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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Startup’s Story #431] ‘멍멍아, 고양아 무병장수하자’, 강아지 덕후가 만든 동물 건강검진 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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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펫의 고정욱 대표는 대기업 입사 프레젠테이션으로 ‘반려동물 헬스케어 솔루션’을 발표해 엔지니어로 입사했지만, 막상 관련된 일을 할 수도 없고 재미도 없어 2년 반 만에 퇴사했다. 회사를 나와서는 피부가 민감한 반려동물을 위해 천연 광목으로 만든 방석을 팔았다. 그리고, 이번에 창업 아이템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반려동물 소변 검사 키트’다.

‘당신의 커리어 선택 기준은 뭔가요?’라고 물으니 내내 과묵했던 그에게서 ‘제롬이’라는 답이 바로 튀어나왔다. 제롬이는 12년째 고 대표와 가족으로 살아가고 있는 요크셔테리어다. 국내 최대 애견 커뮤니티 강사모(강아지를 사랑하는 모임)의 핵심 회원이라고 수줍게 말하는 그에게서 진정성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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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이 아빠 겸 핏펫 대표 고정욱 씨.



반려동물을 극진히 사랑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 이유로 창업하는 사람은 드물 거다.

원래 창업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제롬이 때문에 직접적인 계기가 생겼다. 어느 날 갑자기 제롬이가 배변 패드 위에서 낑낑대고 울고 있는 거다. 급하게 24시간 병원에 데려가니 요로 결석이 생겼다고 하더라. 동물들은 말을 못 하니까, 아파도 주인이 알아채기가 힘들다. 동물병원에 정기적으로 데려가는 것도 부담이 되는 일이다. 병이 말기인 경우 수술로도 치료가 안 된다. 주변에 물어보니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주인들이 많더라. 여기에 착안해서 스마트폰만으로도 반려동물의 질병 검사를 할 수 있는 키트 ‘핏펫 어헤드(Fitpet Ahead)’를 만들었다.

이전엔 어떤 일을 했나.

삼성 SDS 엔지니어로 2년 반 근무했다. 입사 프레젠테이션도 ‘반려동물 헬스케어 솔루션’이었다. 이후에는 수도승들이나 아기들 기저귀 만드는 천연 광목 원단으로 만든 반려동물 방석, 물 없이 씻기는 가루 샴푸 등을 판매하기도 했다. 이것도 태어났을 때부터 피부병이 심했던 제롬이를 위한 것이었다. 내 아이템은 다 제롬이와 관련이 있다.

조금 더 실질적인 시장 조사는 어떻게 했나.

국내 애견 커뮤니티 중 ‘강사모’라는 곳이 있다. 오랫동안 활동해오고, 정기 모임도 꾸준히 가졌던 곳이기 때문에 연이 깊었다. 이것이 나만의 소설인지, 실제 필요한 제품인지 판단하기 위해 커뮤니티 회원들에게 일종의 검증과 피드백을 받았다.

‘핏펫 어헤드’는 어떤 제품인가.

강아지, 고양이 용 소변 간이 검사 키트다. 소변을 시약 막대에 묻히고, 핏펫 앱으로 촬영을 하면 그 색깔을 통해 결과를 분석해준다. 현재 포도당, 단백질, 아질산염, 백혈구 등 총 10가지 항목을 검출해 질병의 이상징후를 알려준다. 어헤드를 통해 강아지와 고양이 사망 질병의 30%를 차지하는 신장 질환, 간 질환, 당뇨병 등을 예방할 수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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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욱 대표의 반려견 제롬이



주인들은 이 제품을 사용해서, 경제적으로 얼만큼의 이득을 얻을 수 있나.

동물병원에 가서 소변 검사를 할 경우, 저렴하면 3만 원부터다. 의료수가제가 아니다 보니 7~10만 원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핏펫어헤드는 1만9천5백 원 정도로 병원 진료 대비 아주 저렴하다.

이전에 의료업계나 제조업계에 있던 것도 아닌데, 제품을 만드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공학 석박사 출신의 개발자들을 영입했고, 여러 수의사가 자문 위원으로 참여해주고 계시다. 덕성여대 바이오 공학과 연구진과도 협업했다. 더 많은 전문 기관들과 협업해나가, 완성도를 높일 예정이다. 아무래도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참고할만한 수치 등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상품 취지에 동의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정부 지원 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수월하게 협업 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었던 부분도 있다.

스마트폰 촬영만으로 여러 질병을 진단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어떤 기술인가.

딥러닝 기술로 고객이 촬영한 이미지를 계속 학습, 분석하고 있다. 기존 시판되는 소변 검사지의 정확도가 99%라면 우리는 그 이상이다. 기존 검사지가 소변 이염 문제로 인한 오진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면, 어헤드는 나올 수 없는 색이 발견될 경우 ‘검증 불가’ 메시지가 띄워 정확도를 높였다.

실제 기억에 남는 고객 후기가 있다면.

인스타그램에 ‘장미맘‘이라는 인플루언서가 어헤드를 직접 구매해서 써보시고는 장문의 후기를 남기셨다. 장미는 SNS 유명 스타 강아지인데, 동물병원에서도 잡아내지 못한 요로 결석을 어헤드를 통해 발견했다고 하더라. 다행히 수술 없이 약물로 치료가 가능한 단계에서 큰 병을 예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어헤드는 반려동물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라고 극찬해주셔서, 당시 매출이 상당히 늘어났었다.

경쟁사는 없나.

현재 미국에 펫노스틱스(petnostics)라는 기업이 딱 하나 있다. 기본 컨셉만 놓고 보자면 경쟁사인데, 어헤드가 훨씬 경쟁력 있다고 자신한다. 그 상품의 경우, 반려동물이 아닌 사람 중심의 사용자인터페이스(UX)로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소변 검사 막대가 컵 뚜껑에 부착되어 있어, 검사하기 위해서는 소변을 컵에다 받아야 한다. 반려동물이 불편해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연내에 싱가폴, 중국, 일본에 진출할 예정인데,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서비스 확장 계획은?

반려동물의 건강과 관련한 다양한 상품을 기획 중이다. ‘수라상’ 컨셉의 동물 간식을 내놓을 예정이다. 최근 질 낮은 재료로 만든 간식 제품 때문에 여러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는 12가지 국산 원재료를 사용하고, 원재료 생산자 실명제를 도입한 제품을 기획하고 있다. 개발에 참여한 수의사 사진과 이력도 표기할 것이다. 나 자체가 국내산 반려동물 먹거리에 대해 굉장히 까다롭고 보수적인 소비자다. 제롬이에게 먹일 수 있는 간식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직거래 유통을 통해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을 것이다.

또 ‘디텍트’라는 동물 신원확인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사람에게 지문이 있듯이, 동물의 코에도 각자만의 비문이 있다. 유기 동물들의 얼굴을 찍으면, 관련 정보가 뜨는 세계 최초의 솔루션을 만들고자 한다. 이것이 성공하면 동물에게 식별 칩을 삽입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없앨 수 있다. 어헤드와 디텍트를 통해 우리는 반려동물의 기본 정보, 질병 정보, 보호자 정보 등을 취합할 수 있다. 이를 가공하면 데이터를 활용한 커머스 사업에도 뛰어들 수 있게 된다.

향후 동물병원과의 협업 계획은 없나.

현재 몇몇 수의사 커뮤니티와 제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고객분들이 어헤드로 진단을 한 후에 우리에게 이후 절차를 물으시는 경우가 많다. 이때 우리보다는 수의사와 연결해드리는 게 더 정확하고 옳은 방법이다. 따라서 제휴가 잘 진행될 경우, 10월 쯤에는 검사 후 병원과 연계해드리는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수의사나 동물 병원 입장에서도 어헤드가 모객의 채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다.

마지막으로 핏펫의 단기, 중장기 목표에 대해 말씀해달라.

우리의 핵심 사업은 어헤드와 디텍트 두 가지다. 이를 가지고 연내 중국, 일본, 싱가폴에 진출하는 것이 단기 목표다. 이후에는 미국과 빠르게 성장하는 동남아 펫 시장에 진출하고 싶다. 디텍트는 연내로 상용화 수준까지 개발을 마무리할 예정인데, 전 세계적으로도 전무한 솔루션이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 앞으로도 반려동물의 복지 향상을 위한 혁신적인 솔루션을 개발해나갈 계획이니 지켜봐 달라.

핏펫 어헤드 소개 동영상 (출처 = 핏펫)


글: 정새롬(sr.jung@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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