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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탐정, 아직은 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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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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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석우 변호사의 법률 이야기-76] 1. 탐정은 소설이나 영화에서 계속해서 관심을 끄는 소재다. 이제는 직업으로서 탐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정부의 일이긴 하지만 '선진국에 있는데 우리에게 없는 잠재적 직업'으로 사립탐정이 포함되어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사립탐정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된 적도 있다. 그 이전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한·유럽연합(EU) FTA를 배경으로 사립탐정 도입을 위한 입법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좌절되고는 했다. 민간 자격 가운데 곤란을 겪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사실을 조사하고 전문적인 경험과 능력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직업이 흔치 않다. 그중 가장 매력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는 게 탐정인 것만큼은 틀림없다. 셜록 홈스 이래 숱한 탐정들이 명멸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아직까지 대한민국에서는 미행, 사진 촬영, 인터뷰, 서류 조사, 인터넷 검색, DNA 분석 등 각종 사실 조사 업무, 다시 말해 탐정 업무는 아직까지 우리 실정법상 불법이고 처벌까지 받는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에서 이를 금지하고 처벌까지 하고 있다.

신용정보법 40조를 보자. 신용정보법은 본래 신용정보회사를 대상으로 한 법률이고 40조도 신용정보회사가 하지 말아야 할 사항을 규정하는 조문인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다음과 같은 사항을 정하고 있기도 하다. 바로 4호와 5호다.

4호는 "특정인의 소재 및 연락처를 알아내거나 금융거래 등 상거래관계 외의 사생활 등을 조사하는 일"을 금지하고 있다. 흔히 탐정 업무로 알려진 사항들이다. 여기에 우리나라에 탐정 업무가 금지되어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조문이 바로 5호다. 5호는 "정보원, 탐정, 그 밖에 이와 비슷한 명칭을 사용하는 일"을 금지하고 있다. 가령 '탐정사무소'라는 간판을 걸었다가는 신용정보법 위반이 된다.

물론 신용정보법이 금지 규정만 달랑 두고 있지는 않다. 50조는 위 조항을 위반한 사람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탐정사무소 간판 값이 최고 3000만원이라고 해야 할까?

2. 드라마나 소설에서 흔한 소재인 데다 영화에서 탐정 시리즈가 나올 만큼 흔하게 쓰이는 게 탐정이라서 처벌하는 규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말 처벌되는 게 맞아?' 싶은 게 사실이다.

몇 년 전인 2014년에 선고된 판결이긴 하지만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비록 집행유예를 붙이긴 했지만 징역형으로 처벌한 사례가 있다(2013고단2983 사건). 이런 행위를 한 사람을 신용정보법 위반으로 처벌한 것은 물론이고 사실 조사를 의뢰한 사람까지 교사범으로 처벌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의 범죄 사실 부분을 보자(축약하거나 판결 문장을 수정했다).

"신용정보회사 등이 아니면 누구든지 특정인의 소재 및 연락처를 알아내거나 금융거래 등 상거래관계 외의 사생활 등을 조사하는 일을 하여서는 아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A는 '셜록홈즈'라는 상호로 심부름센터를 운영하며 회사의 대표, 피고인 B, C는 위 회사의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D로부터 '피해자가 낮 시간대에 누구와 만나고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 대가로 현금 150만원을 받기로 했다. 이들은 피해자의 회사 및 주소지, 운행하는 차량을 확인하고 피해자 차량에 GPS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하고 피해자를 미행하면서 사진을 찍은 후 D에게 이를 알려주는 등 특정인의 소재 및 연락처를 알아내거나 금융거래 등 상거래관계 외에 사생활 등을 조사하는 일을 업으로 하였다.

피고인 D는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의 대표이사 아들과 피해자의 딸이 교제한다는 것을 이유로 위와 같이 피고인 A 등으로 하여금 피해자를 미행하는 등 업으로 특정인의 소재 및 연락처를 알아내는 일을 하도록 교사하였다."

이 판결에서 셜록홈즈 사무실의 A는 징역 1년2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고 직원들도 그보다 낮긴 하지만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받았다. 탐정 업무를 의뢰한 피고인 D는 어땠을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탐정, 아직은 불법이다. 탐정에게 일을 맡기는 것도 아직 불법이다.

[마석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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