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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fn 이사람] 명화 강의로 인기 엄미나 시그니처 북스 대표 "그림 해석보다 스토리텔링 강연이 주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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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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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화가 미켈란젤로를 말하면 가장 먼저 뭐가 떠오를까. 많은 사람들이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꼽는다. 그 배경엔 건축가 브라만테가 있다. 브라만테는 교황을 부추겨 이 프로젝트를 조각가인 미켈란젤로에게 발주했다. 미켈란젤로의 부족한 실력을 드러내 실패를 맛보게 할 속셈이었다.

엄미나 시그니처 북스 대표(사진)는 "조각가 미켈란젤로는 교황이 주문한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맡아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다"면서 "4년 동안 관절염, 눈병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대작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CGV에서 열린 인문학 강연 '유럽 미술관 산책' 일부분이다. 엄 대표가 강연을 맡았다. 영국 내셔널 갤러리, 바티칸 시티의 바티칸 박물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등 3대 미술관에 걸린 명화를 이야기로 풀어냈다.

엄 대표는 그림 해석보다 그림에 얽힌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바로크 미술의 거장 루벤스를 소개할 때는 사업가적 기질을 높이 샀다. 엄 대표는 "루벤스는 영국 찰스 1세와 프랑스 루이 13세 등이 주 고객이었지만 평생 동안 2500점이나 되는 그림을 그렸다"면서 "조수들을 동원한 분업 시스템, 고객들을 스튜디오에 초대해 그림을 사게 유도하는 방식으로 그의 사업가적 능력을 엿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2점이나 그려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암굴의 성모'도 소개했다. 그림을 주문한 성당과 소송이 벌어져 한점을 다시 그렸을 것이라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준다.

독일어를 전공한 엄 대표는 배낭여행 중 미술에 푹 빠져 다른 길을 갔다. 우연히 비를 피해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 들어갔고, 거기서 고흐의 '해바라기'를 보고 가슴이 뛰었다. 런던 크리스티 에듀케이션 석사과정을 밟고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그림을 해설하는 도슨트로 활동했다. 내셔널 갤러리의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 '트라팔가 광장 앞 그 미술관'이라는 책을 냈다. 출판과정이 궁금해 '시그니처 북스'라는 출판사를 직접 차렸다. 여러 해 도슨트 생활을 하다 강연 전문 기업 '마이크 임팩트'를 통해 미술 전문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몰입감을 높인 프리젠테이션이 엄 대표의 무기다. 2시간 강연을 위해 준비한 파워포인트 화면이 무려 120페이지다. TV 프로그램을 빠르게 보듯 흥미를 돋구기 위해서다. 그림에 대한 지식보다 화가가 겪은 경험 위주로 스토리텔링을 한다. 덕분에 기업 강연에서도 반응이 좋은 편이다. 현대백화점 그룹 인재개발원 강의에선 수강생 전원에게 만점 평가를 받았다.

엄 대표는 "명화를 그린 예술가들은 대부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편협한 전통과 사람들의 편견을 이겨낸 사람들"이라며 "한계를 뛰어넘은 예술가들의 인생을 알고 사람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데 작은 희망을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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