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석유화학 부산물 가격 놓고 카프로-대화정밀 "네가 갑질" 공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탄산소다 납품 카프로 "14년 전 가격이 아직도…7배 인상해 현실화해야"

대화정밀 "대기업 갑질에 향토기업 고사 위기…공정위 제소할 것"

연합뉴스

카프로 공장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울산에서 나일론 원료인 카프로락탐을 생산하는 카프로와 이 회사에서 부산물을 납품받던 대화정밀화학(이하 대화정밀)이 '갑질 횡포' 공방을 벌이고 있다.

대화정밀 측은 카프로가 납품가격 7배 이상 인상을 강요하며 공급 거래를 끊는 등 '대기업 갑질'을 일삼는다고 주장하고, 카프로 측은 수십 년간 폭리를 취하며 지역 거래처를 장악한 대화정밀이 '독점적 지위를 악용한 갑질을 한다'고 맞서고 있다.

카프로 공장에서는 카프로락탐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액상 탄산소다'가 부산물로 발생한다. 알칼리성인 액상 탄산소다는 폐수 등의 중화처리 등에 사용된다.

그동안 한 달에 1만∼1만2천t씩 나오는 부산물은 대화정밀이 전량 납품받아 이를 필요로하는 비철금속 제련업체인 고려아연에 65%가량을, 대리점 8곳에 나머지를 각각 공급했다.

그런데 40여 년간 이어지던 두 기업의 거래는 올해 6월 30일을 끝으로 종료됐다.

납품 단가 조정을 둘러싼 두 기업의 이견 때문이다.

카프로는 t당 2천500원이던 납품 단가를 1만8천원으로 7배가량 올리기를 원했다.

대화정밀 측이 2천500원에 들여온 액상 탄산소다를 고려아연에 11배가 넘는 2만8천500원에 판매하는 등 폭리를 취하고 있어 가격 현실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화정밀 측은 3천750원까지만 인상할 수 있다는 태도를 견지했다.

납품가에 대한 두 업체의 큰 간극으로 협상은 결렬됐고, 부산물 공급은 계약 기간 종료와 함께 중단됐다.

이후 카프로는 자체적으로 확보한 거래처 5∼6곳에 액상 탄산소다를 일부 공급하고, 나머지는 울산·평택·여수 등지에 마련한 탱크에 저장하고 있다.

대화정밀은 고체 탄산소다를 들여와 액상화한 뒤 고려아연 공급량을 맞추고, 대리점 8곳에는 공급을 전혀 못 하는 실정이다.

대화정밀 측은 카프로의 가격 인상 요구가 '대기업 갑질'이라고 호소했다.

t당 2천500원에 들여온 탄산소다를 운송하고 수요처가 필요로하는 완제품으로 처리하는 데 적잖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11배가 넘는 가격에 팔아 폭리를 본다는 카프로의 주장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 회사는 카프로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화정밀 관계자는 18일 "계약 조건에 따르면 계약이 만료되더라도 3개월간 협상을 벌여야 하는 데도 카프로는 일방적으로 부산물 납품을 중단했다"면서 "카프로는 우리 회사의 거래처를 빼앗아 직접 거래하는 등 상도의상 있을 수 없는 행태를 보였고, 나머지 영세 대리점들은 현재 폐업을 고심하는 등 고사 위기에 처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카프로는 오히려 지역 토착기업인 대화정밀이 회사 사정이 어려운 카프로를 상대로 갑질을 일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2천500원이라는 납품 단가가 14년 전인 2004년에 결정된 것이고, 이로 말미암아 대화정밀이 그동안 막대한 수익을 보고도 단가를 현실화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카프로가 공장 가동을 위해서는 부산물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턱없이 낮은 납품가를 강요한다고 카프로는 주장했다.

카프로 관계자는 "대화정밀이 비용이 든다고 주장한 완제품 처리 과정은 단순히 불순물을 침전시키는 수준이어서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운송비 비중도 전체 가격에서 미미하다"면서 "작년 말부터 계약 연장과 가격 조정을 위한 협상을 제안했으나, 대화정밀은 일절 응하지 않다가 계약 만료 1개월 전에야 '불공정하다'고 통보하는 등 애초 협상에 의지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대화정밀화학이 대리점 8곳에 제품을 공급한다는 사실은 최근에야 알았다"라며 "대리점들이 어렵다면 이들과 직접 공급을 위한 협의를 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카프로가 5년간 2천700억원대 누적적자를 보고 인원 100여 명을 감축하는 등 회사 존립이 위태로운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라면서 "이런 회사를 상대로 '대기업 갑질' 운운하며 부당한 거래구조를 관철하려는 것이 오히려 갑질이자 횡포다"라고 덧붙였다.

hkm@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