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공시가에 집값 상승 반영하면
아크로리버파크 공시가 2억 올라
1주택일 때 세금 657만 → 857만원
“다주택 임대사업자 등록 가속화
매물 줄어 집값 더 오를 가능성도”
22일 중앙일보가 김종필 세무사에게 의뢰해 서울 주요 아파트 5곳을 대상으로 올해 들어 지난 17일까지 집값 상승률을 반영해 내년 공시가격과 보유세(재산세·종부세)를 시뮬레이션했다.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은 올해보다 20~30%, 3주택자는 40~50%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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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의 올해 공시가격은 15억4000만원이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시세 상승률 14%를 반영하면 내년 공시가격은 17억5500만원으로 늘어난다.
보유세는 1주택자 기준 올해 657만원에서 내년 857만원으로 30.5% 증가한다. 보유세 가운데 재산세가 497만원에서 577만원으로 16%, 종부세는 160만원에서 280만원으로 75% 각각 늘어난다. 보유세 체계가 계단식 누진 구조여서 세 부담은 공시가격 상승률 이상으로 커진다.
이 아파트와 공시가격 5억원짜리 주택 2채를 소유한 3주택자의 세 부담은 올해보다 44.8% 급증한다. 종부세 산정 때 다주택자 공제금액이 6억원으로 1주택자(9억원)보다 적은 데다,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0.3%포인트 가산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강북권도 비슷하다. 올해 들어 집값이 33% 뛴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의 경우 내년 공시가격에 상승분을 적용하면 보유세가 1주택자는 32.5%, 3주택자는 43.7% 각각 늘어난다.
김종필 세무사는 “올해 남은 기간 집값이 더 오르면 다주택자 보유세가 인상 상한선까지 오르는 사례가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보유세 총액 인상률은 전년 대비 50%를 넘을 수 없다.
국토부가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지난해보다 10.2% 올렸는데도 일부 단지의 전년 대비 세 부담이 많게는 50% 커졌다.
관건은 국토부가 집값 상승분을 실제로 어떻게 내년 공시가격에 반영할지다. 한정희 국토부 부동산평가과장은 “현재로선 올해 집값이 10% 오르면 내년 공시가격도 10% 올리겠다는 원칙만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률을 그대로 반영하고 현재 70% 정도인 시세 반영률도 높이면 공시가격 상승 파장은 더욱 커진다. 하지만 정부는 공시가격 시세 반영률을 높이는 데는 신중한 입장이다. 시세 반영률을 일괄적으로 올리면 집값이 내려간 지방 등의 주택 보유자가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시세 반영률을 놔두고 집값 상승률만 반영하는 선에서 공시가격 현실화를 마무리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 급증이 달아오른 집값을 당장 진정시키는 데는 역부족으로 보고 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자금력이 있는 고가주택 소유자나 다주택자들이 세 부담이 늘어난다고 해서 집값이 오르는데 집을 팔진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가속화해 시장의 매물을 줄여 집값이 더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거래 현장에선 정부의 이번 조치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마포구 아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집주인이 호가(부르는 값)를 낮추거나 매물이 늘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보유세 부과 시점이 내년이기 때문에 당장 집값 상승세를 잡는 데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다만 내년에 공시가격이 현실화하면 은퇴자를 중심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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