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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IT여담] “누군가는 숨기고 싶은 정보, 알려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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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와 비방의 경계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 ‘양육비를 안주는 아빠들’이 만든 ‘배드 파더’라는 폭로 사이트가 화제입니다. 법원에서 양육비 합의를 이행하라는 판결이나 조정을 받았으나 끝내 지급하지 않는 ‘나쁜 아빠’들의 사진과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사이트입니다. 사이트를 관리하는 이들은 언론을 통해 초상권 침해라는 지적을 두고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생존권이 우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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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사이트는 또 있습니다. ‘위러브코피노(WLK)’가 만든 ‘코피노 아이들의 아빠를 찾습니다’ 사이트입니다. 한국인 남성이 필리핀에 거주하며 현지 여인과 만나 태어난 아이를 ‘코피노’라 부릅니다. 문제는 많은 한국인 남성들이 필리핀을 떠나며 남겨진 아내와 아이들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하지 않는 대목입니다. 현지에 출장이나 유학을 가서 여자를 만나 아이까지 낳고는 ‘나 몰라라’ 도망치는 일들이 많다고 합니다. ‘코피노 아이들의 아빠를 찾습니다’ 사이트는 자기의 핏줄을 버린 남성들의 신상정보를 사진과 함께 게시하고 있습니다.

두 사이트는 모두 폭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실제 사진이 올라간 사람들이 갖은 협박을 하고 있지만 ‘양육비를 안주는 아빠들’과 ‘코피노 아이들의 아빠를 찾습니다’에 관여하고 있는 구본창 씨는 언론을 통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두 사례는 영리가 아닌 공익의 목적을 위해 박수를 받아야 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러나 목적이 옳다고 수단이 무조건 정당화되는 것도 아닙니다. ‘오죽하면 이런 사이트가 등장했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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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아빠들의 신상이 공개되는 사이트. 출처=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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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자들 사이에서 화제였던 사이트가 있습니다. 세이브뉴스라는 곳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기자님 지난 일주일 동안 삭제된 뉴스입니다’라는 메일을 보냈는데, 링크를 따라가니 최근 포털에서 삭제된 기사들이 보였습니다. 월 3만원의 구독료를 내면 기사 원문을 볼 수 있다는 안내가 있는 것을 보니 나름의 비즈니스 모델도 있어 보였습니다.

현재 세이브뉴스 사이트는 누군가의 신고로 폐쇄된 상태입니다. 그러나 이 소동은 순간의 해프닝이 아니라 곰곰이 생각해볼 구석이 많습니다. 언론사와 기업의 ‘짬짜미’ 문제를 전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고, 그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말이 나옵니다.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 나와요. 그러나 기사의 내용이 틀렸거나, 내려야 할 정도의 기사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이브뉴스의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옵니다.

성매매를 하는 남성의 명단을 알려준다는 폭로 사이트도 있습니다. 성매매 업소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1:1 전화를 하는데, 그 번호를 수집해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성매매 여부를 확인해주는 사이트입니다. 회원가입을 위해 1만원을 내고 남자친구나 남편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면, 사이트는 특정 전화번호가 성매매 업체들의 통화내역에 있는지 검토한 후 알려준다는 설명입니다. 사이트가 진짜 성매매 업소들의 전화번호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길은 없으니,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옵니다.

지금까지 사례로 보여준 폭로 사이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엄연히 공익적 폭로도 있고, 누가 봐도 수상쩍은 피싱 폭로 사이트도 있습니다. 공익적 폭로라고 해도 ‘방법이 잘못됐다’와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악인들을 처단해야 한다’는 반론이 충돌합니다.

한 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SNS 강남패치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인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한다는 명목으로 다수의 여성 사진과 이름을 올렸으나, 개중에는 평범한 일반 여성도 많아 논란이 됐습니다. 폭로라는 개념이 주는 파급성과 정당성, 온라인의 익명성, 공익과 사익의 추구, 사기와 진실의 사이에서 우리의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최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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