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을 때 김정일이 예고 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임 전 원장은 “그 순간, 그(김정일)가 말한 것처럼 ‘최고의 환영 행사’가 거행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회고했다. 오픈카는 아니었지만, 캐딜락 리무진을 함께 탄 두 정상은 수십만 평양시민의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백화원 영빈관으로 이동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 등의 방북 때도 김정일은 공항 영접에 나섰지만 승용차에 동승한 적은 없었다. 김정일은 “이렇게 환영 인파가 많은데 무개차를 타고 갔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고 아쉬워했다고 한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 방북 때 드디어 오픈카 퍼레이드가 열렸다. 북한은 1960∼1980년대 메르세데스벤츠사가 생산한 ‘풀만 리무진 랜돌렛’을 제공했다. 정부 수반 등을 위해 제작됐다는 최고급 승용차였다. 하지만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동승했다. 2001년 9월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때 이뤄진 카퍼레이드도 그랬다.
▷남북한 정상이 함께한 첫 번째 평양 오픈카 퍼레이드가 어제 성사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은둔형’으로 불렸던 아버지보다 한층 세련된 모습이었다. 그는 부인과 함께 공항에 나타나 문 대통령에게 서양식으로 뺨을 세 번 맞추는 인사를 했다. 차량도 ‘마이바흐 S600 풀만 가드’로 바뀌었다. 북한은 이 장면을 전 세계에 생중계했다. 김정은의 개방적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을 터다. 하지만 세계가 보고 싶은 것은 김정은의 깜짝 이벤트가 아닌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행동이다.
길진균 논설위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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