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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슈퍼리치 NOW] (21) 글로벌 VVIP들만의 비밀 패션쇼 | 전 세계서 60명만 초대…30분 행사에 14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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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 푸동공항에 승객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퍼스트클래스 좌석이라 먼저 도착장으로 나온 터였다. 경호원 복장의 정장을 차려입은 남성들이 각기 이름이 적힌 팻말 속 인물을 확인한 후 절도 있게 인사를 한다. 명단 확인 절차를 마친 후 한 명 두 명 시차를 두고 공항 밖으로 안내한다. 이들에게 제공된 차량은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600. 대당 수억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세단이다. 40여분을 달린 끝에 도착한 곳은 상하이 중심지 푸동지구. 고개를 꺾어 하늘을 쳐다봐도 끝이 잘 보이지 않을 초대형 빌딩, 상하이타워(上海中心大厦) 건물이다. 지하 5층~지상 127층, 높이 623m를 자랑하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 일반인에게는 119층(전망대)까지 공개한다. 그런데 이들이 안내된 곳은 전망대가 아니다. 지난 8월 말 열린 상하이패션위크 행사에 참석하는 국내외 VIP들은 121층으로 안내됐다. 대신 입장 전 이름과 얼굴, 간단한 보안검사가 있었다. 중국에서 온 부호들은 개별적으로 이미 예정된 동선에 따라 움직였다. 롤스로이스, 페라리 등 초고가 차량에서 내리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일부 VIP는 옥상 헬기장을 이용했다. 전용 항공기를 타고 공항에 내린 두 명의 부호는 다시 헬기를 타고 이동, 엘리베이터를 거치지 않고 행사장에 나타났다.

행사 관계자는 “VIP 신분에 따라 중국항공보안국의 허가 여부가 결정된다. 이날 헬기로 도착한 인사는 글로벌 기업 수장으로 중국에서도 상당히 큰 규모의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글로벌 슈퍼리치, 그들만의 개별 파티는 이렇게 진행됐다. 그 현장을 따라가봤다.

매경이코노미

단 60명의 VIP를 위해 프라이빗 파티를 연 바오샹트레이딩. (바오샹트레이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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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두 번째, 중국 내에서 최고층 빌딩으로 유명한 상하이타워. <상하이타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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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층 최고층서 ‘그들만의 파티’

▷정부 당국 특별 허가받아야 행사 가능

중국이 자랑하는 최고층 건물 상하이타워 121층 이상은 국가 행사, 국제 행사, 특별 전시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된다. 일반 회사는 정부 당국(주로 중국광전총국)의 허가를 얻어야 대관이 가능하다. 행사 성격에 따라 여러 관공서의 안전점검, 사전점검 등 깐깐한 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여러 기업이 기를 쓰고 이곳 대관을 추진한다. 그만큼 격조 있고 희소성이 있기 때문이다.

상하이패션위크 부대행사의 주최 회사인 바오샹트레이딩의 푸 통위(FU TongYu) 대표 생각도 그랬다. 보통 하루 행사에 전체 비용은 800만위안(약 14억원) 정도지만 아깝지 않다고 했다. 전 세계 바이어를 초청해 자신이 최근 인수한 미국 디자이너 브랜드 ‘미시카(MISHKA)’를 중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자리였다. 2007년 미국에서 출범한 미시카는 새끼 곰을 뜻하는 러시아어로 눈동자 등 자극적인 일러스트 그래픽이 특징. 그 덕에 단숨에 마니아층이 형성된 세계적인 브랜드다.

푸 대표는 “올해 6회째인 상하이패션위크가 어느덧 세계적인 패션 축제 중 하나로 위상이 올라간 데다 패션 유통 부문에서는 희소성을 선호하는 국내외 슈퍼리치와 연예인, 유명인사, 패션 모델 등이 한자리서 교류하는 자리다. 이런 곳에서 좀 더 강력한 인상을 주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파티를 하는 데 쓰는 돈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소수 슈퍼리치 위한 패션쇼

▷유명 힙합가수 깜짝 공연도

슈퍼리치만 모아놓은 패션쇼는 어떤 모습일까.

주최 측이 선별 기준을 정하고 전 세계에서 60명만 초대한다. 초대받은 인사는 1명의 수행원이나 동행 인원만 데리고 올 수 있다. 이들에게만 2019년 SS(봄여름) 시즌 신상품을 선보인다. 일부 VIP에게는 폐쇄된 공간에서 초고가 희소템만 보여주는 트렁크쇼(trunk show·VIP급의 소수 고객과 바이어 등을 대상으로 하는 패션쇼) 형태로 선보이기도 했다. 상하이패션위크 메인 무대는 따로 있지만 이보다 먼저 첫선을 보일 정도로 공을 들이는 자리다. 고가 미술품 옥션에서 사전에 VIP 대상으로 전시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초대받은 이들의 면면은 ‘패션 유통, 글로벌 브랜드, 셀러브리티(유명인사), 디자이너’로 크게 나뉜다. 이들은 상하이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자주 얼굴을 트며 지내는 사이인지 금세 서로의 안부를 묻는 등 ‘그들만의 리그’ 멤버 간의 끈끈함을 과시했다.

행사 관계자는 “IFS, 타이구리(太古里), 더지(德基)플라자 등 중국 유명 쇼핑몰 임원진은 물론 넷이즈그룹의 온라인 커머스 총괄 총감, CP(正大)그룹, 신천지(新天地)그룹 계열사 CEO 등 부동산 회사 주요 인사들도 자리했다. 이들 매출을 합치면 수십조원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글로벌 브랜드 수석 디자이너, MD 등 패션 산업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중국 외 슈퍼리치도 보였다. 필리핀 소재 스포츠 브랜드 전문 유통업체인 ‘iSportsLife’의 대표는 물론 대만 투자회사 ‘4doors’ 대표도 한자리 차지했다.

패션쇼는 약 30여분간 진행됐다. 이 사이에 중국에서 떠오르는 힙합 래퍼 코제이(KOZAY), 보이그룹 제로G가 깜짝 출연, 패션쇼 중간을 아예 콘서트장으로 만들었다. 소수 인원이 신상 브랜드를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상하이 최고층에서 유명 아티스트의 공연을 눈앞에서 마주하며 음악에 몸을 맡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특권이 아닐까.

행사 관계자는 “돈만 많다고 누릴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특권이 아니다. 슈퍼리치의 네트워크에 들어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공연이 끝나자 이번에는 파티다. 5성급 호텔에서 특별히 라운지바 형태로 재현한 부스로 안내받았다. 이들은 패션쇼 관전평을 나누는가 하면 그 자리에서 직접 총판 계약, 주문을 하는 등 자연스레 비즈니스 미팅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더불어 푸 대표는 이 쇼와 파티에 초대받은 VVIP에게 향후 1년간 미시카의 제품을 월 10만위안(약 1600만원) 내에서 무료로 언제든 가져갈 수 있는 VVIP 멤버십을 제공한다고 해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행사 답례품으로 아직 시장에 내놓지도 않은 한정판 비트바이닥터드레 컬래버레이션 블루투스 헤드폰, VVIP 패키지 상품도 제공됐다. 파티 당일 마음에 드는 미시카 신제품을 판매 전에 구매할 수 있는 특전도 누릴 수 있게 했다.

푸 대표는 “프라이빗 파티는 단순한 쇼 개념이 아니라 유통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자리다. 패션 오피니언 리더들이 결정하고 이들이 각 나라에 유행을 주도하는 시스템이라서 평소에는 물론 행사 주최자가 됐을 때 물심양면으로 투자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행사 관계자는 “중국 특유의 관시는 글로벌 네트워크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지금은 중국 부호의 절대 숫자가 늘어나고 있고 이들이 모인 상태에서 내린 의사결정이 세계 패션 트렌드에 영향을 끼칠 정도가 된 만큼 슈퍼리치 사이에서도 이런 행사는 빠지지 않고 참석하려는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참석한 이들 회사의 실적은 매년 성장하는 분위기다.

중국 패션넷의 한국지사장으로 최근 이 행사에 초대받은 박상혁 대표는 “중국 슈퍼리치 간 프라이빗 파티가 끝나면 이들 간 거래 실적이나 매출액에서 괄목할 만한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지난 수년간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 사드 갈등으로 K패션, 뷰티 업체들이 한편으로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 와중에도 이들과 관계를 지속해온 일부 업체는 빠른 시일 내에 성장할 수 있을 것이란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상하이(중국) =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75호 (2018.09.12~09.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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