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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10월 한 달, 금강이 막힘 없이 흐른다···4대강 중 처음으로 수문 완전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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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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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금강의 보 수문이 4대강 사업 이후 처음으로 완전히 열린다.

환경부는 금강의 자연성을 회복하기 위해 ‘백제보 개방 추진 업무협력 협약서’를 지역농민 및 관계기관 등과 함께 충남 부여군의 백제보사업소에서 11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로 10월 한 달 동안 4대강 중 금강이 처음으로 막힘없이 흐르게 된다. 앞으로 4대강 보 개방과 자연성 회복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강 백제보는 보 개방을 둘러싸고 주변 농민들과 당국의 갈등이 컸던 곳 중 하나다. 정부는 올해 말 4대강 보 처리방안 발표를 앞두고 보 수문을 열어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금강 상류부터 하류로 이어지는 세종·공주·백제보는 수문을 완전히 개방하기로 이미 결정됐다. 4대강 사업 이전으로 되돌리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11월 이런 계획을 발표한 뒤 보를 열어 수위를 낮춰왔고, 세종보와 공주보는 완전히 열렸다. 하지만 백제보 수위가 내려가자 주변 농가들이 농업용수 공급에 어려움을 겪어, 두 달 만에 다시 닫았다. 하류의 백제보 문이 닫히면서 공주보 수위도 덩달아 올라가, 보 개방의 효과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힘들어졌다. 환경부는 농민을 비롯한 지역 이해관계자들과 협의체를 만들어 지난달 28일 수위를 다시 낮추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이번 협약을 통해 다음달 백제보 수문을 완전히 열게 됐다.

▶폭염에도 수문 개방한 곳은 녹조 심각하지 않아…낙동강·대청호는 심각

금강이 일시적으로나마 막힘 없이 흐르게 되면 강의 ‘재자연화’ 가능성을 좀더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정부가 지난 6월29일 발표한 4대강 보 개방·모니터링 중간결과에서 강의 자연성이 회복될 가능성을 이미 확인했다. 1년 동안 모니터링을 해보니 물 흐름이 회복돼 녹조가 줄었고 모래톱이 되살아났으며 동식물 서식환경이 좋아졌다. 보 수문을 완전히 연 세종보와 공주보에선 조류농도가 개방 전보다 약 40% 감소했다. 영산강 승촌보도 지난 4월 완전개방 뒤 조류농도가 37% 줄었다.

반면 취수장과 양수장에서 용수 공급이 어려워져 물 높이를 많이 낮추지 못하는 한계도 있었다. 지하수위와 어업 등에 미치는 영향도 지적됐다. 환경부 ‘4대강 자연성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의 염정섭 과장은 “이번에는 강 전체를 상류부터 하류까지 처음으로 흐르게 하는 것이라,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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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들을 완전히 열어 ‘4대강 사업 이전’으로 되돌리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장애가 많다. 금강 보 중 규모가 가장 큰 백제보의 관리수위는 4.2m 수준이다. 양수 제약수위는 3.5m이고, 최저 수위는 1m다. 이전 백제보 개방 때 2.6m까지 수위를 낮췄을 때 용수 부족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2.7m까지 낮춘 뒤 단계적으로 열 계획이다. 수위를 최대한 낮추면 10월 1일 1.4m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 달 개방 뒤 11월에는 물 높이가 다시 관리수위까지 높아진다. 11월 중순부터 이듬해 3월까지 주변 농가에서 비닐하우스에 지하수를 뿌려 온도를 유지하는 수막재배를 하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새 관정을 충분히 깊게 파지 않은 곳들에서는 수위가 낮아질 때 지하수가 부족해진다. 추수기에는 농업용수가 많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10월엔 보 문을 열 수 있지만 다시 물이 많이 필요한 시기가 되면 수위를 올려야 하는 것이다. 환경부는 농업용수 수요가 적은 4~5월과 8월, 10월에는 최저 수위로 수문을 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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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또 백제문화제의 부교 설치와 유등 띄우기 행사를 위해 공주보 수위를 높여달라는 공주시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달 29일부터 약 한 달간 공주보 수문 개방을 잠정 중단했다. 이달 27일부터 다시 단계적으로 수문을 열기로 했지만, 환경단체들로부터는 지역 민원에 밀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환경부는 관정을 더 파고, 근본적인 농업용수 공급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모니터링 결과와 논의 내용들을 종합해 4대강 전역의 보 처리계획을 정하고, 내년 6월 국가물관리위원회가 구성되면 이를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백제보에선 지역 농민들과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 내년 상반기까지 지하수 부족 문제를 논의한다.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백제보의 경우 용수 부족 문제로 농민 등 이해 관계자들 사이에 갈등이 있던 곳인데 보 개방을 위해 합의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 “백제보를 선례로 낙동강 등 비슷한 갈등이 있던 곳에서도 보 개방을 확대해 4대강 재자연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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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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