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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수연 PD의 방송 이야기] 태풍 현장 '추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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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수연 TV조선 시사제작부 PD


'진로 변경됐습니다. 군산팀 격포로 이동하겠습니다." "○○공항 불이 꺼졌어요. 전화 연결로 전환합니다!'

이번 한반도를 관통한 태풍 '솔릭' 기상 특보 때 현장 취재팀과 생방송 제작진 간 메신저 내용이다. 예상보다 세력은 세지 않았지만 태풍은 태풍, 현장은 긴장감이 넘쳤다.

생방송 뉴스 제작진의 숙명은 '현장'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태풍이 온다고 뒤에 숨을 여유 따위는 없다. 취재기자와 중계팀은 비옷과 장화를 챙겨들고 태풍을 쫓아 달려간다. 시시각각 변하는 태풍 진로에 따라 중계 포인트를 바꿔가며 실시간 현장을 연결하는 모습은 흡사 '태풍 추적자'와 같다.

사실 예전엔 이런 기민한 현장 중계가 어려웠다. 일단 중계 장비 세팅이 너무 번거로웠다. 큰 중계차를 몰고 나가 통신 사정이 좋은 곳에 한 번 장비를 설치하면 그 이후엔 이동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일명 '백팩'이라 불리는 무선 통신용 중계 장비가 도입되면서 혁명이 시작됐다. 말 그대로 백팩을 배낭처럼 짊어지고 달려가 와이파이가 터지는 곳이면 어디서든 중계를 할 수 있게 됐다. 이제는 조금 더 현장 가까이 다가가 더 좋은 그림을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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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 상황에서 반드시 '현장'에 있어야 하는 것은 방송 제작진과 앵커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폭설로 길이 막혀도, 홍수로 다리가 통제돼도 반드시 '출근'한다. 과거 필자도 강풍으로 나무들이 쓰러져 길이 막히는 바람에 몇 시간을 돌고 돌아 결국 방송 직전 극적인 출근을 한 적이 있다. 앵커와 출연자들도 길이 막히면 차를 적당한 곳에 세우고 전력질주로 달려온다. 그래서 이번처럼 강력한 태풍이 예상될 때 제작진은 '그냥 회사에서 자고 일할까' 하는 웃지 못할 고민을 하게 된다.

태풍 같은 자연재해는 시청자의 생명과 재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방송 제작진은 그 어느 때보다 사명감을 갖고 현장에 뛰어든다. 오락가락 변덕스러운 태풍 탓에 끼니를 거르기 일쑤, 무거운 백팩을 들고 현장을 누비자면 고단함은 몇 배가 되지만 그래도 현장이 주는 긴장감을 그대로 전달할 수만 있다면 방송 제작진에겐 최고의 보람이다.

[이수연 TV조선 시사제작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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