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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IF] 무게 10㎏대 초소형 위성, 올가을 화성 탐사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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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공상과학(SF) 영화 '마션'에서 홀로 화성에 조난당한 탐사대원은 화성 상공에 있던 인공위성을 이용해 가까스로 지구 관제 센터와 교신하는 데 성공한다. 지구와의 거리 때문에 8분가량 교신 지연이 발생했지만 수차례 통신을 주고받은 끝에 화성을 탈출하고야 만다.

올가을 지구와 화성을 연결하는 새로운 위성이 선을 보인다. 과거에는 대형 위성이 우주 통신에 이용됐지만 이번 위성은 무게 13.5㎏에 불과한 '초소형 위성' 큐브샛(CubeSat)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5월 화성탐사선 '인사이트'에 서류 가방 크기의 큐브샛 마르코(MarCO·Mars Cube One) 2대를 실어 보냈다. 마르코는 최근 탐사선과 분리됐으며 올가을쯤 화성 궤도에 도달할 예정이다. 큐브샛이 지상 관측과 통신 중계에 이어 최근 우주 탐사로까지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2500분의 1 가격으로 제작·발사

큐브샛이 우주 산업에서 각광받는 이유는 획기적으로 저렴한 제작 비용 때문이다. 고가의 상용 위성은 제작·발사에 5000억원가량이 들어간다. 큐브샛은 제작비가 평균 1억원 안팎이다. 발사 비용까지 합쳐도 2억원 정도로, 기존 위성의 250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위성 크기가 작아짐에 따라 위성을 싣는 발사체도 줄어 발사 비용을 더 낮출 수 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올해 초 큐브샛 크기에 맞춰 10m 크기의 소형 우주 발사체를 발사했다.



조선비즈

/그래픽=양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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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샛은 처음에는 위성 개발을 위한 교육·연구 목적으로 쓰였다. 그러다가 전자부품의 소형화가 진행되면서 큐브샛 수준의 작은 위성에도 우주 관측과 교신에 필요한 기능을 모두 담을 수 있게 됐다. 화성으로 간 큐브샛 마르코는 가로·세로 각각 10㎝, 높이가 30㎝ 정도에 불과하지만 항법 장치와 안테나·카메라·태양전지판·배터리 등 필수 위성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다.

마르코는 최근 우주 공간에서 촬영한 지구 사진을 전송하는 데 성공하며 화성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 마르코 2대 중 '월E(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마르코B는 지난달 말 지구로부터 100만㎞ 떨어진 지점에서 지구 사진을 촬영해 전송했다.

현재 화성 궤도는 NASA의 위성 'MR5'가 화성 탐사 로봇 큐리오시티와 지구 관제 센터 사이의 통신을 연결하고 있다. 하지만 위성이 한 대밖에 없어 고장이 나면 통신이 두절된다. 탐사선이 위성이 있는 곳의 반대편으로 가도 통신이 불가능하다. 큐브샛은 여러 대를 동시에 운용할 수 있어 안정적으로 화성 통신을 유지할 수 있다.

일본 총무성 산하 정보통신연구기구(NICT)도 도쿄대학과 공동으로 화성 탐사용 초소형 위성을 개발하고 있다. 오는 2020년 발사 예정인 이 위성은 화성 주변을 돌면서 화성 표면과 상공에 있는 물과 수소를 확인할 계획이다.

◇지구관측·통신에서도 폭넓게 활용

큐브샛은 현재 지구 관측 위성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지구 둘레에 남·북극 방향으로 큐브샛을 일렬로 배치하면 전 지역을 항상 감시할 수 있다. 지구가 자전하면서 어느 곳이라도 하루에 한 번은 큐브샛 아래를 지나가기 때문이다. 미국 위성 개발업체 플래닛랩은 우주에 띄운 50㎝ 길이의 큐브샛 150여 대로 촬영한 지구 전 지역 영상을 연구기관과 농업 기업 등에 판매하고 있다. 미국 벤처기업 스파이어는 60여 대의 큐브샛으로 7만5000척의 전 세계 선박 이동을 추적하고 있다.

큐브샛으로 지구 전체에 초고속 인터넷망(網)을 만드는 사업도 활발하다.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세운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는 2020년까지 1만2000대의 통신 중계용 큐브샛을 띄워 전 세계를 하나의 통신망으로 잇는 사업인 '스타링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선 항공우주연구원이 큐브샛 6개를 이어 붙인 지구 관측용 큐브샛 '하이레브(HiREV)'를 개발 중이다. 항우연은 이 큐브샛을 오는 2021년 발사되는 한국형 발사체에 싣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연주 항공우주연구원 박사는 "일반적으로 위성 개발에 5년 이상 걸리지만 큐브샛은 1년 이내 개발이 가능해 다양한 기술을 검증하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인준 기자(p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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