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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fn 이사람]"'나무의사'키워 체계적인 수목환경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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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나무는 천수(天壽)하는 생명체죠. 근데 도심에선 사람들의 편의로 나무만 꽂아놓고 돌보진 않으니 1~2년 안에 죽기도 합니다. 좋은 환경이면 죽지 않는 게 나무에요."

의사가 아픈 사람을, 수의사가 동물을 치료하듯 나무에게도 '나무 의사'가 있다. 지난 24일 국회에서 만난 이승제 전국나무병원협회 회장(58·사진)은 지난 30년간 나무만을 '치료'한 외길 인생이다.

이 회장은 대학에서 조경과를 졸업하자마자 나무를 인생의 업(業)으로 삼았다. 첫 스승으로 모신 이가 국내 최초 나무의사인 강전유 박사다. 스승으로부터 식재 관리, 치료 등을 주루 전수 받은 이 회장은 1990년께 경기 용인에 나무병원을 차려 독립했다. 이후 국회, 공항 등 대형 기관에 있는 소나무 등을 직접 이식했고, 지금도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이 회장은 나무 심기만 몰두 하는 게 아니라 식재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항상 강조한다. 도심 녹지화 사업에 대해서 우려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는 "예컨대 미국은 1달러짜리 나무를 심으면 식재 환경을 조성하는 데 5배나 돈을 더 쓴다. 반면 한국은 5달러짜리 나무를 심고도 식재 환경 조성에는 1달러도 돈 쓰는 걸 아까워한다"고 지적했다. '나무는 심으면 다 잘 자란다' '나무가 죽으면 새로 심으면 된다' 같은 안일한 생각 때문에 나무는 생명을 잃는다고 이 회장은 말한다 .

그는 "1990년에 유럽 등 선진국에 가 수목 조성 환경을 봤는데, 당시 선진국은 이미 녹지 관리를 체계적으로 하고 있었다"며 "우리나라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라고 답답해했다.

이 회장이 이날 국회에 온 것도 이 같은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지난 6월 28일부터 '나무의사 자격제도'가 본격 도입되면서 제도 정착을 위해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관련 토론을 했다.

이 회장도 나무의사 제도 도입을 적극 찬성했었다. 그는 "나무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해충을 예방한다며 농도가 센 약을 마구잡이로 치거나, 아파트 경비원이 두목(頭木) 베기로 나무들을 다치게 하는 행위가 많았다"며 "미국은 나무 관련 전공이 세분화 돼 있고, 일본도 1990년대 이미 나무의사 제도를 도입했는데 우리나라만 체계 없이 운영됐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조경업자, 나무의사, 수목관리사 등 기존 이해 관계자들의 불만도 많았지만 모두 기득권을 내려놓고 새롭게 시행되는 나무의사 자격시험을 보기로 합의했다.

이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0년까지다. 그는 임기 동안 자격을 갖춘 나무 의사들을 대거 배출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장은 "나무도 아픔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나무 의사를 잘 양성해 인간과 나무가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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