) 무거운 물건은 항상 남자들이 드는데 여자들도 같이 드는 그림으로 바꿨으면 좋겠습니다.”
경제 교과서를 보면 말풍선을 통해 대화가 오가는 삽화들이 여기저기 등장합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남성은 주로 생산자의 역할을, 여성은 주로 소비자의 역할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남성은 주로 생산하고, 여성은 주로 소비만 한다는 성차별을 무의적으로 전달할 수 있으므로, 다양성 있게 표현되어야 합니다.”
중앙일보

초등학교 교과서 양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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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에 관한 성별 고정관념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과학실험은 남자선생님이 가르치고, 음악, 요리, 보건은 여자선생님이 가르치는 사진이 나옵니다. 전형적인 이미지를 벗어난 교과를 가르치는 사진으로 바꿔야 합니다.”
체육교과서에 의사는 남자로, 간호사나 교사, 기상캐스터는 여자로 그려놓은 부분을 한 직업군을 하나의 성별로 특정 짓지 않도록 남녀를 골고루 배치하면 좋겠습니다.”


이밖에 독립운동가 등 역사적 위인을 소개할 때 여성을 포함하지 않거나 남성 위인의 조력자로만 소개하는 것, 교과서의 성희롱ㆍ성폭력 예방 관련 내용에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한 방법 위주로 설명되어 있는 것을 바꿔야 한다는 등의 제안이 280건(31.3%)으로 나타났다.

남자 못지않게 열악한 상황에서 치열하게 독립운동을 하신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많은데 여성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소개를 교과서에 많이 다뤘으면 합니다. 아울러 비전투(독립운동가들 생활지원 등의 임무)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남성 독립운동가들의 조력자였다는 식의 내용도 반드시 수정해야 합니다."
특성화고 고졸 취업 준비자 대상 교육자료 중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내용이 나오는데, 피해자가 되지 않는 방법만 다룹니다.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주의해야 하고 어떤 행동을 하면 안 되는지 동등하게 다루어야 합니다.”
여가부는 이번에 접수된 국민 제안 주요사례를 앞으로 ‘양성평등교육 시범학교’운영과 청소년용 성평등 교육자료 보완 등에 기초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건정 여가부 여성정책국장은 “이번 온라인 국민참여 공모를 통해 교육자료에서조차 성별 고정관념에 따른 표현이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아동ㆍ청소년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중받으면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협의해 교육자료의 성차별 표현을 개선하는 등 성평등 교육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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