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30 (화)

미 대법관 지명자 성폭행 피해자 “의회서 미투 폭로할 수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캐버노 후보, 고교생 때 15살 소녀 성폭행 시도”

피해자 변호사 “뭐든지 할 수 있다” 의회증언 시사

‘혐의 부인’ 캐버노 궁지에…엄호하던 백악관도 난처

20일 인준투표 앞두고 “표결 연기” 민주당에 힘실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브렛 캐버노 미 연방대법원 대법관 지명자의 10대 시절 성폭행 시도를 폭로한 피해자가 의회에서도 증언할 의사를 내비쳤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피해자의 의회 공개증언이 이뤄질 경우 그동안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 온 캐버노 지명자는 상당히 궁지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미국 대법원의 이념 지형을 보수 쪽으로 크게 기울게 할 캐버노의 인준이 불발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큰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캐버노 지명자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크리스틴 블레이시 포드(51) 팔로앨토대 교수(심리학)의 변호사인 데브라 캐츠는 17일 <엔비시>(NBC) 방송의 ‘투데이’에 출연해 “그녀(포드)는 자신의 이야기를 알리기 위해 무엇이든 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캐츠 변호사는 ‘포드가 캐버노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기를 원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대답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앞서, 포드 교수는 16일치 <워싱턴 포스트> 인터뷰에서 고등학교 시절이던 1982년 한 집에서 열린 10대들의 모임에 참석했다가 술에 취한 캐버노가 자신을 침실로 몰아넣고 침대에 눕힌 뒤 “수영복과 겉옷을 벗겨내려고 서투르게 시도했다”고 밝혔다. 포드 교수는 ”(캐버노가) 성폭행을 하려했고, 나를 공격하려 했으며, 내 옷을 벗기려 해 나를 우발적으로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시 17살이던 캐버노는 메릴랜드주 조지타운 사립고교 학생이었고, 15살이던 포드는 집 근처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포드 교수가 36년 전 아픈 기억을 공개하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캐버노를 대법관 후보로 지명한 뒤다. 그는 자신의 거주지가 지역구인 민주당의 애나 에슈 하원의원과 상원 법사위의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에게 피해를 증언했다. 그는 2012년 이 상처에 대한 심리 치료를 받기까지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캐버노의 성폭행 시도와 관련된 소문은 지난주부터 미국 정가에 떠돌기 시작했지만, 캐버노는 이를 부인했다. 그러자 포드 교수가 실명 공개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백악관은 짧은 성명을 통해 캐버노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당장은 지명 철회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피해자가 실명을 공개하고 나섬에 따라 20일로 예정된 인준 투표의 연기를 요구하는 민주당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 또한, 포드 교수가 의회 증언을 거부할 것으로 예상하고 ‘포드의 증언을 듣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며 공세적으로 맞대응한 공화당 지도부의 전략(인터넷 매체 <액시오스>)도 차질을 빚게 됐다.

캐버노 지명자는 지난주 나흘간 인준 청문회를 거쳤다. 민주당은 법사위 청문회에서 구금 및 고문 문제 등 여러 사안에 대해 캐버노 지명자가 자신의 견해를 숨기고 있다고 비난하며, 인준 투표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1명의 공화당 의원과 10명의 민주당 의원으로 구성된 상원 법사위에서 한 명이라도 공화당 쪽 이탈자가 나오면 인준 투표는 연기된다. 수전 콜린스, 리사 머코스키 공화당 의원은 여성인 데다, 민주당 쪽에 동조할 수 있는 정치 성향을 보여와 이들의 선택이 주목된다.

캐버노는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보수와 진보 사이의 균형추 구실을 해온 앤서니 케네디(82) 대법관의 후임으로 지명된 상태다. 그가 대법관 자리에 오르면, 미국 대법원의 이념 지형은 보수 쪽으로 확실히 기울게 된다.

정의길 선임기자, 이용인 기자 Egil@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오늘의 추천 뉴스]
[▶ 블록체인 미디어 : 코인데스크] [신문구독]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