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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레이더M] 해외 M&A만 눈길 주는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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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국내 기업이 잇달아 해외 기업 인수전에 뛰어들어 낭보를 전하고 있다. KCC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SJL파트너스·원익그룹과 손잡고 세계 3대 실리콘 제조기업인 미국 모멘티브퍼포먼스머티리얼스를 30억달러(약 3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기업 인수·합병(M&A)에 보수적인 것으로 유명한 LG그룹은 미래 먹거리 발굴이라는 시대 흐름에 발맞춰 오스트리아 전장부품 기업 ZKW를 7억7000만유로(약 1조원)에 인수했다. 미래에셋그룹은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자리매김하기 위해 테마형 ETF 운용에 능한 미국 자산운용사 글로벌X를 5억달러(약 5400억원)에 인수했다. CJ그룹은 미국 냉동식품 기업 슈완스와 독일 물류기업 슈넬레케, 동유럽 홈쇼핑 기업 스튜디오 모데르나 등 인수를 타진 중이다.

2016년 삼성그룹의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 이후 일부 게임기업 인수건을 제외하곤 한동안 두드러진 움직임이 없었던 해외 M&A가 봇물 쏟아지듯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 이른바 아웃바운드 딜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그만큼 한국 경제가 완숙기에 접어들면서 저성장 국면이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이러한 저성장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기업뿐 아니라 와타나베 부인이라 불리는 일반인들도 일찍이 해외 투자에 눈을 돌렸다. 민간 분야에서 이처럼 해외 투자 붐이 일어남에 따라 엔화는 안전자산이라는 달갑지 않은 영예도 얻게 됐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에 빠질 때마다 해외 투자 자금이 본국인 일본으로 되돌아오며 엔화가 강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수출대국인 일본으로선 달갑지 않은 현상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 붐 현상을 비단 경제 저성장 탓만으로 돌리긴 어렵다. 우리 정부가 기업 활동을 옥죄는 법률 개정, 창구 지도 등을 잇달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이 총수들의 잇단 감옥행으로 국내에서 사업을 확장해봤자 득이 될 것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며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해외 투자에서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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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성장하면 해당 과실이 국내 경제 전반에 고루 퍼진다는 이른바 '낙수효과' 이론이 유효하지 않았다는 것은 많은 실증 연구를 통해 검증됐다. 그러나 낙수효과가 없다고 해서 기업 팔목을 비틀어 만들어내려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경제는 살아 있는 생물체다. 경제 주체들은 제약조건 내에서 해법을 늘 찾게 마련이고 그 해법은 해외 투자로 귀결되고 있다. 기업의 해외 투자가 활발해지며 양질의 일자리가 국외로 유출된다면 이 또한 허망한 일이다. 자본이란 물을 기업이 국내 경제 곳곳에 나눠 뿌리도록 만드는 '신(新)낙수효과'를 만들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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