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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세계인도 취할 이 맛 알려야 함께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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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이야기 - 대중화·세계화 위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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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전후 일본에 불었던 막걸리 열풍

이후 전통주는 정체기…체계적 연구·개발 필요

대부분 소규모 업체들로 홍보에 어려움


2010년을 전후해 일본에서 막걸리 열풍이 불었다. 한류 바람과 함께 막걸리의 알코올 도수(6도)가 사케(15도 안팎)보다 낮고 유산균·식이섬유가 들어 있어 건강에 좋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일본의 월간생활정보지 니케이 트렌드가 선정한 2011년 30대 히트상품에 서울 막걸리가 7위에 선정됐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일본을 중심으로 막걸리 수요가 늘면서 국내에서도 프랜차이즈 막걸리 전문점이 확산하는 등 막걸리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졌다. 하지만 막걸리를 포함한 전통주산업은 2012년 이후 정체기에 들어선 모습이다.

국세청 국세통계 자료를 보면, 2016년 전체 주류 출고액은 9조2960억7700만원으로 2012년 대비 9003억1000만원(10.7%) 증가했다. 반면 전통주 7개 주종(탁주·약주·청주·과실주·증류식소주·일반증류주·기타주류)의 출고액은 2016년 8788억3000만원으로 2012년보다 371억6100만원(4.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통주가 주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6년 출고액 기준 9.5%에 불과했다. 희석식 소주와 맥주의 비율은 83.8%(7조7927억1500만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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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전통주 주종별 출고액을 보면 증류식 소주(159.1%)가 크게 성장했고, 과실주(32.5%), 청주(9%), 일반증류주(7.4%) 등의 출고액이 증가했다. 하지만 약주(-26%)와 탁주(-8.8%)는 역신장을 기록했다. 전통주 수출액은 2011년 5880만달러에서 2013년 2573만달러, 2015년 1915만달러, 2016년 1823만달러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설자리가 줄고 있는 전통주는 시장확대를 위해 체계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본의 경우 주류총합연구소(NRIB)를 통해 주류 수출을 위한 장기품질유지 연구, 양조 미생물 개발 등을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도 포도·와인연구소(IFV)를 설립해 포도 재배 및 화훼, 양조, 제품 마케팅 등 와인산업 전반에 걸친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전통주 대중화를 위해서는 마케팅도 중요하다. 주류의 경우 마케팅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롯데칠성의 자사 첫 맥주인 ‘클라우드’는 2014년 4월 출시해 43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롯데칠성의 매출은 배우 전지현씨를 모델로 내세우는 등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친 영향이 컸다. 클라우드 출시 당시 롯데칠성은 마케팅 비용으로 수백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전통주 제조업체 대부분은 규모가 작아 자신들이 만든 술 홍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5년 주류산업 실태조사’를 보면 국내 전통주 제조업체 중 홍보비로 연간 1000만원 이하를 지출하는 곳이 83.9%였다.

정부는 전통주산업 지원을 위한 연구와 개발·마케팅 지원에 나서고 있다. 농식품부는 최근 전통주 주종별 체계적인 연구·개발이 가능한 ‘한국술산업진흥원’(가칭) 설립 계획을 밝혔다. 현재 농촌진흥청과 한국식품연구원에서 전통주 연구와 기술지원을 하고 있지만 인력과 재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전통주업계 자체적으로 펼치기 어려운 홍보·마케팅 분야도 지원할 계획이다. 전통주를 소재로 한 방송 프로그램, 만화 등 콘텐츠 제작을 지원할 예정이다. 전통주와 소비자의 접점을 확장하기 위한 온·오프라인 판로 확대도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농식품부는 또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전통주 갤러리’를 통해 젊은 소비자에게 전통주를 알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전통주 갤러리에서는 전통주 교육·시음·판매와 함께 외식업체에 전통주 컨설팅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해외 홍보를 위해 재외공관(대사관·한국문화원 등)에서 한국문화 홍보행사를 개최할 때 우리 전통주를 알리는 프로그램도 지원할 예정이다. 인소영 농식품부 식품산업진흥과 사무관은 “기존에 양조장 등 전통주 생산자 직접 지원에 중점을 뒀지만 앞으로는 전통주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는 지원정책을 중점적으로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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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모·유산균이 살아있는 생막걸리…단백질, 사케의 2.8배·와인의 5.5배

막걸리는 우리 전통주의 어머니라 할 수 있다. 막걸리의 맑은 윗부분을 걸러낸 것이 청주가 되고 여기에 약재를 넣고 빚으면 약주, 증류를 통해 생긴 이슬을 모으면 증류식 소주가 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마시는 소주는 알코올을 물에 섞은 희석식 소주다.

막걸리는 서민의 술로 인식되지만 제조원가만 보면 저렴한 것은 아니다. 주세법에 따라 소주·맥주·위스키 등은 가격의 72%가 세금(교육세·부가세 제외)이지만 막걸리는 5%다. 시중 판매가격이 비슷한 소주, 맥주 등과 비교하면 막걸리의 원재료 가격이 더 비싼 것이다.

막걸리는 프랑스 와인, 일본 사케(청주) 등 세계적인 주류와 비교했을 때 맛과 영양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11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일본 양조 분야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도쿄농업대학에 한국산 생막걸리 4종의 성분분석을 의뢰한 결과를 보면, 생막걸리는 사케나 와인과 달리 살아 있는 효모·유산균을 함께 함유하고 있다.

사케의 경우 효모는 함유하고 있지만 여과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유산균은 없다. 와인은 장기숙성 과정에서 미생물이 사라지기 때문에 효모와 유산균을 가지고 있지 않다. 사케에서 부드러운 산미(신맛)를 내는 유산(발효로 생긴 화합물)은 막걸리에 오히려 1.2~1.9배 더 많이 함유돼 있었다. 사케는 유산이 많이 들어있을수록 감칠맛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막걸리는 3대 영양소 중 하나인 단백질이 사케보다 2.8배, 와인보다 5.5~11배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술에 비해 영양적으로 우수한 막걸리지만 잘못된 편견도 많다. 다른 술보다 숙취가 더 심하다는 게 대표적이다. 이는 과거 일부 양조업자들이 발효 기간을 앞당겨 생산원가를 줄이려고 공업용 화학물질인 카바이드(탄화칼슘)를 사용했던 때의 이야기다. 김혜련 한국식품연구원 전통식품연구단 선임연구원은 “막걸리가 다른 발효주보다 더 숙취가 심하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며 “숙취는 개인차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건전한 음주는 적게 마시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김미향 막걸리세계화연구소장(신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은 “막걸리는 사람에게 유용한 필수아미노산 등을 쉽게 흡수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우리 몸에 이로운 성분이 많다고 해도 막걸리 역시 술이기 때문에 섭취하는 양이 많으면 건강에 해롭다”고 말했다.


◆“전통주 만들어지는 과정 알면 1000원짜리 막걸리 나올 수 없다는 것 알 것”

전통주 850여가지 재현한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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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전통주에는 쌀, 누룩, 물 등 3가지만 들어가도 발효 과정에서 사과향, 복숭아향 등이 만들어지는 술이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의 술 빚는 기술이 실로 대단하다고 느낍니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에 자리한 한국전통주연구소에서 만난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장(59)은 30여년간 사라진 우리 술의 맥을 되살리고 계승하기 위해 전통주 발굴과 복원에 힘쓰고 있다.

박 소장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 밀주단속 시기 등을 거치면서 명맥이 끊긴 전통주 850여가지를 재현했다. 처음 복원한 전통주는 ‘석탄향(惜呑香)’이다.

그는 “술 이름이 ‘차마 삼키기 아깝다’는 뜻의 ‘석탄’인데 그만큼 향이 좋다. 이 술을 복원하는 데만 쌀 11말이 들어갔다. 감향주, 인유향, 청명향 등 전통주 이름에 ‘향(香)’ 자가 붙은 게 많은데, 조선시대에는 향기 위주의 양조법을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문헌이 있다 해도 당시의 술 빚기를 제대로 재현하기란 녹록지 않았다. 박 소장은 전통주 중에 물을 넣지 않고 빚어내는 방법도 찾아냈다. 그는 “대부분 술을 빚을 때 쌀, 누룩, 물이 들어가는데 물이 들어가지 않는 술을 재현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쌀과 누룩을 어떻게 버무려 항아리에 넣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문헌에도 나오지 않는다. 발효 방법, 시간 등을 달리해 될 때까지 하다보니 어느 날 술이 되고, 좋은 향이 나왔다. 이렇게 재현한 대표적인 전통주가 동정춘, 이화주”라고 설명했다.

박 소장은 술 빚는 방식을 체계화해 누구라도 열람할 수 있도록 발표회 등을 통해 보급하고 있다. 그가 재현한 전통주 가운데 하향주, 감향주, 연엽주 등은 그의 제자들이나 주류업체를 통해 프리미엄급 술로 출시돼 전통주 시장을 새롭게 열어가고 있다.

그는 “전통주는 쌀, 찹쌀, 조, 기장, 멥쌀 등 우리가 먹는 주식으로 만든다. 또 자연에서 얻어지는 재료가 아닌 가공 첨가물은 일절 들어가지 않는다. 좋은 재료와 정성이 들어간 만큼 전통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면 1000원짜리 막걸리가 나올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며 “맛과 향은 물론 다양한 도수의 전통주가 많이 나와 있는 만큼 술을 즐기시는 분들은 다양한 전통주도 마셔봐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외국균과 수입 재료로 빚은 술을 우리술이라고 파는 경우가 있는데 전통주를 생산하는 분들이 양심을 지켰으면 좋겠다”며 “전통주 시장에서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 전통주가 대중화되고 자연스럽게 세계화의 길도 열릴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권순재 기자·이진주 기자 sj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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