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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매경이 만난 사람] 행정·입법 두루 거친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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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매일경제와 만나 정책에 대한 구상을 밝히고 있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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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부동(和而不同). 서로 차이를 받아들이고 존중하며 조화로운 관계를 추구한다는 의미의 사자성어로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이 장관 앞에는 반드시 조화를 이뤄야 할, 하지만 한편으론 물과 기름처럼 좀처럼 섞이기 어려운 농업의 과거와 미래가 공존한다. 고령화한 농민이 과거라면 청년 농업인은 미래다. 쌀이 과거라면 딸기·토마토·파프리카는 미래다. 경자유전(耕者有田·농사 짓는 사람이 밭을 소유)이 과거라면 임대형 스마트팜은 미래다. 직불금이 과거라면 생산 조정은 미래다. 이처럼 수많은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농업 분야 수장에 수십 년간 공직생활을 하다 국회의원이 됐던 그가 약 한 달 전 임명됐다. 그는 공익형 쌀 직불금제 도입과 농업·농촌을 이끌어갈 후계 인력 양성을 임기 중 반드시 이루고 싶은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농민을 보호해야 하지만 농업이 국가 경제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고도 말했다. "나는 현역 정치인"이라고 당당히 밝히면서도 "장관이 된 만큼 올해는 지역구(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를 방문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이 장관을 최근 만났다. 서울 여의도 대한잠사회관 사무실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오랜만에 다시 정부로 돌아왔다.

▷30년간 공직생활을 해서 그런지 분위기가 익숙해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다. 과거 전남도 농정과장 경험과 정치 생활에서 쌓은 입법부 경험을 통해 더 넓은 시야에서 농정을 바라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농업의 변화와 개혁에 대한 농업인과 국민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큰 시기여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한국 농업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고령화다. 읍면지역은 노인인구 비중이 21%(전국 노인인구 비중은 13%)인데 그중 농업 종사자 비중이 50%다. 그러다 보니 농업·농촌에 대한 경제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 농업·농촌정책은 이원화해서 추진해야 한다. 품질이든 가격이든 농업 경쟁력 제고는 농촌을 지키는 후계 농업인 청년이 맡아줘야 한다. 그리고 고령 농업인은 영세소농인데 이들은 국가 복지 차원에서 보살펴야 한다. 공동체 유지, 식량 안보, 환경 보존 같은 공익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말이다. 청년과 영세소농을 구분해 정책 수단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청년들이 농업에 관심을 가질까.

▷농업은 전망이 밝은 분야다. 농업은 국가 경제에 부담을 주는 산업이 아닌 기여를 할 수 있는 산업이다. 자체 생산성을 갖추지 못하고 정부 지원에만 기대는 농업은 국가 경제에 부담일 수 있다. 그래서 더더욱 청년 농업인을 늘려야 하는 것이다. 관심을 가지고 보면 좋은 일자리가 많다. 우선 농업 자체에 일자리가 있다. 유리온실 등 분야에서 창농(創農·농업을 활용한 창업)이 가능하고, 가공식품 생산·판매 등 각종 융·복합 분야에서 일할 수도 있다. 청년 농업인이 농촌에 와서 일자리를 찾는 게 트렌드가 되고 있다(통계청에 따르면 8월 농업·임업·어업 취업자는 148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만9000명 증가했다). 또 농촌에 있는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에서 근무하는 지원형 일자리가 있고, 군청이나 농협 등에서 일하는 기관 일자리도 있다. 앞으로 청년들이 농촌에서 일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게 농식품부의 주요 과제다. 그동안 아무도 농업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용 창출 효과는 사실상 두 배 이상이 된다고 본다.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려면 기업 참여가 중요한데.

▷LG와 동부 등 대기업이 농업 분야에 진출하려다 좌절을 겪은 바 있다. 기업이 농촌을 지키는 후계 농민의 창업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기업과 농민에게 모두 좋은 발전모델이 있다. 바로 스마트팜 혁신밸리다. 지방자치단체가 생산시설을 소유하고 일정 면적을 청년에게 임대해주도록 했다. 그리고 기업이 보유한 기술을 시험해볼 수 있는 테스트베드 공간을 열어 놨다. 기업으로서는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시험 과정을 거친 기술을 바탕으로 해외에 진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재인정부 핵심 농업정책 중 하나가 바로 스마트팜이다. 전체 원예시설 중 스마트화한 시설 비중을 현재 40%에서 2022년까지 70%로 끌어올릴 것이다.

―농식품 수출도 중요한 과제일 텐데.

▷내수만으로는 성장할 수 없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수출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동남아에서는 국산 딸기가 인기가 많아 물량이 없어 못 팔 정도다. 동남아에서 국내산 신선 농산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면, 중국에서는 신선 채소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그 외에도 수출 기회가 무궁무진하다.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생산할 농식품도 수입 대체 및 수출 품목에 집중할 계획이다. 국내 농산물 시장을 교란하지 않는 품목을 생산해야 공존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새만금 지역 활용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그렇다. 새만금은 우리나라 농업 성장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지역이다. 새만금지역 농생명 용지는 총 9430㏊(새만금 토지의 32.4%)로 첨단 농업, 고품질 친환경 농산물 생산, 농업 생태관광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또 전북 익산에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있는데, 인근 지역에 있는 농촌진흥청·한국식품연구원 등과 연계하면 중국을 겨냥한 청정식품 생산단지를 구축할 수 있다. 하루빨리 효율적인 개발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새만금개발공사가 설립되면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이다. 새만금 농생명 용지와 신항만 조성이 완료되는 2023년께에는 대중국 신선 농산물과 식품 수출 여건이 어느 정도 조성될 것으로 예상한다.

■ 쌀농사 쏠림 경쟁력 도움안돼…밀·콩 등 他작물로 다변화해야

매일경제

―우리 농업의 근본인 쌀이 남아도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계획인가.

▷농민들 입장에서 가장 쉽고 편한 선택이 쌀농사다 보니 쌀 생산이 수요를 소폭 초과한다. 벼농사는 기계화 영농이 가장 쉽고 필요한 건 위탁하면 되기 때문이다. 농민 중 쌀농사를 짓는 비중이 60%에 달한다. 쌀 자급률은 100%가 넘는데 전체 식량 자급률은 48%밖에 안 된다. 여기에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사료작물까지 포함하면 식량 자급률은 23%로 떨어진다. 이런 모순이 어디 있느냐. 그래서 쌀 생산조정제를 시행해 밀과 콩 등에 대한 자급률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올해 정부 지원 아래 논에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심을 농민 신청을 받아보니 3만2000㏊였다. 그런데 최근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쌀 농지 규모는 1만7000㏊에 그쳤다. 새로운 벼농사 땅이 늘거나 생산조정 신청을 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이행하지 못한 이들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생산조정제 시행 방안에 대한 지침 보강을 준비 중이다.

―쌀 생산에 대한 왜곡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쌀 직불금 제도가 지목되고 있는데.

▷쌀 직불금은 고정과 변동으로 나뉘는데 고정 직불금은 공익형으로 바꿀 것이다. 논에 물을 대고 밭에 씨를 뿌리는 농업을 공공재로 인식해 일정한 정도 보상을 해주자는 취지다.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직불금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시행하는 제도다. 그만큼 농업은 비경제적 가치를 인정해줘야 하는 측면이 있다. 올해 말까지 공익형 쌀 직불금제 도입 방안을 내놓고, 내년 상반기 입법 과정에 착수할 것이다. 쌀농사는 지켜야 한다. 하지만 효율적으로 지켜야 한다. 이를 위한 쌀 생산조정 방안으로 휴경지 지원, 태양광 설치 허용, 순환 휴경제 도입 등 아이디어가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쌀 목표 가격을 19만4000원 이상으로 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겠다는 대통령 공약이다. 농식품부 장관으로서 농민 입장을 대변하는 게 맞지만, 국가 경제에 대한 부담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쌀 가격이 오를수록 국비 부담도 부담이지만, 자칫 쌀 재배 면적을 다시 늘리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쌀 생산조정제를 시행하면서 쌀농사를 권장하는 역설적인 효과가 나타나서는 안 된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농민에게 한 푼이라도 더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이 정부와 청와대에서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 업종·지역별 차등 적용은 농업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나 범정부 차원에서 최저임금 취지와 국제협약(내·외국인 차별 금지) 등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인건비 부담 경감과 인력 부족 완화를 위해 농촌 인력 중개, 법인 취업 지원, 계절근로자 확대 등 다양한 지원책을 모색할 것이다.

―과거 농식품부 장관들이 가축 전염병 때문에 애를 많이 먹었다.

▷취임한 지 한 달 조금 넘었는데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때문에 긴장하고 있다. 중국 내 발병 지역이 랴오닝성, 안후이성, 허난성, 저장성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ASF는 치료제나 백신이 아직 개발되지 않아 국내 발생 시 양돈산업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현재 중국에서 입국한 여행객이 휴대한 축산물을 검사한 결과, 돼지고기 가공품에서 바이러스 유전자가 확인됐다. 국내 유입을 방지하기 위한 국경 검역 강화, 차단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먹거리 안전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 제도(PLS)를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사용 가능한 등록 농약을 대폭 확대하기 위해 직권 등록, 잠정 기준, 그룹 기준 설정 등을 연말까지 완료할 것이다. 본인이 사용하지 않은 농약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고자 토양 잔류와 타 작물 전이 등에 대한 기준도 마련하고 있다. 항공 방제, 드론 방제 등에 대한 안전관리도 강화할 계획이다. 올바른 농약 사용 문화를 정착하기 위한 교육과 홍보도 강화하겠다.

―추석을 앞두고 차례상 물가에 대한 걱정이 많은데 대책이 있나.

▷배추와 무는 폭염 등에 따른 질병과 생육 부진으로 출하량이 감소해 가격이 높았지만 정부 비축 물량 방출, 조기 출하 유도, 긴급 수매 등 조치를 취해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됐다. 명절 기간에는 성수품 공급을 평소 대비 약 1.4배 늘리고 전국 2200여 특판장과 하나로마트, 240여 직거래 장터 등에서 할인행사를 실시해 소비자 부담을 완화할 예정이다.

▶▶ 이개호 장관은…

△1959년 전남 담양 출생 △광주 금호고 △전남대 경영학과 △행시 24회 △내무부 지방자치기획단 운영담당관 △전남 광양·목포 부시장 △전남 행정부지사 △19·20대 국회의원(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간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대담 = 정혁훈 경제부장 / 정리 =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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