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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생생확대경]"국회가 청와대의 들러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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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사전조율 없이 국회의장당·여야대표 방북 초청 발표

한국당 "당사자 동의 없이 공개 제안..정략적 행태"

일방통행식 행태 계속되는 한 국회와의 협치 불가능

이데일리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국회가 청와대의 들러리입니까?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게.”

지난 10일 청와대가 3차 남북정상회담에 국회의장단과 여야 대표를 초청한다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발표가 있은 후 국회 인사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온 반응이다. 이후 문희상 국회의장은 공식적으로 국회의장단은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강석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도 불참의 뜻을 밝혔다. 청와대가 초청한 국회 인사 9명 중 6명이 함께 가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에 국회가 동참해달라고 한 것은 이미 지난 8월 16일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직접 요청했던 사안이다. 또 5당 대표들 역시 문희상 의장과의 만남에서 함께 방북하자는 얘기를 나눴다. 그런데 왜 청와대의 방북요청에 이렇게 싸늘하게 반응한 것일까.

국회 인사들로부터 나온 얘기를 종합해 보면 청와대가 사전에 전혀 논의를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를 한 게 문제가 됐다. 실제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임 실장의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야당과 사전 교감이 있었냐는 질문에 “아직 일일이 설명드리기 전”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윤영석 한국당 대변인은 “공개초청 전 청와대와 당사자들 간 사전조율이 전혀 없었다”며 “정상회담 1주일 전에 이런 민감한 문제를 당사자의 동의도 없이 공개적으로 제안한 것은 지나치게 정략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손학규 대표는 “일요일(9일)에 문 의장으로부터 (정상회담에) 정당대표들 참석해 달라는 청와대의 요청이 있었다는 말을 전해듣고 어제(10일) 최고위 사전회의 후 바로 문 의장에게 못가겠다고 전화를 드렸다”며 “그런데 오후에 TV에서 임 실장이 국회의장단과 당대표를 초청한다는 회견이 나왔다. 상당히 놀랐고, 언짢다”고 했다.

이번 일을 보면서 지난 3월 청와대의 대통령 개헌안 발의 때가 생각났다. 당시에도 청와대는 모든 야당들이 개헌안 발의를 철회해 달라는 요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의를 강행했다. 국회에서는 “청와대가 뻔히 국회에서 개헌안이 통과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발의를 강행했다”며 “이건 청와대는 할일을 했는데 국회가 할일을 하지 않아 개헌이 되지 않았다고 개헌 실패의 책임을 국회에 떠넘기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불만이 많았다. 결국 대통령 개헌안은 국회에서 표결 처리도 하지 못하고 사실상 폐기되는 결과를 낳았다. 게다가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가 정쟁거리가 돼 올 상반기 국회가 파행되는 빌미를 제공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국회의장단과 일부 야당 대표들의 방북은 이미 물건너갔고 오히려 야당들의 공세만 높아질 게 불보듯 뻔하다.

사람은 경험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는다. 청와대는 국회를 상대로 유사한 경험을 이미 많이 축적했다. 국회를 어떻게 대해야 협치를 할 수 있는지 모를리가 없다. 하지만 언제까지 ‘악한 국회’는 ‘선한 청와대’를 따라와야 한다는 식으로 국회를 대할 것인지 궁금하다. 청와대가 이같은 일방통행식 행태를 바꾸지 않는 한 여소야대 국회와의 협치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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